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들 앞에 펼쳐질 고난의 길

조회수 2018. 7. 19.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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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것덜이,,, 정칠 헌다구,,??

2018 지방선거 이후 지역 정치판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청년 정치인들이 탄생했다.


지난 6월 2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선거에선 2014년 선거와 비교해 20~30대 당선자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2014년엔 20~30대 광역의원 당선자가 단 20명, 기초의원 당선자는 107명뿐이었다. 2018년엔 20, 30대 시의원이 46명, 구의원 192명이 당선됐다. 


더불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 공약 중에는 서울시 위원회에 34세 미만 청년의 참가율을 15%로 의무화하는 내용이 있다.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검토, 심의하는 등 대의 민주주의에서 누군가를 대표할 수 있는 자리에 더 많은 청년이 진입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분명 성과라 할 수 있다. 정치 내에서의 세대교체를 주장해 온 청년 당사자들의 요구가 일정 정도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고 정당 공천에서 청년들이 주로 당선권이 아닌 위치에 배치됐던 이전과 비교해봐도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출처: 한겨레
당선인의 숫자가 지난 선거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너멀 퓨워(Nirmal Puwar)는 저서 <공간 침입자(Space Invaders)>에서 사회의 중심 제도에 진입한 여성, 흑인 등의 상대적 소수자가 진입 이후 겪게 되는 독특한 곤란함에 관해 분석한 바 있다.


이들이 제도 내에서 곤경을 겪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적 공간을 점유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상상되는 신체의 기준이 남성과 백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은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이지만, 아주 강력하고 끈질기게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공적 공간에 진입한 여성과 흑인은 무언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게 보임으로써 '당혹스러움'을 유발하는 공간 침입자들이 된다. 남성-백인-국회의원의 신체는 매우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국회의원 이미지에 잘 통합되지만, 여성-흑인-국회의원의 신체는 무의식중에 의아함을 불러일으키면서 그의 직업보다는 그가 가진 젠더적 특성과 피부색에 더 주의가 집중되도록 만든다.

출처: YES24

나는 같은 논리가 한국 사회의 나이주의(ageism)를 바탕으로 해 청년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인이나 위원회의 위원과 같은 직위가 있는 사람을 떠올릴 때 우리가 상상하게 되는 이미지는 다름 아닌 중년 남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온통 50대 이상 남성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장년층이 갖는 신체적 특성은 남성, 백인이 그렇듯이 뭔가 특이한 것으로 표가 나지 않지만, 제도 공간 내에서 '젊음’이라는 신체적 특성은 특이한 것으로 드러나고 인식된다. 제도 정치의 역사에서 여성 정치인이나 유색인종 정치인들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경험이 청년 정치인들, 그리고 청년 위원들에게도 기다리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같은 의회의 의원이고 위원회의 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동료들이나 시민들에게 그 자질과 능력을 과도하게 의심받거나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공적 주체로서의 활동 그 자체보다는 외모나 스타일, 행동거지 등이 더 관심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동시에 그들이 크고 작은 실수나 실패에 처했을 때 뻔한 각본이 이미 그들 앞에 준비되어 있다. “역시, 청년은 아직 이런 일을 하기엔 부족해!” 아마 이미 청년 개인들의 제도 진입을 그들의 능력 덕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정당 공천의 힘(“1번이면 무조건이지”)이나 제도적 배려의 결과(“청년이라 혜택 본 거지”)로 돌리는 시각이 다수 존재하리라고 본다.

출처: 조선일보
유독 여성 정치인들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책임 이상으로 패션에 대해 평가, 관심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선은 분명히 부당한 것이기는 하지만,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제도에 진입한 청년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 조건을 아주 천천히, 작게라도 바꿔 나가려면 이들에게 어떠한 실천이 필요할까?


그들을 정치인이나 위원이기 이전에 청년으로 보는 시선에 맞서 제도에 진입한 청년들이 스스로를 청년이기 보다는 보편적인 공적 주체(정치인)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성, 유색인종 정치인들은 보편적인 사회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여성/흑인의 특수한 이익을 위해 공적인 활동을 한다는 강력한 편견으로 활동에 불이익과 제약을 받아왔다. 


공적 영역 내에서 이들은 젠더 문제나 인종 문제의 전문가로 호명됐으나 반대로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주류 이슈에서는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주류의 영역은 여전히 공적 영역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백인의 몫으로 유지됐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특히 일단의 공간 침입자들이 경력을 쌓아 이후 더 중요한 위치에 선출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출처: www.elespanol.com
카르메 차콘은 스페인의 첫 번째 여성 국방장관이었다. 임신 7개월 차에 사열을 받고 있는 이 장면은 '국군 문민통제의 상징'이자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사례이다.

공간 침입자로 제도 영역에 등장하기 시작한 청년들이 청년의 덫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가 대표하는 범위를 모든 시민이 아니라 청년에 국한되는 것으로 좁히지 않았으면 한다.


청년이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의 요구를 실현시키는 청년정책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들이 활약하는 영역이 좀 더 전방위적이기를 기원한다. (특히,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청년정책을 옮겨 와서 실현하는 정도가, 청년들이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내는 대표 업적으로 남지는 않았으면 한다.) 


청년이 바꿔 이룩하고자 하는 사회는 청년들만을 위한 사회가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것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경계가 계속해서 명확해져 가는 사회에서 젊음이라는 신체적 특질이 청년의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청년에게 주어진 한정적인 위치를 스스로 넘어서려는 노력이 동반돼야만 청년이 공적 영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타자화되는 상황이 궁극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서울청년정책LAB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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