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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고등법원의 '성범죄 판결'에 내린 일침

조회수 2018. 4. 14. 16: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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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법원이 내리는 성범죄 판결이 정당한가 여부는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대한민국 최악의 성범죄라 여겨지는 조두순 사건에 대한 판결을 생각해보자. 가해자 조두순이 받은 12년형 판결이 초등학생 여성을 납치, 성폭행한 그의 죄질에 비해 너무 낮다는 논란이 계속 제기됐다. 그의 석방일이 가까워오자 국민청원이 쏟아져 결국 조국 청와대 수석이 직접 답변을 해야 했을 정도.

총 61만 명이 넘는 청원 참여를 이끌어낸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워낙 특별한 사례로 보이는 조두순 사건 이외에도, 여러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많은 경우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형량이 너무 적은 경우도 있었고, 아예 판결 자체가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특히 집단 내 권력관계가 작용하는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직장이나 학교 등으로 복귀하면서 피해자가 2차 피해의 위협에 놓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당장 지난 1월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성희롱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사로 다시 재직하면서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출처: ⓒtv조선
2차 가해는 성폭력 범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18년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런 상황을 유발하는 법원의 판결 들이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적이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들끓기 시작했다. 애초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성폭력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방지, 피해자 보호 등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회적 현실이 미투 운동의 촉발과 확산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미온적인 판결에 일침을 날리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3일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대구의 성폭력 가해 교수 ㄱ 씨가 교수직에 복귀하기 위해 제기한 해임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대법원은 ㄱ 씨의 교수직 해임이 부당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깨고 재판을 돌려보냈다)


ㄱ 씨는 대구의 모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지도를 빌미로 학생을 뒤에서 껴안는 자세를 취하거나, 학과 MT 자리에서 자는 학생의 볼에 뽀뽀를 하는 성추행을 했다. 연구실에 찾아온 학생들에겐 “뽀뽀해 주면 추천서를 주겠다”거나 “남자 친구 말고 나랑 사귀자”는 등의 성희롱적 언사를 일삼았다. 


이후 성폭력 사실이 알려지며 ㄱ 씨는 교수직에서 해임됐는데,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교원소청심사위가 거부하자 심사위를 대상으로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에선 “(ㄱ 씨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여학생들을 상대로 반복적·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했고, 피해자들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며 원고 패소를 결정했지만, 서울고법 행정2부의 2심 판결에선 결과가 뒤집혔다.

출처: ⓒ연합뉴스

고등법원은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친밀하게 지내던 중 고의 없이 이뤄진 일이고, 대부분 피해자는 당시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가 3개월~1년 이상이 지난 후에 신고”했다며 “(ㄱ 씨에 대한) 해임처분은 비위 정도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무거워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은 최근 미투 운동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해자 중심적 시선과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고려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일침을 날렸다. 대법원은 ”법원이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회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판단해야 한다”며 고등법원의 판결로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판단을 보여줬다. 


대법원의 판결은 성범죄 판결에 있어 법원이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피해자 보호적 원칙을 준수하기 위함이었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결정.

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피해자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판단 기준으로 정확하게 명시한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성희롱 소송에 있어선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것이 앞으로의 성범죄 재판에서도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됨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서 여성연합은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성희롱에 대한 전향적인 기준과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성희롱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성폭력 범죄 판결에 있어 주요한 판단 기준이자 근거로 작용하여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보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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