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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촛불' 이후에도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

조회수 2018. 5. 8. 1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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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람이 먼저입니까."

“너는 괴롭겠지만, 보지 않을 수 없을 걸세.”

– 청년 노동자 전태일



지난 4월 30일 서울시청광장에서 노동절을 기념하는 청년학생문화제(이하 문화제) <갈림길에 서다>가 열렸다. ‘4.30 청년학생문화제 기획단’의 주최로 꾸려진 이 행사는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를 조명했다. 각계각층의 문예 단체와 청년 예술인이 직접 참여하여, 노동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메시지를 예술이라는 방식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문화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선 수많은 노동자의 질병, 부상, 죽음이 과연 우연인지를 되짚었다.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작업환경과 함께, 최소한의 주거와 의료를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문제 또한 언급되었다.


발언대에 선 한 학생은 “갈림길에 서는 사람이 어두운 한국사회를 밝혀나갈 것”이라며 노동환경 및 안전문제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한편 2부에서는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권리’가 강조됐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2018 청년학생문화제 갈림길에 서다'


‘노동’을 말하는 청년들 


잦은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에스티유니타스의 고(故) 장민순 씨 유가족의 발언이 있었다.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과 이를 묵인하는 국가,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격무와 산업재해는 비단 육체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됐다. 각종 감정노동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피해 또한 산업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발언도 줄을 이었다.

출처: 한겨레
에스티유니타스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1인 시위

문화제는 “지식과 실천을 통해 단 하나의 세상, 우리의 세상을 만들자”는 학생들의 다짐으로 마무리되었다.


청년들의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행진에 참여한 주00 씨(24)는 “내가 ‘변증법이 어떻고 역사가 어떻고’ 하는 것들이 과연 삼성 노동자나 에스티유니타스 노동자의 삶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며 소감을 나눴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 ‘야근이 잦다’ 같은 문구를 행진에서 외쳤는데, 이걸 본 거리의 많은 회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주 씨는 세분된 노동시장에서도 공통으로 시달리게 되는 과로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며, 과로라는 한국사회의 만연한 노동문제가 연대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출처: 민중의소리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행사에 참여한 고00 씨(25)는 “당장 내 일이 아니니 관심을 덜 가지게 된다. 문화제를 통해 내가 보지 않았던,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회에 소위 ‘쿨(cool)병’, 지적냉소주의가 만연한데, 결국 그 끝에 있는 건 내가 피해를 봤을 때 돌아오는 냉담한 시선이다. 우리가 몰랐던 절반의 세상에 대해서도 ‘동감’이란 키워드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사회 변화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제 기획단원 김00 씨(22)는 “올해 문화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산업재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 이 현실을 절대 피해자 한 명, 사망자 유가족 몇 명으론 바꿀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촛불 이후에도 새로운 시대는 없다


무대에 선 한 학생은 “우리는 ‘절반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촛불 이후, 일진전한 세상은 모든 게 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절반의 세상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떨어지고, 까이고, 병에 걸리고,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쓰러져가는 노동자들. 새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이들의 시대는 여전히 수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출처: 고함20

그의 발언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 유해 화학물질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는, 감정노동도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혹은 과도한 격무를 줄여달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또한 문화제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촛불 혁명 이후, 우리는 ‘새 시대’를 기대한다. 정부는 개헌을 약속하고, 기업은 혁신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지금도 노동자들의 외침은 무시되고 있다. 좋은 사회를 꿈꾼다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현실이다.


여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죽음을 택한 청년 노동자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추모하는 학생들의 거리행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 앞 직장인들이 있다. 우리가 외면하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보는 일,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를 찾는 일. 이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가 아닐까. 

“너는 괴롭겠지만, 보지 않을 수 없을 걸세”라는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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