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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선생 유해, 고국으로 돌아온다

조회수 2018. 2. 26. 14: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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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만의 '귀국'

16일 저녁 늦게 윤이상 선생의 따님 윤정(67·통영 거주) 선생님과 오랜만에 안부 인사를 겸해 전화통화를 했다. 정범구 신임 독일대사가 윤이상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였다.


윤정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독일에 있는 부친 윤이상 선생의 유해를 조만간 통영으로 모셔올 계획이라고 했다. 나로선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래서 공개된 사실이냐고 여쭈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만에 하나 사전에 공개돼 혹여 일이 그르칠 것을 우려하신 때문이었다. 나는 비보도를 약속했고, 어젯밤에 쓴 블로그 글에서는 이런 내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정범구 대사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정범구 대사가 윤 선생 묘소 이장 계획을 언급한 것을 발견했다. 정 대사는 윤 선생 묘소 이장을 희망하는 한 페이스북 친구의 댓글에 “유가족과 통영시가 통영으로의 이장을 원하고 있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라고 밝혔다. 나는 즉시 윤정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을 알려드렸다. 윤 선생님은 “전 그저 조심스럽다”고 하셨다.


이제는 묘소 이장 공개를 승낙하신 거로 보고 어제 나눈 대화를 몇 자 덧붙여 적어두기로 한다.

윤이상(1917~1995). ⓒ윤이상 평화재단

윤정 선생에 따르면, 정 대사 얘기처럼 가족과 통영시가 묘소 이장을 원하고 있어 조만간 통영으로 묘소를 이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무 부처인 외교부, 통영시와는 협의가 이미 끝났고, 2월 중에 통영시 공무원이 이 건으로 독일 출장을 갈 예정이라고 한다. 3~4월경에는 윤 선생님도 독일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윤이상 선생이 묻힌 베를린 교외도시 스판다우의 가토우 공원묘지는 독일의 저명인사들 묘소가 있는 명예의 전당이다. 윤 선생은 생전에 자신이 묻히기로 한 곳을 알고 계셨으나 한 번도 직접 가 보시진 않으셨다고 한다. 비록 좋은 장소에 묻히긴 했으나 외국 땅이다. 윤정 선생은 부친 묘소 이장은 “마지막 숙제”라고 말했다.


1995년 11월 3일 독일서 돌아가신 윤이상 선생은 생전에 꼭 고국에 묻히길 바랐다고 한다. 윤 선생의 고향 친구인 모 시인이 생전에 윤 선생에게 통영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늘 파도 소리가 들리는 좋은 장소를 하나 찾아놨다고 하자, 윤 선생은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한다. 이제 머잖아 그 꿈이 이뤄질 모양이다.

윤이상 선생 묘소에 참배하는 정범구 신임 독일대사. ⓒ주독일대사관

한편 윤이상 선생 묘소 이장에 대해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독일 정부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데 이 점은 크게 어려움이 없는 거로 보인다. 다만 독일 교민들과 윤이상 선생을 사랑하는 많은 현지인들의 ‘섭섭함’이 클 것이다. 이에 대해 윤정 선생은 “묘소는 이장하되 그 자리에 기념표석을 하나 세워두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난해 윤이상 선생 탄신 100주년을 맞아 통영 윤이상기념관 메모리홀에서 기념음악회를 열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윤 선생을 기리는 국제음악제의 명칭은 ‘윤이상 국제음악제’가 아니라 ‘통영 국제음악제’로 돼 있다. 윤 선생의 묘소 이장을 계기로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이 고향인 통영에서 부활하기를 기대해본다.

* 외부 필진 '정운현'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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