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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재산 공개를 싫어하는 이유

조회수 2018. 2. 14.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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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대체 얼마나 부자일까?

*보스톤칼리지의 길 맨존 주니어 교수가 <더 컨버세이션>에 쓴 칼럼입니다.

“부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돈이 많은지 가난한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당장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배우 크리스 록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크리스 록이 2014년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를 지적하며 했던 말입니다. 실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는 불평등을 연구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와도 닿아있는 문제입니다.


바로 ‘어떻게 하면 불평등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죠.


불평등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소득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소득에 관한 정보와 데이터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두 해 소득이 좋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부자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쌓아온 부를 더욱 늘려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그러한 부를 측정하는 데 걸림돌이 꽤 많았습니다.


아마도 부자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잘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는데요. 크리스 록이 말했던 것처럼 정말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처럼 이 주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항상 더 정확하면서도 포괄적인 데이터를 찾아왔고, 빈부 격차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물론 제가 폭동을 조장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시민들이 우리 사회 안의 빈부격차가 어느 정도나 벌어져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 불평등이 아니라) 부의 불평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CNN news

빈부격차 측정하기

불평등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소득을 살펴보는 것이죠. 앞서 설명했듯이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고, 계산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큰 그림의 단면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재산은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얼마를 버는지 뿐만 아니라 앞서 번 소득과 물려받은 자산 등이 모두 반영된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부자와 나머지 사람들의 가장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방법은 재산의 불평등을 조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삶의 질이나, 주어지는 기회의 차이를 측정하기에도 재산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금융 자산이 얼마 정도인지, 노후 대비는 얼마나 되어있는지를 모두 가늠해볼 수 있죠.


급여가 달마다 들쭉날쭉하거나 예기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를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지도 재산이 좌우하는 사안입니다. 저축해놓은 돈을 비롯해 재산이 어느 정도 있다면 갑자기 온수기가 고장 나서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거나 갑자기 병원비를 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여윳돈 한 푼 없는 사람들보다 걱정이 훨씬 덜 할 테니까요.

얼마나 불평등할까?

부의 불평등에 관한 데이터를 놓고 나라별로 비교해보면, 미국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압도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 인스티튜트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3년 재산 기준 미국 상위 5% 가계가 미국 전체 자산의 62.5%를 가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는 30년 전 54.1%였던 것보다 높아진 수치로, 나머지 95% 가계의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45.9%였던 것이 37.5%로 줄었습니다.


소득에 따라 가계를 상, 중, 하 세 부류로 나누면 2013년 기준 소득이 높은 가계의 평균 연 소득은 639,400달러, 중간에 해당하는 가계의 평균 연 소득은 96,500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소득 상위 가계 재산의 중간값(median wealth)이 소득 중위 가계 재산의 중간값보다 거의 일곱 배가 많았습니다. 적어도 지난 30년 사이 해당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빈부격차는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죠. ⓒ연합뉴스

불평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에마누엘 사에즈와 가브리엘 저크먼 교수는 또 상위 0.01% 부자가 미국 전체 자산의 22%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인데, 1979년 같은 수치가 7%에 불과했던 것을 비교하면 대단히 눈에 띄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에 관한 데이터만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2013년 상위 5%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은 미국인 전체 소득의 30%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이 63%에 가까운 재산을 소유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하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벌어진 나라는 미국 말고도 얼마든지 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 미국은 특히 심각합니다. 재산 상위 5% 가계의 부는 미국 중간 가계의 부보다 91배나 더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18개국 가운데 미국은 부의 편중이 단연 가장 심합니다. 미국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큰 나라가 네덜란드였는데, 앞서 계산한 수치를 네덜란드에 적용해 계산하면 미국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모두 다 잘 살 수도 있을까?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공화당 세제안은 이 문제를 훨씬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개인에 부과하는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최대 과표 구간의 세율을 39.6%에서 37%로 일시적으로 낮추며, 부자들이 우려하던 막대한 상속세를 크게 감면하고, 마지막으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 21%로 크게 낮춘 것이 이번 세금 제도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세제의 혜택은 거의 압도적으로 부자들이 누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하위 20% 가계가 내는 세금은 1년에 40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상위 20% 가계는 무려 연간 평균 5,420달러의 세금을 아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부유한 상위 0.1% 부자들이 아끼게 될 세금은 연간 61,920달러이고, 2025년이 되면 가구당 감세 규모가 연간 152,2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감세 범위와 규모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개인에 대한 이러한 엄청난 세금 면제는 2026년이 되어야 만료됩니다.


이밖에도 새로운 세제안이 부자들에게 가져다줄 혜택은 한둘이 아닙니다. 법인세를 낮춰주면 그 이득의 대부분은 결국 부자들의 주머니로 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상속세를 낮추면 세대에 걸친 부의 축적이 훨씬 더 급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도곡동 타워펠리스와 구룡마을의 비교되는 모습. 상징적인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새로운 세제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번 세제안으로 불평등이 심각해지지 않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부자들이 아끼게 되는 돈은 결국 돌고 돌아 모든 미국 가계로 흘러들어 모두가 혜택을 누리게 되리라는 겁니다. 이른바 낙수 효과의 논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일을 정리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낙수 효과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부자 감세를 통해 더 많은 돈이 부자들에게 흘러 들어가도 경제 성장률은 높아지지 않고 가난한 미국인들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누리지도 못하며 심지어 기대수명도 낮아집니다. 실제로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지난 2017년 2년 연속 낮아졌습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팩트를 채워둡시다

미국인들이 빈부격차의 실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던 크리스 록의 주장은 옳았던 걸까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미국에 존재하는 부의 불평등을 실제보다 대단히 과소평가했습니다.


설문조사와 다른 연구를 보면 크리스 록이 주장한 나머지 부분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즉, 미국인 대부분은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과연 현재 미국 사회가 지금 수준의 부의 불평등을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을지, 아니면 크리스 록이 우려한 대로 폭동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우리가 지금 똑똑히 새겨야 하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심각하게 악화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입니다.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더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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