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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재결합이 반갑지 않은 이유

조회수 2018. 2. 1.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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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재결합에 팬들은 시큰둥하다.

드디어 재결합일까, 이제 와서 재결합일까?


지난 29일 MBC <무한도전>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 - H.O.T.' 방송을 준비 중이라며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재결합 소식을 전했다.


<무한도전>의 입장에선 2014년 11월 토토가 특집, 2015년 10월 토토가2 특집에 이어 삼고초려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집요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17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H.O.T 완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모두가 행복한 그림이 만들어진 걸까?

이재원이 자신의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jw_jayone1/)에 올린 사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려요.. 여기까지 오기위해 저희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저희는 그저 예전에 그랬듯이 최선을 다할게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안해요.. 이날을 기다려주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8. 2. 15. 우리 다시 만나요."

토니안은 29일 자신의 SNS에 재결합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뒤이어 강타, 이재원도 차례차례 소감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 그들의 사과가 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됐을까?


안타깝게도 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냉랭한 쪽에 가깝다. 무려 H.O.T의 재결합, 그것도 <무한도전>이 추진하는 일에 이토록 밋밋한 반응이라니 상당히 의아하다. 그런데 내막을 알고 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H.O.T 멤버들은 팬들의 기대와 믿음을 깡그리 무너뜨려 왔다. H.O.T 팬들은 그동안 수없이 많이 재결합을 부르짖어 왔다. 그럴 때마다 H.O.T는 여러 이유를 들어 팬들의 외침을 외면했다.


물론 소속사 문제도 끼어 있었고, 추구하는 음악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를 “함께 했던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다 보니 쉽게 풀 수 없는 여러 상황들”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적인 문제들은 극복하지 못할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의지(의욕)의 문제로 보였다. 항간에는 멤버 일부의 탓이라는 말이 나돌았고, 자연스레 멤버 간 불화도 논란거리가 됐다. 오해와 의혹, 루머는 증폭됐다. 상처는 팬들의 몫이었다.


지난 2016년 젝스키스가 토토가2를 통해 재결합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비상했을 때, H.O.T 팬들은 마냥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젝스키스의 '커플(1998)'이 각종 음원사이트를 휩쓸고, 거리에서 울려 퍼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젝스키스의 신곡들이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 때도 H.O.T 팬들에겐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 YG엔터테인먼트

일각에서는 젝스키스의 행보를 추억팔이라고 비아냥댔고, 단발성 이벤트라고 격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젝스키스는 다양한 활동(공연, <젝스키스 에이틴> 다큐멘터리 등)으로 팬들을 만났고, 꾸준하게 소통에 나섰다. 적어도 팬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선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자 팬들도 막강한 화력으로 지원 사격하며 젝스키스의 기를 듬뿍 살려줬다. 이른바 윈윈(Win-Win)이었다.


아이돌의 원조 H.O.T 팬들로서는 그 모든 것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H.O.T의 경우에는 컴백 시기를 계속해서 놓치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특히 그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가 치명적이었다. ‘간을 너무 오래 봐서 간이 안 맞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뜸을 너무 들인 것이다.


젝스키스가 보여줬던 감동이 H.O.T에게선 보이지 않는다. <무한도전> 토토가의 패턴은 식상한 데다 복고 열풍도 지나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여러모로 H.O.T에게 상황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팬들과의 교감일 것이다.


젝스키스의 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이 중심축을 잘 잡아준다면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애석하게도 H.O.T의 팬들은 와해 상태다.


역시 문희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문희준은 2016년 연말 20주년 콘서트와 2017년 2월 결혼 과정에서 팬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팬들은 문희준이 “20주년 콘서트로 결혼 자금을 만들었다” “팬들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취급했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문희준은 “왜곡하지 말아달라”며 반박했지만 팬과의 간격을 좁히진 못했다.

문희준 ⓒ오마이뉴스(오마이스타)

급기야 디시인사이드 H.O.T 갤러리 팬들은 문희준의 모든 활동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팬들은 보이콧의 다섯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팬을 대하는 태도


2. 명백한 거짓말과 팬과 대중을 기만


3. 무성의한 콘서트 퀄리티


4. 멤버 비하와 재결합 관련 경솔한 언행


5. 불법적 굿즈 판매와 탈세 의혹

이 문제는 H.O.T의 재결합 및 향후 활동에 큰 장애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 이것이야말로 H.O.T가 선행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당장 재결합 소식을 알리는 것보다 팬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오직 다섯 멤버들과 팬들만을 생각하며 무대에 서자!"고 했다지만 왠지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진정성에 여전히 의문이 간다. 분명 H.O.T 완전체의 컴백은 2018년 예능과 가요계의 최고의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엄청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남이가? 를 외치기엔 골이 너무 깊다. 젝스키스가 그의 팬들에게 선물했던 자부심을 H.O.T의 팬들도 경험할 수 있을까. 아직까진 회의적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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