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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얼굴' 가지고 개그 하실 건가요?

내가 한국 코미디 쇼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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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미디는 정치풍자나 사회풍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미디 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과장된 몸짓으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을 비꼰다. 어떨 때는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의 외모나 인종같이 타인의 타고난 요소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고난 것(innate factors)이기 때문이다.

ⓒSNL

완다 사이키스(Wanda Sykes)는 미국의 흑인 레즈비언 코미디언이다. 흑인의 인권은 신장이 되었으나, 미국 사회 내 동성애자의 인권은 아직도 좋지 않다는 것을 풍자했다. ⓒminorprob

오바마의 분노 통역사. 오바마가 점잖게 하는 말을 과격한 말로 통역을 한다. 그리고 다른 정치인들을 비꼰다. ⓒ백악관

반면 한국은 정치나 사회 풍자 코미디를 보기가 힘들다. 지금까지 많은 코미디 쇼에서는 외모 비하, 성형,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꼬는 장면들로 점철되었다. 마치 그것들 없이는 개그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2016년 4월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에서는 부모가 이혼해서 따로 사는 아이가 엄마에게서 장난감을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자, 7살 장동민이 말한다.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네” 친구 조현민이 “애 들어, 쟤 때문에 갈라선 걸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라며 이혼 사유가 아이한테 있다고 거든다.

ⓒtvN 코미디빅리그

이어 “너는 얼마나 좋냐. 생일 때 선물을 양쪽으로 받잖아. 이게 재테크여” “아버지가 서울에서 다른 여자랑 두 집 살림 차렸다고 소문이 아주 흉흉하게 다 돌고 있어” “지그 애비 닮아서 여자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등 한부모 가정 아이의 상황을 비튼 조롱이 이어졌다.


방송되자마자 논란이 된 이 코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 올랐고, 한부모가정 권익단체에서 코미디빅리그 측을 상대로 출연진인 장동민의 영구 퇴출을 요구하며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해당 코너는 폐지했고, 장동민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과연 2년 전 코미디 프로그램만 그럴까?


지난달 25일 KBS 개그콘서트의 '꽃길밴드'에서는 아버지로 설정된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딸 몰래 보자기를 둘러싼 한 여성을 만난다. 그러다 딸이 이를 목격하게 되는데, 딸은 아버지에게 "어떻게 이 얼굴로 바람을 피울 수 있느냐. 못생겨도 한참이나 못생긴 아빠는 바람 같은 거 못 피울 줄 알았다. 이 여자 누구냐"고 묻는다. 그때, 갑자기 무대 뒤로 등장한 개그맨 셋이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답한다. "니 엄마다 옹헤야, 성형했다 옹헤야, 돌려깎기 옹헤야.“

ⓒKBS 개그콘서트

또 다른 코너 '뷰티잉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는 설정의 영화 '뷰티인사이드'에 빗대 우스운 상황을 꾸몄다. 여자친구 역을 맡은 강유미는 남자친구의 얼굴이 '송병철'에서 '박휘순' 등으로 바뀔 때마다 "이게 얼굴이야 거죽이야"와 같은 막말을 쏟아낸다. 수차례 뺨도 때린다.

ⓒKBS 개그콘서트

한국 코미디는 왜 이런가. 한국 역사를 보면 한국방송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전두환이 1980년 권력을 장악한 후 언론 통폐합을 추진했다. 한국에 있던 여러 방송사와 신문사를 강제로 통합을 시켜 검열의 시야 안으로 쑤셔 넣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방송사가 없어지고 많은 사람이 해고를 당했으며 저항하는 언론사에는 강제로 세무조사를 하기도 하였다. 이에 피해의식이 생긴 방송사들은 정치풍자를 극히 꺼리게 되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치 풍자 검열이 있었다. Korean SNL이 인기리에 방영했던 정치풍자극이었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없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tvN에 압력을 넣었으며 CJ 법무팀에서는 정치풍자극 대사를 제거하라고 직접 명령까지 했다.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하여 반정부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연예인들의 생활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유병재는 어버이연합에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기도 하였다. 어버이연합을 풍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코미디는 발전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외모나 인종같이 타고난 요소를 비하하는 코드를 넣어 코미디 쇼를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흑인으로 분장을 하자 한국인들은 웃었다. 조선족으로 분장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인들은 웃었다. 사람들의 타고난 외모를 비하하자 사람들은 웃었다.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자 사람들은 웃었다.

ⓒMBC 무한도전

ⓒSBS 웃찾사

코미디의 시작과 기본은 강자를 비꼼으로써 약자의 울분을 풀어내는 것이었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도 양반의 멍청함, 승려들의 타락상을 비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약자에 대한 억압이 훨씬 심한 신분제 사회 내에서도 이렇게 스스럼없이 강자를 비꼬는 놀이가 있었다. 한국 코미디 쇼여. 이제 약자를 비하하면서 강요하는 웃음은 멈출 때가 됐다.

참고자료


주간조선, 해외서 "한국방송 '검은 분장' 금지" 서명운동...무지가 부른 인종차별


중앙일보, "이게 얼굴이야 거죽이야" 성형이 웃기다는 개콘

 

미디어스, "KBS '개그콘서트', 여성비하, 외모비하 부추겨"


한겨레, 약자 비하 개그, 어디까지 가려 하니

* 외부 필진 ' Korean Grammar Doctor'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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