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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의 기적

조회수 2017. 12. 2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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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마주친 산타가 원하는 선물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어제 나가본 서울 시내는 크리스마스의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은 사람들로 길거리마다 북적이더군요. 가족과 연인에게 줄 선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를 만나러 나온 사람들, 크리스마스의 인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서로 다른 목적으로 나와 있지만, 모두들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즐기는 것만은 같은 듯 합니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캐롤이 흐르고, 색색의 전구로 장식되어 반짝이는 거리를 보면 꼭 크리스마스에만큼은 평소에 기대하지 못했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인지, 크리스마스에는 유독 기적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퍼집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승객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실제로 선물한 항공사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가장 가득한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명동시내? 선물로 가득차있는 장난감 가게? 저는 크리스마스에 누군가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그리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인 공항이 그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해 드릴 웨스트젯(Westjet) 항공사는 온 공항에 가득한 크리스마스의 설렘에 더불어 진짜 기적을 승객들에게 선물했습니다.


2013년 12월 24일, 캐나다 토론토 공항과 온타리오 공항에는 캘거리 행 웨스트젯 항공기를 탑승할 승객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캘거리에 있는 고향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이었죠. 그런데 탑승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 승객들 앞에 이상한 부스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사람 키만큼 큰 선물상자였습니다. 

선물상자에는 커다란 화면이 있었고, 그 안에는 파란색 산타 옷을 입은 만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산타는 탑승권의 바코드를 상자 옆의 스캐너에 갖다 대 보라고 말했고,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은 하나 둘 자신의 비행기 탑승권을 기계에 가져갔습니다. 그러자 캐릭터 산타가 아니라 진짜 산타가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승객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이죠. 

호호호 코헨~ 반갑구나. 넌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승객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산타의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후덕한 모습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산타의 모습에, 사람들은 곧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4살짜리 코헨은 산타 할어버지에게 기차놀이 세트가 가지고 싶다고 말하네요. 친절한 산타는 코헨의 엄마아빠에게도 소원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이 부부의 대답은?

Big flat screen TV.... (커다란 평면스크린 티비요)

잠시 당황하는 산타...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정도는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호호호 웃어 넘깁니다 ㅋㅋㅋ점점 더 많은 승객들이 모여들어, 산타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했습니다. 선물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가짜 산타에게 갖고 싶은 선물이 뭔지 말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전 새 양말이랑 속옷이 갖고 싶어요.
타블렛 PC가 갖고 싶어요.

대기실에 모여있던 약 250명의 승객들은 화면 속 산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선물을 모두 말하고서 다들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재미있는 이벤트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피곤한 승객들은 대부분 잠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3시간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말이죠.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50여명이 직접 말한 크리스마스 소원은 웨스트젯 홍보부 직원들에 의해 즉시 하나의 목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3시간 후 이 비행기가 도착할 캘거리 공항에는 크리스마스 기적을 이뤄낼 175명의 웨스트젯 직원들이 비상 대기중이었고요. 만들어진 선물 목록은 캘거리 공항의 웨스트젯 직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었고, 175명의 직원들은 미친 듯이 길거리로 뛰쳐 나갔습니다. 승객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요! 웨스트젯은 정말 그 목록에 있는 선물들을 다 줄 생각이었던 걸까요?

맞습니다. 직원들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승객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백화점, 전자제품 전문점, 쇼핑몰 등으로 선물을 사러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는 또 다른 한 무리의 직원들이 사온 선물을 열심히 포장했습니다. 이 모든걸 3시간 안에 해내야 하기에, 캘거리 공항의 웨스트젯 사무실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합니다. 선물을 사오는 팀과 포장하는 팀, 그리고 선물에 이름을 붙이는 팀이 마치 특공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역시 기적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죠. 

드디어 행운의 웨스트젯 항공기가 눈이 소복히 쌓인 캘거리 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았습니다. 드디어 집에 왔구나~! 3시간의 짧은 잠을 잔 승객들은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수하물만 찾아서 나가면 그리운 가족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조금은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자신의 짐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오길 기다리는 승객들. 그런데 갑자기 수하물을 찾는 곳에 크리스마스 전구가 환히 켜지면서 캐롤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가 줄줄이 내려옵니다.

