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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건물 앞엔 아직도 불법주차 차량들이 있다

조회수 2018. 1. 19. 15: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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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격

지난 16일 오후 2시경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인근 편도 1차선 도로.

ⓒ연합뉴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난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폭 7m 남짓 편도 1차선 도로에는 불법주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검게 그을린 참사 건물에서 불과 30m 떨어진 도로 양쪽으로 주차된 승용차만 10대였다.


작년 12월 21일, 화재 당시 소방차는 신고 접수 7분 만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 그러나 불법주차 차량에 막혀 500m가량을 우회하느라 진화작업이 14분이나 지연됐다.

불길이 크기 전에 신속하게 끄는 것이 중요한 화재 진압에서 소방차 출동의 골든타임은 5분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불법주차로 인한 진압 지연은 건물 내 비상구 폐쇄 등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끔찍한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앞서 봤다시피, 그 후로도 변한 것은 없었다.

ⓒJTBC

제천 시민 김모(36)씨는 "그렇게 많은 생명이 희생됐는데도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소방 인력이 아무리 충원되더라도 이런 시민의식이라면 또다른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느냐"고 말했다.


제천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일에는 강릉소방서 경포 119안전센터에서 해맞이객들이 세워놓은 차가 소방서 앞 차고까지 가로막아 출동한 소방차가 바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 도착 시간이 지연돼 연소 확대로 이어진 건수가 147건에 달한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현장 진입 지연 건수는 2015년 113건에서 2016년 119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23.5% 증가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진압에서 초반 10분은 불의 연소 확대가 상당 부분 진행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불법 주정차로 인해 현장 도착 시간이 지연된 사례는 조사된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목욕탕과 찜질방 같은 다중이용업소의 안전 불감증도 여전했다.


충북소방본부가 지난달 29일부터 도내 목욕탕과 찜질방이 있는 복합 건축물 115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58%인 67곳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물건을 쌓아놓는 진열대로 비상구를 가로막아 피해를 키운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상황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또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시내 목욕탕과 찜질방 등 319곳에 대해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한 결과, 약 38%인 120곳에서 330건의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주요 위반 사항을 보면 소방펌프 작동 불량, 비상구 폐쇄, 불법 건축물 설치, 피난시설 장애물 적재 등이다.


소방 안전 관리 미흡은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심각했다. 인구 8만2천여명인 충남 예산군은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 22곳 중 21곳(96%)에서 소방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만연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개개인이 귀찮더라도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는 등 작은 노력을 해야 대형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도 가연성 건축 자재를 교체하고 안전시설을 잘 갖춘 건물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안전은 비용·부담'이라는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해외 사례를 연구해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도로 폭을 줄이고 길가 주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다. 불법 주정차를 할 경우 도로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고 정해진 구역에 주차하기 때문에 긴급 차량 통행에도 문제가 없는 도로 구조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주차공간은 제공하면서 보행자나 긴급 차량 통행에도 문제가 없는 도로안전 시설을 정비해서 무질서한 주차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보통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인다. 하지만 참사 이후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현 상황은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거나 다름이 없다. 물론 사후 대처가 이미 발생했던 끔찍한 참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때 인지한 잘못된 부분들을 제대로 고쳐놓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똑같은 참사가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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