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와 드루킹 사건 두고 '관심법' 쓰는 기자들

조회수 2018. 8. 3. 12: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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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니가 꼈다.

8월 2일 뉴스1은 ‘[단독] 김경수 지사 압수수색 날 돌연 휴가.. 당초 다음 주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드루킹 사건 특검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집무실과 관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했는데 정작 김경수 지사는 출근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자는 ‘경남도청은 압수수색에 크게 당황’, ‘압수수색과 향후 전개 사항 등에 대해 걱정스러운 표정’ 등 도청 분위기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김 지사가 압수수색 사실을 알고 곤혹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연가를 이용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강금원 이사장 추도식 참석한 김경수 지사

출처: 노무현재단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매년 강금원 이사장의 추도식에 참석해왔다.

8월 2일 기자가 ‘휴가를 내고 행적이 묘연했다’던 김 지사는 강금원 노무현재단 명예 이사장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김 지사는 매년 강금원 명예 이사장의 추도식에 참석해왔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사진을 봐도 김 지사가 해마다 추도식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추도식은 날짜가 바뀌지 않습니다. 고인이 돌아간 날짜를 임의대로 변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김 지사가 압수수색 날짜를 피해 휴가를 냈다며 회피한다는 식으로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만약 뉴스1 기자가 강금원 노무현재단 명예 이사장의 추도식에 김 지사가 매년 참석해왔던 사실을 검토했다면 ‘단독’이라며 저런 기사를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특히, “김 지사가 압수수색 사실을 알고 곤혹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연가를 이용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완전 삭제? 증거 인멸이라는 중앙일보

출처: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8월 2일 자 중앙일보 기사

다른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8월 2일 중앙일보는 ‘[단독] 김경수 PC ‘완전 삭제’…드루킹 연루 핵심 증거 ‘증발’’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사무처 압수수색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사용하던 업무용 PC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포맷된 것으로 2일 확인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 지사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단서는 폐기됐다” 며 마치 김경수 지사가 의도적으로 국회의원 시절 사용했던 PC를 포맷하고 증거를 인멸한 듯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이상한 논리

8월 2일 중앙일보의 ‘[단독] 김경수 PC ‘완전 삭제’…드루킹 연루 핵심 증거 ‘증발’’ 기사 내용

중앙일보의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 김경수 지사 측은 ‘국회의원직을 그만둘 때 국회 요구에 따라 PC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사무처도 ‘반납한 PC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로(low) 포맷을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 내용 뒤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거론하기 시작합니다. 통상적인 업무와 절차에 따라 PC를 반납하고 포맷했다고 기사에 적어 놓고도 의도적으로 하드디스크를 훼손한 양 대법원장의 이야기를 붙여 독자들이 착각하기 쉽게 써놓은 겁니다.

반복되는 언론의 정치인 망신주기

언론은 마치 김경수 지사가 압수수색을 피하고 일부러 PC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중앙일보의 ‘단독’ 뉴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써놓았거나 오해의 소지를 남겨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식이었습니다.


언론의 망신주기와 흠집내기는 검찰 수사 전 범죄자 낙인을 찍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특히, ‘돌연 휴가’, ‘완전 삭제’, ‘증거 증발’이라는 단어는 기자의 의도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에 수사를 받기 전부터 범죄자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또한,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이 실제로 관계가 있고 청탁을 했는지는 특검에서 명명백백하게 수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하지만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을 두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기사를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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