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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 현실 보여준 '아동 성범죄 인증' 사건

조회수 2018. 4. 18. 1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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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사건이라고 끝이 아니다.

#1. 음란 사이트에 ‘아동 성폭행 인증’이 올라왔다.


며칠 새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 끔찍한 이슈가 떠올랐다. 한 불법 음란 사이트의 남성 회원이 아내가 자리를 비운 틈에 7살 딸을 성폭행하고, 관련 인증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유포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네티즌에 따르면, 지난 1일 문제의 음란 사이트 회원은 자신이 아내 몰래 친딸을 매일 성폭행하고 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문제의 게시물 캡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게시

글에는 한 남성이 미성년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있는 정황의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여성의 성기와 얼굴, 그리고 촬영자 남성의 성기까지 드러나 있는 사진이었다.


게시물에는 30여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는데, 게시자가 묘사한 범죄 행위에 대한 제지나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게시자의 행위에 동조하고 환호를 보내거나, 심지어 (범죄행위에) 자신도 끼워달라는 등 강간 모의를 시도하는 반응까지 이어졌다. 제보자는 “역시 딸이 효녀다” “딸이 아빠 호강을 시켜준다”는 등의 패륜적인 댓글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호기심에 음란 사이트 팝업 광고를 눌렀다가 해당 게시물을 목격했다. 그는 게시물의 사진과 내용에 충격받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사건 담당으로 배정된 남경은 신고된 ‘성폭행 인증 게시물’이 신고자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알자 신고를 취하하자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런 상태라면 더 이상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제보자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게시물 속 아이의 안전을 확보, 가해자를 처벌하고, 그에 동조한 사이트 회원들 또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어른들에게 성적 학대와 조롱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게시 3일 만에 17만 명이 넘는 참여인 수를 모았다.

#2. 한국 유저가 중국 영상으로 ‘성폭행 인증’을 조작한 일이었다.


절대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동 성폭행은 거짓이었다.


16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문제가 된 게시물을 조사”했다며 문제의 아동 성폭행 인증 사진이 “차마 다행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중국 성범죄자의 촬영물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이를 "네티즌 수사대가 밝혀낸 진실"이라며 보도했다. ⓒ<디스패치>의 페이스북 보도 캡처

일반 네티즌 사이에서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이미 나오고 있었다. <디씨인사이드>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문제가 된 인증 사진의 원본 영상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며 해당 영상의 캡처본을 그대로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유머 저장소> 관리자가 자신의 페이지에 이를 정리해 게시하며 “이 글은 중국 XX야동을 캡처해 올린 조작”이라 밝히기도 했다.

#3.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 경찰의 안이한 대처 등 여성 인권의 현실을 보여줬다.


아동 성폭행 인증 게시물은 결과적으로 조작글이었지만, 사진 속 성폭행 피해자가 한국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먼저 조작에 사용된 영상물이 실제 아동 성폭행 상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피해 아동의 영상물을 이미 알고 있었던 몇몇 남성들은 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여성들을 비웃거나 페미니스트들이 남혐을 일으키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미흡한 문제의식을 지적했다.

해당 문제제기를 비웃는 한 남성의 댓글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게시

이러한 방식의 ‘성폭행 인증’ 사건이 이미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과거 ‘소라넷’을 비롯한 음란 사이트에서 주류나 약물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가 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강간 인증 및 강간 모의가 횡행했던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이다. 15년 12월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관련 사안에 대해 방영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소라넷 편에선 여성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어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공유하는 소라넷 회원들의 만행이 폭로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번 사건은 소라넷 폐쇄 이후에도 성범죄 촬영물 및 개인 간 성적 영상들의 비동의 유출 행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그것을 문제의식 없이 소비하고 있는 소비자들 또한 여전히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경찰의 미흡한 대처도 문제로 보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소라넷 방영 이전, 소라넷 내부의 강간 모의 게시물이 대중에 알려진 경로는 경찰 발표가 아닌 게시물을 발견한 민간 여성들의 SNS 공론화였다.


당시 공론화를 시도한 제보자들은 문제의 게시물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온라인에서 일어난 일이라 수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스스로 모니터링 및 피해자 구제 활동에 나서야 했다. <DSO 디지털성범죄아웃>,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비영리 여성인권단체들이 그 이후 탄생했다.

2015년 당시 소라넷 게시물 신고 상황을 그린 D.S.O의 콘텐츠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이번에 문제가 된 아동 성폭행 인증/조작 게시물 또한 최초 목격자의 경찰 신고가 수월치 않았다는 점에서 15년 소라넷 강간 모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이에 대한 경찰의 인식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4. 해외 서버 기반의 디지털 성범죄, 막을 수 없을까?


비슷한 인증/조작 사건이 지난해 말에도 있었다. 소셜미디어 텀블러의 한 유저가 미성년 여성의 나체 사진을 업로드하며 자신의 여동생이라 주장한 사건이다.

텀블러에 올라온 게시물 ⓒ당시 텀블러 캡처본

당시에도 민간단체(DSO) 소속 활동가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 측의 대응은 “텀블러가 해외 사이트여서 IP와 가해자 정보를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가해자를 잡기 어렵다”는 답변에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사건이 공론화되자 수사를 요청받았던 영등포 경찰서는 미국 국토안보부에 공조를 요청, 지난 3월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문제의 게시물 작성자를 검거했다. 해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은 흔히 통제 불능의 대상으로 인식됐지만, 적극적인 대처가 있다면 수사와 검거 모두 가능하다는 반례였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이번 아동 성폭행 인증/조작 게시물 또한 해외(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올라왔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와 함께 영상 자료 등에 대한 유통/소비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조사한 해당 음란 사이트의 카테고리 목록.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이 거리낌없이 공유되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는 “아동 성폭력을 방조, 재생산한 포르노사이트와 게시자를 고발하며 미국 국토 안보부에 직접 컨택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과 이를 방조한 플랫폼 모두 충분히 법적 처벌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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