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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행했던 마시멜로 실험의 뒷이야기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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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이 고안한 마시멜로 실험을 아는가? 국내에서도 이미 몇 해 전 상당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아마 웬만하면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생각된다. 그 인기를 방증하듯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다룬 국내 교양서적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기까지 했으니.


마시멜로 실험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자(실험자)가 3-5세 정도 되는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쥐여준다. 먹고 싶으면 지금 먹어도 괜찮지만, 15분 동안 먹지 않고 있으면 마시멜로를 더 주겠다는 말을 덧붙이고는 실험자는 자리를 비운다. 아이들 가운데에서는 마시멜로를 15분 동안 끝끝내 먹지 않아 마시멜로를 더 받은 아이도 있었고 기다리지 않고 손에 쥔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도 있었다.  


이 실험의 놀라운 점은 바로 그다음이다. 십수 년 후, 당시 실험에서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와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지내는지 궁금했던 미셸은 이들에 대한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먹은 아이보다는 참은 아이의 학업 성취를 포함한 삶 전반에서 더 우수한 발달/성장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 지속한 추적 연구에서는 먹은 아이들은 각종 사회 부적응 문제를 가지고 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반면, 참은 아이들은 비교적 무난하고 성공적인 어른으로 자라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같은 결론으로부터 사람들은 자기 통제(self-control), 만족 지연(delayed gratification)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사회에는 온통 아이의 자기통제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들로 넘쳐났다. 

KBS

그러나 인간이 어디 그리 간단한 존재이던가. 제아무리 정치/사회/경제 정책을 그럴싸하게 내어놓아도 번번이 예측과 현실이 엇갈리고야 마는 이유. 사회과학 연구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바로 인간, 그리고 인간이 속한 사회가 끊임없이 변동하며 무수한 상호작용 속에서 갖가지 예상할 수 없었던 제3의 창발적 반응들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심리학 연구들을 보다 보면 이 점에 대해 유독 실감할 수 있게 되는데 아무리 탄탄히 검증된 독립 변인-종속 변인 관계라 하더라도 그것이 언제나 1:1로 배타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때 특히 그러하다.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예를 들어 더 큰 규모의 반복 재현 연구가 실패했다거나 의지력, 자기통제력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더 강력한 예측력을 발휘했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게다가 후속 연구들은 당시의 마시멜로 실험과 추적 조사 과정이 과학적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그리 치밀하지 못했음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아래 기사에서 소개되고 있는 한 논문에서는 미셸이 강조했던 그 의지력보다는 부모의 소득수준, 양육환경, 그리고 그로부터 촉발된 애착 관계와 신뢰 등의 요인이 십수 년 후 아이의 사회생활을 예측할 수 있는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예를 들어 빈곤이나 학대 등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15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더 주겠다”는 타인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한다.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는 낙관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기다리느니 차라리 눈앞에 주어진 마시멜로를 누가 도로 가져가 버리기 전에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더 상책일 수 있다.

기사의 말미에서도 언급되지만, 중요한 것은 마시멜로 실험이 결코 결정론적 함의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마시멜로 실험에 대한 반박증거, 보완증거가 나오더라도 마시멜로 실험과 그 의의를 함부로 휴지통에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한 미셸이 강조했던 것은 ‘의지력은 누구나 키울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의지력을 키워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것들이다. 게다가 비록 더 이상 의지력이 향후 성인이 됐을 때 성취 과정에 이전과 같은 절대적이며 맹목적인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유년기에 나타내는 의지력, 자기통제력은 향후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는 유의미한 요인 가운데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의지력을 키우되 그것을 맹신하지는 말자.  

그것이 마시멜로 실험을 둘러싼 수많은 논의가 전하는 통합적 메시지다.

* 외부 필진 허용회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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