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명절 노동에 대한 김수미의 뼈있는 일침

“아저씨들! 부엌에 들어가세요."

354,063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추석이다. 명절만 되면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진짜 조상 덕 본 사람들은 (제사 안 지내고) 공항에 줄 서 있다’는 말이다. 


고향에서 제사를 지내느라 발이 꽁꽁 묶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연휴 기간을 활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특히 제사상에 오를 음식을 비롯해 가족 친지들이 먹을 요리까지 준비해야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명절은 끔찍하게 다가온다.


나는 공항에 줄을 설 만큼 조상의 덕을 보진 못했지만, 제사라는 전통에서 자유로운 만큼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 편이었다. 사실 제사만 없어도 명절은 진짜 빨간 날이 될 수 있다. 굉장히 길고 즐거운 휴일 말이다.


그렇다고 음식을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가족끼리 먹을 명절 음식을 간단히 준비한다. 엄마가 기초적인 틀을 잡으면 아빠와 함께 대형 프라이팬을 전담 마크하고 전을 부친다. 가족 모두가 함께하면 과정이 재미있고, 결과도 행복하다.

이렇게 가족들이 다 모이고, 전통인 우리나라 추석인데... 주부님들 설, 추석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그거 치르고 나서 이혼율이 높아진대요.

최근 일본 교포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하고 한국으로 복귀한 tvN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는 추석 명절을 맞아 추석 상에 올릴 음식을 선보였다. 갈비찜과 잡채 그리고 전이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준비하기에 앞서 송편을 집어 먹던 김수미는 “주부님들, 추석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마세요”라고 입을 뗀다. “올 추석은 즐겁게 하세요. 갈비찜만 하나 하시고, 전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물론 주부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일은 아니지만, 김수미의 따뜻한 한마디는 명절을 앞두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김수미의 말이 끝나자 장동민은 “그럼 추석을 없애야겠네”라고 말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그것이야말로 이 땅의 주부들이 수없이 외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명절 후에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김수미의 말은 사실이다. 2012년부터 2015년 설까지 총 7번의 명절을 지낸 다음 달 법원에 접수된 협의이혼 건수는 명절이 포함된 달보다 평균 15.5%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가정법원 등의 집계) 그것이 반드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명절이 촉매제 역할을 했거나 기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지난 19일 방송된 <수미네 반찬>은 김수미의 제자인 ‘요리하는 남자(셰프)’들이 자신의 가족 및 지인들을 불러 모아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경래 셰프는 자신의 아들 여민 셰프를, 최현석 셰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조내진 매니저를, 미카엘 셰프는 아버지 스파스 아쉬미노프를 초대했다. 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요리했다. 명절 음식을 (여성의 전담이 아닌)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이었다.

모든 요리가 끝나고 큰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맛보는 자리에서 최현석 셰프는 "오늘 이렇게 가족들하고 지인을 불러서 같이 했잖아요. 잔치는 이렇게 준비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고, 명절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자세에 대해 “누군 하고 누군 안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준비하고 같이 만끽하”자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수미도 한마디 거들며 일갈했다. 

우리 세대만 해도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랬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아저씨들! 부엌에 들어가세요.

일전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tvN <수요미식회>에서 “전통대로라면 제사는 남자의 일이고, 음식 역시 남자가 다 장만해야 했다. 그래서 전 부치는 것도 남자의 일이다. 우리 집에선 전통대로 하기 위해 내가 전을 담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전통이 무색하게도 우리 사회엔 오랜 기간 명절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야 한다. 함께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아예 그런 거 없이 공항에 줄을 서는 것일 테지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