어머! 상자에 내 이름이 써 있어!

오마이갓! 타블렛 PC닷!!!!!!!

휴가때 집에갈 수 있는 공짜 비행기표에요^^

삼성 갤럭시야... 정말 나한테 주는거야??? Really?

산타에게 소원을 빌었던 250명의 승객들은 모두 캘거리 공항에서 자신이 원한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다들 좋아하기도 전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받은 한 승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아마 기쁨의 눈물이겠죠?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경험한 승객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 그럼.. 아까 대형 평면 티비를 달라고 말해 산타를 당황시켰던 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원대로 엘지의 50인치 초대형 티비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는 부인과 산타를 끌어안고 있는 남편이 보이시나요?

행복한 추억을 안고 각자의 고향집으로 돌아간 250여명의 승객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이들에게만 찾아간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기적이 시작되었거든요. 캘거리 공항에서 일어난 이 일은 19개의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었고, 웨스트젯 홍보팀은 이 영상을 즉시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홍보팀과 협력하고 있던 캐나다의 블로거들과 주요 미디어들은 이 비디오를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를 타고 캐나다와 북미에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처음 영상이 업로드 된지 단 3일만에, 시청자수는 140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2월 31일에는 3천5백만명이 시청했습니다. 유튜브상에서 19만건의 좋아요와 17만건의 공유, 그리고 3만건의 리플을 얻은 이 영상은 2013년 최고의 인기 비디오로 꼽혔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웨스트젯은 모든 경쟁사를 순식간에 제치고 최고의 브랜드 노출을 보이는 항공사가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상에서 각 브랜드에 대한 engagement (좋아요, 공유 등을 수치화 한 점수)에 따르면, 웨스트젯은 이 이벤트 이후 경쟁사들에 비해 10배나 높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이뤄냈습니다. 전 세계의 235개 국가에서 영상을 시청했고 1600건 이상의 미디어 보도가 나갔습니다. 웨스트젯의 유튜브 계정 가입자수는 11,000% 증가했고 4천 2백만 건의 트윗이 웨스트젯을 언급헸습니다. 그리고, 웨스트젯의 매출은 전년대비 무려 86%가 증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웨스트젯은 이 크리스마스 기적 프로젝트를 통해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단일 홍보 이벤트로는 아마 전세계 최대효과를 거둔 역사적 이벤트가 아닌가 합니다. 당시 웨스트젯이 내부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었던 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와 북미를 중심으로 운행하던 저가 항공사에서 더 큰 시장으로의 확대를 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미와 캐리비안, 그리고 하와이까지 운항노선을 확대하면서 웨스트젯이라는 브랜드를 북미와 남미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선결 과제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수천만 달러의 광고비가 필요했지만, 웨스트젯은 280여명에게 줄 선물 비용과 약간의 홍보비만으로 수천만 달러짜리 광고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웨스트젯의 이벤트를 성공시킨 요소에 관해서는 지금도 경영학계에서 활발한 연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 홍보효과를 가능하게 했는지, 그 과정에서 SNS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성공적인 SNS 홍보전략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많은 학자들과 기업가들이 이 사례를 놓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이벤트의 성공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유튜브였을까요? 페이스북이었을까요? 아니면 웨스트젯 홍보팀과 미디어간의 끈끈한 협력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성공에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웨스트젯 비디오가 그렇게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그것이 좋은 콘텐츠였기 때문이죠. 좋은 콘텐츠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상의 경우 초반에는 홍보를 위해 퍼뜨리긴 했지만, 콘텐츠 자체도 모두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에 SNS를 타고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웨스트젯은 이 비디오 이전에도 플래시몹과 같은 유머 있는 비디오를 통해 SNS마케팅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공감 가능한 콘텐츠를 통해 위 성공을 거두어 낸 것이죠.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기다리시나요? 기적은 모두가 함께 바라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되고 누군가가 그 바람을 조금이라도 가능케 하려는 노력으로 자라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그리고 앞으로의 크리스마스에는 또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요?

* 외부 필진 '두루마리' 님의 기고 글입니다.


출처: 세상을 풀어보는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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