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대치동에선 자녀 교육 성공의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엄마의 열정, 부모의 경제력, 조부모의 재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춰져 있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그중 최대 변수가 아빠의 무관심이다.

[Why] 엄마가 공들인 교육탑, 아빠의 한마디에 와르르…

조선일보, 김은실의 대치동 24시 

자칭 타칭 교육 ‘전문가’인 입시 컨설턴트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다. 생각해보자. 입시 컨설턴트에게 교육이란 무엇일까? 교육적 성취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하나씩 따져보자.

1. 대치동은 사교육 시장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의 학업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원을 찾을 수 있다며 대치동으로 이사를 강행한다. 그래서 대치동 집값이 비싸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 학업 성취는 아이의 인지발달과 맥락을 같이 한다. 먼저 아이의 발달을 들여다보자. 발달에는 신체, 정서, 인지 발달이 있다. 인지발달은 지능과 관련이 있고, 지능 2원론을 이야기한 Cattell에 따르면 인간의 지능은 결정지능과 유동지능으로 나뉜다.

이중 결정지능은 나이가 들수록 직간접 경험을 통해 기억된 정보의 양이 늘어나므로 계속 상승하는 반면, 유동지능은 사춘기를 절정으로 점차 하락한다. 유동지능은 평상시 스스로 배우는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하락을 낮춘다. 유동지능은 문해력, 문제 해결력, 작업기억력, 주의조절, 억제조절능력(불필요한 주의 이동을 억제하는 능력)과 관련이 깊다.

3. 많은 학부모들이 학업성취는 지능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학업 자극만 주려고 애쓴다. 책을 읽‘히’고, 영어를 가르치고, 수학을 배우게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예체능은 버리고, 교과학습만 강조한다. 그렇다. 결정지능만 키우는 셈이다. 유동지능이 발달하는 사춘기 시절에 예체능 교육이 중요하다. 발달을 촉진하는 자극이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인 사교육 시장 강사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로지 결정지능만을 가리킨다. 따라서 타고난 유동지능이 낮은 아이들은 더 이상 유동지능이 향상될 기회를 박탈당하고, 스스로 자책하며 자신과 공부는 맞지 않다고 포기한다. 더이상 배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즉,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된다. 배우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유동지능은 급격한 하락을 맞이하게 된다.

4. 인지발달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발달이다. 정서발달은 결정적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마다 부모의 역할이 달라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나, 매슬로우의 욕구이론, 피아제의 인지발달 등은 전부 0세부터 만 20세까지의 발달과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관계를 통해 경험해야 할 과제들인 셈이다.

5. 인지발달, 특히 결정지능 중심의 대치동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지점이다. 엄마의 열정, 부모의 경제력, 조부모의 재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은 아이들이 발달에 맞는 과업을 수행할 기회를 박탈한다.

아이의 일과를 결정하는 엄마는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또래관계가 최고조에 이르는 중·고등학교 시절 아이의 일과를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 많은 가정의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아빠의 무관심은 아이의 정서 및 사회성 발달에 더욱 치명적이다.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정에서 정서적 타인인 아빠와의 관계를 통해 처음으로 사회성을 경험하는 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아빠의 적절한 관심은 엄마의 양육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이는 건강한 가정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6. 정리해보자. 대치동 교육은 아이들 결정지능향상에 초점을 둔다. 유동지능 향상에는 관심이 없다. 유동지능은 성인 이후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건강한 지성인으로서 삶을 유지하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이를 모른다.

또 하나, 인간은 인지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정서도 발달한다. 적절한 신체 발달 자극, 정서발달 자극이 주어져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인지발달, 특히 결정지능의 향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가능하지만 유동지능의 발달, 정서지능 발달은 결정적 시기가 있다. 이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게 다 아는 얘기 같다고? 그런데 우리는 아이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 외부 필진 '천경호'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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