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설정놀이에 망가져가는 관찰예능

조회수 2018. 8. 27.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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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이 아니라 쇼다.

일기를 매일마다 써본 사람들은 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특별한 날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1년 365일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나 밥을 챙겨 먹(는 건 고사하)고 출근하(거나 학교가)기에 바쁘다.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고, 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물론 가끔 색다른 일들이 벌어지긴 한다. 사실 일기는 그럴 때마다 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상은 반복된다. 반복되기에 일상이다. 특별할 게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을 관찰 카메라로 바라본다면 굉장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저들도 나와 다를 게 없구나, 라고 느끼는 게 고작일 것이다? 연예인이라고 뭔가 다를까. 스케줄이 없는 날의 한가로움은 평범할 뿐이다. 


때문에 관찰예능이 유지되려면 (특별한) 사건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흥미로운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관찰 예능의 숙명이란 이야기다.

세 개의 관찰예능 프로그램.

당연한 말이지만,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그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네임드가 있는 연예인이라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연예인의 일상은 그 자체로 비연예인들에게 특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그림은 식상해졌다. 그래서 관찰 카메라의 대상들은 자꾸만 밖으로 나간다. 없던 약속도 잡는 식이다. 아니면 지인을 초대한다. 억지로라도 화젯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점 해악이 발생한다.

출처: SBS
SBS <미운우리새끼>의 소위 '철없는 아들' 연출

SBS <미운 우리 새끼>는 현재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관찰 예능이다. 지난 방송에서 12.1%로 급락했지만 여전히 탄탄한 시청 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해악은 쉰 살이 넘은 성인 남성들을 '결혼을 안 해서 아직 미숙한 아들'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해악은 그에 맞춘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연출로 매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특히 김건모는 기상천외한 엽기적 행각을 이어가며 비난을 받았다. 다른 출연자들 역시 철없는 아들의 콘셉트를 강조하며 주 시청 층인 어머니들의 모성을 자극하는 데 열중했다. 


방송을 계속 출연하기 위해서 (어쩌면 방송 출연을 반기는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기 위해) 아들은 끊임없이 사고뭉치가 돼야 하는 아이러니라고 할까. 이런 관찰 예능의 폐해가 표출된 사건이 최근에도 일어났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했던 김재욱-박세미 부부는 자신들을 향한 악의적인 반응에 분개하면서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달라. 주제가 고부갈등"이라 토로했는데, 그러면서 자신의 시어머니는 미용실 일이 바빠 사실 1년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출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한 박세미-김재욱 부부.

이는 관찰 예능에도 설정(을 넘어 대본)이 존재할 수 있으며, 출연자들이 그에 맞춰 일종의 연기를 펼치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재욱-박새미 부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미 특정한 상황과 캐릭터를 부여한 채 이뤄지는 관찰 예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재욱과 박세미는 “악마의 편집. 그게 바로 편집의 힘"이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제작진이 그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관찰 예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관찰하는 것일까?

여전히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의 경우에도 과거 여러 차례 과도한 설정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거침없고 솔직하다. 소탈하고 꾸밈없다. 진솔하고 진정성 있다. 그런 평가 들을 내리면서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결국 이 모든 게 하나의 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인식하고 있다.


여전히 관찰 예능은 그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시청자들과의 밀착성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대중들은 더 이상 관찰을 믿지 않는다. 그 진위를 의심한다. 이런 비우호적 관계가 서로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무엇보다 들여다보기에 급급한 지금의 관음증적 시선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여러모로 관찰 예능이 씁쓸하다.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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