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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정말 암을 유발할까?

조회수 2018. 5. 11. 1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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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함량이 적어 인체에서 발암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최근 미국 법원이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커피에 대한 발암성 논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물질은 ‘아크릴아마이드’라는 화합물로, 고온에서 커피콩을 볶는 과정에서 미량 발생하는 물질입니다. 한 시민단체가 아크릴아마이드는 발암물질이니 이를 커피 판매 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암에 걸리는 것일까요?

출처: pixabay

커피가 암을 유발하는지를 알려면, 일단 암이 왜 생기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도대체 암은 왜 생기는 걸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다른 질병의 예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결핵은 인체가 결핵균(M. tuberculosis)에 감염되어야만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그렇다면 암도 결핵균과 같은 명백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전 세계의 연구진이 수십 년의 연구를 진행했지만, 일부 특수한 암들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그쳤을 뿐 모든 암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암이 특별한 원인이 있는 질병이라기보단, 일종의 확률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주사위를 아주 여러 번 던지면 언젠가는 1이 꼭 나오게 되듯이, 암세포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암이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닙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은 그런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암세포들은 대부분 처리를 해주고, 덕분에 대부분 사람은 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암세포가 만들어질 확률이 항상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암세포가 만들어질 확률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생활습관이라던가 유전 문제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의 암세포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 결과 흔히들 얘기하는 암(cancer)이고요. 


이런 식으로 암세포가 생길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우리 몸에 흡수되었을 때 암세포가 생길 확률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물질들을 일컬어 발암물질(carcinogen)이라고 합니다.

출처: 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서의 한 스타벅스에 '아크릴아마이드' 관련 경고문구가 붙어 있다.

다시 커피로 돌아가 봅시다. 커피에 들어있는 ‘아크릴아마이드’ 성분이 발암물질이라는 것도 알겠고, 위의 설명을 주의 깊게 읽으셨다면 이 물질 때문에 암세포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시시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커피를 마시면 암에 걸리는 것이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드실 텐데, 잠시 다른 얘기로 빠져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를 한 명 꼽자면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요? 


몇몇 후보들이 떠오르긴 합니다. 세계 레슬링 선수권을 11년 동안 무려 무실점으로 우승했던 알렉산더 카렐린도 있고, 프로 데뷔 후 은퇴까지 치른 50경기를 무패로 장식한 전설적인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나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해본다면, 만날 가능성도 희박한 이런 사람들보단 지하철에서 세상에 저주를 퍼붓는 평범한 취객이 훨씬 더 위험하리라 생각합니다.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는 경고 문구는 사실 이 두 개념이 혼재되어 생기는 문제입니다. 


커피에 들어있는 ‘아크릴아마이드’는 발암 물질이 맞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IARC 분류 기준에 따라 2A군인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에 속하는 물질이지요. 그런데 이는 현실의 위해성(risk)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해당 물질 자체의 유해성(hazard)만을 평가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을 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라고 하는데, 노출량을 고려하면 커피를 마심으로써 암에 걸릴 위해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실제로 발암물질의 등급 규정을 내놓는 IARC에서도 본인들의 분류 기준은 오로지 유해성(hazard)만을 고려한 것이지, 노출빈도나 노출량을 고려한 위해성(risk) 지표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부적절하게 해석하고, 마치 실제로 위해성이 큰 것인 양 호도해서 일어난 사태가 이번 커피의 발암성 논란이지요. 


당장 우리가 흔히 마시는 술에 포함된 에탄올은 아크릴아마이드보다 한 등급 높은 1군 발암물질에 속합니다. 적정량만 지킨다면 술을 마신다고 몸에서 갑자기 암세포가 마구 솟아나지는 않는데, 커피에 포함된 아크릴아마이드는 검출도 어려울 정도의 극미량에 불과합니다. 그걸 두고 암 걱정을 하는 것은, 메이웨더에게 맞을까 봐 평생 걱정을 하고 사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시민들이 이러한 전문적인 정보를 알고 있기는 힘듭니다. 그럼에도 법원이라면 전문가들을 불러 이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경청해야만 하고,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책임이 있습니다. 미국 법원이 잘못된 입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줄 우려가 무척 큼에도 건조하게 사실을 서술한 것이니 타당하다고 본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건, 실제로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오독이 될 여지가 크다면 조금 더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 한 잔과 일상의 여유를 즐기면서 암 걱정에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 외부 필진 한설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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