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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은 '대상'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만으로 승부하던 그의 스타일은 분명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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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예능인은 누구일까. 


한 명만 꼽는다는 게 어려울 만큼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여전히 굳건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유느님' 유재석, <정글의 법칙>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낚시왕' 이경규, 데뷔 26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통장요정' 김생민, 누구보다 열일하고 누구보다 웃겼던 '예능 대세' 박나래까지. 


그밖에도 김구라, 전현무, 신동엽, 김병만 등의 이름도 거론할 만 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예능인의 이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올해 연예대상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현재 지상파의 어느 예능에도 출연하고 있지 않다. 불과 몇 년 전 같으면 위상과 처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변방'을 전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시절은 지났다. 케이블과 종편의 창의력과 기획력은 이미 지상파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그가 더 이상 지상파에 출연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를 최고라 부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의 이름은 '행복한 주방장' 강호동이다.


2000년대 중·후반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예능계를 양분했다. '국민MC'라는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2011년 세금과소납부 의혹 등으로 논란이 일었고, 강호동은 책임을 통감하며 연예계 잠정 은퇴 선언을 했다.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서 갑작스레 내려와야 했다. 2012년 8월 SM C&C와 계약을 하며 호기롭게 복귀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졌다는 평가, '한물갔다'는 이야기마저 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KBS2 <달빛프린스>, KBS2 <투명인간>, MBC <별바라기>, SBS <맨발의 친구들> 등은 시청률 부진으로 줄줄이 폐지됐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나마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 선전했지만, 그마저도 2016년 10월 막을 내렸다. 대중들은 더 이상 강호동을 원치 않는 것일까. 자존심뿐만 아니라 존재감에 타격을 입었을 테지만, 강호동은 포기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반전에 성공했다.

강호동은 기존의 '보스형 MC' 스타일을 과감하게 벗어버렸다. 익숙함과의 결별은 언제나 위험한 모험이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그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렇게 완전히 달라졌다. 


앞에서 힘으로 끌어당기기보다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으로 변신했다. 윽박지르고 소리를 지르기보다 조곤조곤하게 '소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또, 그의 강점인 '친숙함'을 더욱 강화했다. '형님'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이미지를 다각화했다.


힘만 세다는 편견과 달리 매우 영리한 전략을 세워나갔다. tvN <신서유기>, JTBC <아는 형님>을 통해 젊은 층과 적극적으로 호흡했다. 동생들과 어우러지며,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편, JTBC <한끼줍쇼>를 통해 중장년층을 공략했다. 이경규에게 구박을 당하고, 소녀 감성을 뽐내며 소통에 매진하는 모습은 강호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편견을 지워나갔다. 그런가 하면 tvN <섬총사>를 통해 과거 KBS2 <1박2일> 시절에 보여줬던 수더분한 모습을 재현했다.

"우리 당황하지 말아요." 
"싸우지 말아요. 다 행복하자고 하는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키친이에요." 


강호동은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캐릭터를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고, 그 분산 투자는 큰 결실을 맺었다. 유재석이 제한적인 이미지 속에 갇혀 있었던 데 반해, 강호동은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꿔가며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tvN <강식당>을 통해 최정상의 위치에 다시 우뚝 섰다. 한때 강호동을 압박했던 '안티'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동안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던 강호동이었지만, 이제 그는 완전한 호감형으로 돌아섰다. 이 변화는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강식당>에서 강호동은 '해피 키친'을 외친다. 홀과 주방의 신경전이 벌어지면 "싸우지 말아요"를 주문처럼 외고, 돌발 상황이 발생해 멤버들이 멘붕에 빠지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침착하게 서두르지 말고"라며 다독인다. 가끔 버럭하고 싶을 때가 있어 보이지만, 그런 순간조차 화를 꾹 누르고 미소를 띤다. 


그런 강호동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웃음이 터진다. 평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과 말투로 계속해서 평화를 주창하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의 평화론(과 행복론)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강호동은 주방에서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요리에 대한 각별한 애성을 보여준다. 그 진정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고된 노동에 지쳐가는 멤버들을 보살피고 격려한다. 이러한 강호동의 인간적인 모습들과 섬세한 리더십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제작진과 멤버들(특히 이수근과의 콤비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과의 케미스트리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변화일 것이다. 한참동안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했던 강호동에게 완벽한 '해답'이 주어진 셈이다.


강호동의 재기, 부활, 그리고 더 높은 비상은 놀랍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다들 '이젠 끝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강호동은 도전이다. 흔들리고 쓰러져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안주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강호동이라는 예능인, 더 나아가 강호동이라는 인간을 지탱해 온 힘일 것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거침없이 달려왔던 그가 2018년에도 신나는 질주를 계속하길 기대한다. '행복한 주방장', 그 다음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또, 그의 입에서 얼마나 많은 '수근아x20'가 나올지도.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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