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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또 '아저씨와 어린 여자'의 로맨스

조회수 2018. 7.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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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김태리의 나이 차이는 무려 20살이다.

기대 속에 방영됐던 tvN <미스터 션샤인> 첫 회는 명백히 김은숙 작가의 자기 증명이었다. 그건 자신감이었고 과시이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김은숙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파워 있는 작가다. 그 이름만으로도 거액의 투자를 손쉽게 이끌어내고 톱스타들의 캐스팅을 가능케 한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은다.


제작비 약 430억 원의 웅장한 스케일, 김은숙 작가의 단짝인 김응복 PD가 구현한 수려한 영상미, 전작의 인연으로 흔쾌히 특별출연한 여러 배우들(진구, 김지원)까지 <미스터 션샤인>에선 확실히 대작의 아우라가 엿보였다. 김은숙 작가는 첫 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시청률 8.852%(닐슨코리아 유료가구플랫폼 기준)였다. 역대 tvN 드라마 중 첫 방송 기준 시청률 1위다.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구한말(舊韓末)이라는 격변의 시기와 그 시공간을 살아갔던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인연. <미스터 션샤인>은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 1회 전체를 할애했다. 시대극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쇄국(鎖國)의 길을 걷는 조선은 멸국(滅國)을 향하고 있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자들은 그저 자신의 권세를 지키고 탐욕을 채우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민초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주검뿐이었다. 가족을 잃은 민초들은 절망했고 '역적이 되겠다'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진짜 역적은 따로 있었다. 시세(時勢)에 따라 양심을 팔아먹었던 권력자들은 자신의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국도 서슴지 않았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완용을 옮긴 게 분명한 친일파 이완익(김의성)을 통해 그 비루함을 그린다.

노비 부모 밑에서 태어난 유진 초이(이병헌)은 그의 어머니(이시아)를 이용해 한성판윤 자리에 오르려던 주인 김판서(김응수)의 계략에 부모를 모두 잃는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유진은 미국으로 건너가 해병대 장교가 된다. 부모의 억울한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는 "내 조국은 미국이야. 조선은, 단 한 번도 날 가져 본 적이 없거든"이라 말하는 검은 머리 미국인이 됐다. 유진에게 조선은 끔찍한 기억일 뿐이었다.


김희성(변오한)은 김판서의 손자다. 유진의 어머니가 유진을 살리기 위해 인질로 잡았던 김판서의 며느리 뱃속에 들어있던 아이가 바로 김희성이었다. 유진과 김희성은 참으로 기구한 운명으로 얽혀있는 셈이다. 고애신(김태리)의 부모는 의병 활동을 하다 이완익에게 죽임을 당했다. 애신은 사대부인 할아버지의 집에 맡겨져 자랐다. 부모의 피가 어디가겠는가. 그는 치장보다는 사격술을 배웠고, 부모처럼 조선을 위해 싸워나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무난했다. 현대극과 달리 시대극은 아무래도 설명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설명이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다. 느릿한 전개를 감당하고 빈틈을 채운 건 화려한 영상미였다. 아무리 김은숙이라 하더라도 시대극의 전형성을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캐릭터도 아직 불투명하다. 시청자들이 매력적이라 느낄 만한 포인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맛깔스러운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고 그런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드라마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은 아직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개요가 나온 만큼 본격적인 시작은 2회부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각각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던 인물들이 만나게 되고,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스터 션샤인>은 시대극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그 표피를 걷어내면 결국 로맨스로 귀결된다. 유진과 애신의 사랑을 중심으로 애신의 정혼자 김희성, 애신에게 연정을 품은 구동매(유연석), 유진을 사모하는 쿠도 히나(김민정)까지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의 애정 관계가 <미스터 션샤인>의 핵심적인 동력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극 중에서 사랑을 나누게 될 이병현과 김태리의 나이 차이는 무려 20살이다. 이병헌은 "물리적인 나이 차는 나지만 연기를 함에 있어서는 전혀 그런 것들이 의식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물리적인 나이 차를 실제로 맞닥뜨리는 건 시청자들이다. 불편함은 시청자들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유진과 애신이 조우하게 되는 2회부터 영포티(Young Forty)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과연 <미스터 션샤인>이, 김은숙 작가가 이 난관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억 소리나는 출연료 때문에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이병헌은 연기력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라진 <미스터 션샤인>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여전히 이 드라마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자신감일지 능력에 대한 과신일지 지켜볼 일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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