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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갈 옆집에 성범죄자.. 계약해지 가능할까?

조회수 2018. 5. 24.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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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알아보며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이웃이었다.

시골 마을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려고 집을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치렀는데 옆집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일하는 창원시평화인권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례입니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돼 기사로 소개합니다.


50대 후반인 A씨는 노후를 좀 더 윤택하게 보내기 위해 도시 외곽에 개발 중인 전원주택 단지에 주말 주택을 사려고 계약을 맺고 중도금까지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한 달 남짓 앞둔 최근 바로 옆집에 사는 남자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성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 가려는 마을 인근에 살고 있던 사돈으로부터 “그 마을에 성폭력 전과자가 산다는 소문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이사 가려고 계약한 바로 옆집에 살고 있더라는 겁니다.

이사 갈 옆집 이웃이 어린이 성추행 전과자?

“6~7년 전에 13세 미만 여자 청소년 6명을 강제 추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5년을 선고받은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사 갈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는 동안 옆집에 사는 이 남자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하더군요.

A씨는 아토피를 앓는 유치원생 손녀가 주말 동안 지내고 갈 수 있게 하려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전원주택을 샀다고 합니다. 주중에는 도시에서 보내더라도 주말이라도 시골 마을에서 보내면 아토피가 많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들 내외를 비롯한 가족 친지들에게 “왜 하필 바로 옆집에 성범죄자가 사는 전원주택을 골랐냐?”라는 원망을 받는 상황이 됐다는 것입니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인들도 한결같이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해서 책임을 묻고 서둘러 계약을 해지하라”고 했답니다.

어린아이들을 강제 추행한 성범죄자는 절대로 그 버릇을 고칠 수 없다. 고칠 수 없는 불치병 같은 것이니 무조건 계약 해지를 요구해야 한다.

더욱 사정이 딱한 것은 전원주택 용지는 여러 필지가 분양됐지만, 이제 막 건축이 시작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단 두 가구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도시의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이겠지만 외딴 전원주택에 사는 이웃이 성범죄자라고 하니 더 불안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웃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추가적인 전원주택 건축은 아주 중단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족들의 성화를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돼 부랴부랴 부동산과 전원주택 건축업자에게 확인해봤지만, 그들도 금시초문이라는 응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상 거주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성범죄자 알림’ 우편물이 배송되지만, 전원주택 건축업자와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는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도 까맣게 몰랐다는 답이 돌아온 것입니다.

A씨는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에게 계약 해지를 해달라고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누가 봐도 이런 계약을 할 수 없는 사정은 다 이해할 테니 중도금과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계약 해지 후 이 집을 누구에게 팔 수 있을까?

“당장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사람에게 집이 팔릴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도 기다리겠다”는 제안도 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공인중개사 처지에서 생각해봐도 “고의적인 거짓이나 속임 없이 계약이 이뤄졌고, 공인중개사가 거래 당사자에게 알려야 할 내용은 모두 확인하고 알려줬다”는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하기는 어렵겠더라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만약 당신이 옆집에 성범죄자가 사는 집을 계약했다면 그냥 그 집에 이사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만약 당신이 사는 옆집에 새로 이사를 오는 이웃이 성범죄자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일하는 단체 활동가들 누구도 쉽게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장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나와 가족의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것도 맞지만, 성범죄 전과가 있고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잘살고 있는 사람을 현행범 취급하는 것도 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여성 활동가는 “앞으로 매매나 전세 계약을 하기 전에 등기부등본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조회해야겠다. 원룸 사는 친구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하더군요.

전세, 매매 계약 전 등기부등본, 성범죄 조회는 필수?

특히, 여성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행동요령이고 자구책입니다만,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성범죄자가 사는 옆집은 누구도 세를 얻으려고 하지 않을 테고 팔려고 해도 제값에 팔 수 없을 텐데 그 손해는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재수 없는 일’로만 여길 수 있을까요?


또, 전세로 살고 있던 원룸 세입자가 옆집에 성범죄자가 이사 왔다는 이유로 전세금을 돌려받고 이사를 할 수는 있을까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도 집주인은 순순히 그냥 보증금을 돌려줄까요? 선뜻 답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겁니다. 


성범죄자가 내 이웃이 되는 것은 끔찍하고 싫은 일이지만, 그에게 내 옆집으로 이사 오지 말라고 할 권리까지 있을까요? A씨의 상담을 들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에게만 손해를 감수하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다행히 이 건의 경우 A씨의 제안대로 공인중개사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해 계약해지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는 팔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이웃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팔아야 하는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과연 누가 그 집을 사겠다고 나설까요?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과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 외부 필진 잡곡밥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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