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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왜 피겨스케이팅은 여성(Women) 대신 숙녀(Ladies)를 쓸까?

반면 남성 피겨는 'Gentlemen' 대신 'men'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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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kr

미국의 페기 플레밍 선수가 우아한 안무와 완벽한 싱글 악셀 점프로 1968년 그레노블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지 50년이 흘렀습니다. 오는 수요일에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후예 미라이 나가수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장착하고 올림픽 챔피언에 도전하죠.


그간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기술은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관련 용어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합니다. 나가수 선수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출전하는 종목의 정식 명칭은 ‘Ladies’ Singles(여자 싱글)로 여성 선수들이 참가하는 부문에 'women'을 사용하는 대부분 종목과 다릅니다.

Men, Ladies로 표기된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평창동계올림픽

이 명칭은 1892년 확립된 것으로 빙상종목을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국제빙상연맹(ISU)의 설립과 역사를 함께 합니다. ‘Ladies’가 들어간 종목 명칭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구시대적이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남성 종목은 ‘gentlemen’ 대신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men’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스케이트의 역사가 길고, 전통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안에 여성차별적인 요소가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이젠 좀 바꿔보자"는 의견을 피력한 스캇 해밀턴. ⓒ트위터

1998년 올림픽 피겨 챔피언 타라 라핀스키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NBC 애널리스트로 제2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라핀스키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 종목의 전통을 대부분 존중하는 편이지만, 종목 명칭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며 “ladies를 women으로 바꾸는 안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평창 현지에서 NBC 해설자로 활약 중인 1984년 올림픽 피겨 챔피언 스캇 해밀턴도 트위터에서 해시태그(#letschangeit)를 달며 같은 의견을 밝혔습니다.


한편 현역인 나가수 선수는 어떤 명칭도 괜찮다는 쪽입니다.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어요. 둘 다 괜찮습니다. 저는 강하고 자부심을 가진 여성이지만, 동시에 숙녀(lady)이기도 한 거겠죠. 저는 페미니즘을 지지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스키점프, 스피드스케이팅, 스노보드.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피겨스케이팅 외에도 현재 평창 올림픽에서 여성이 참가하는 14개 종목 중, 명칭에 ‘ladies’를 사용하는 종목은 알파인스키, 스키점프, 스피드스케이팅, 스노보드 등 총 7개입니다. 봅슬레이와 컬링, 아이스하키는 ‘women’을 사용하죠.


이는 각 종목을 관장하는 국제기구가 각자 정식 명칭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각 연맹이 사용하는 종목 명칭을 그대로 가지고 오죠. 종목 명칭에 통일성도, 논리적인 근거도 없는 이유입니다.


캐나다빙상연맹은 약 10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국내 대회에서 종목 명칭에 ‘wome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 역시 자문을 거쳐 해설자들에게 종목 명칭을 ‘women’으로 쓸 것을 권고하고 있죠. CBC 대변인은 “우리 방송국이 스포츠 중계의 글로벌 리더로서, 남녀 스포츠 종목이 보도되는 방식에서도 앞장서서 평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방침도 마찬가지로 “ladies” 대신 “women”을 쓰자는 것입니다.


반면 NBC는 미국빙상연맹과 뜻을 함께하며 굳건히 ‘ladies’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정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 관계자는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용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현재 추진 중인 ‘성평등 점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명칭 변경을 먼저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여전히 결정권자라면, 여성은 올림픽에 참여하지도 못할 겁니다. 그는 올림픽이 “남성의 스포츠열을 주기적으로 발산하는 엄숙한 자리”이며 “그 보상으로 여성의 박수를 받는 곳”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여성의 신체는 생물학적으로 스포츠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한 바 있죠.


이런 정신으로 시작된 스포츠 행사라면, 오늘날 여성 선수들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까요? 명칭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치일 뿐일까요?


수많은 박사 논문이 ‘lady’라는 단어의 정치성을 논하고 있지만, 스포츠 영역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이 단어가 존경의 의미인지, 비하의 의미인지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일관성의 문제죠.


남성과 여성을 ‘men and women’으로 쓰면 이는 그저 중립적인 지칭일 뿐입니다. 그러나 ‘ladies’와 ‘gentlemen’에는 보다 구체적인 뉘앙스가 담깁니다. 특정한 매너나 몸가짐을 암시하는 단어죠.


윔블던대회는 남녀 부문에 모두 ‘gentlemen’과 ‘ladies’를 씁니다. 이것을 문제 삼는 이는 없죠. 남녀 부문을 동등하게 칭하고 있으니까요. ‘men’과 ‘women’을 쓰는 US오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남성을 ‘men’으로 부르면서 여성만 ‘ladies’로 칭하는 종목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녀 부문에 모두 ‘gentlemen’과 ‘ladies’를 쓰는 윔블던 대회. ⓒwimbledon.com

관장 기구가 많은 종목의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골프가 좋은 예죠.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은 ‘women’을 쓰는 반면, LPGA투어를 관장하는 기구는 명칭 자체에 ‘ladies’가 들어있죠. 브리티시오픈 1주일 전에 치러지는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가수 선수 등을 지도하고 있는 톰 자크라섹 코치는 “피겨스케이팅이 유래된 지역과 시대를 생각하면 ‘ladies’가 적절한 용어였을 것”이라면서 “정당한 이유는 없지만 모두가 그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우리 종목에서 일종의 전문 용어가 되어버렸다”고 말합니다.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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