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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와 어린 여자’의 연애가 께름칙한 진짜 이유

여성들은 왜 <나의 아저씨>에 화를 냈을까?
직썰 작성일자2017.11.28. | 159,924  view

아저씨 전쟁이다. 요 몇 주간 SNS엔 아저씨를 둘러싼 전쟁이 일어났다. 아이유가 논란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출연을 결국 확정한 것. 촬영 여부는 본인의 의사고 연애 관계에서의 나이 차가 무슨 범죄도 아니다만 기분이 께름칙하다. 왜 그럴까?

아이유(24, 여)와 이선균(42, 남)이 로맨스를 한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source : 뉴시스

40대 남배우 이선균과 이병헌은 각각 <나의 아저씨>와 <미스터 선샤인>에서 20년 연하 여배우와 로맨스를 펼친다.

이미 상영했거나 상영 예정인 수많은 아저씨와 어린 여성 간 연애서사들을 떠올려 본다. 18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역시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러브슬링(레슬러)> 등도 실제 배우 간, 또 작중 캐릭터 간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를 설정하고 있다.

개봉예정인 영화 <러브슬링>의 두 주연 이성경과 유해진도 나이 차가 어째 좀...?

source : 머니투데이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이선균은 10년 전에도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윤은혜에게 ‘아저씨’라 불렸고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실제보다도 나이 많은 아저씨로 등장해 15년 연하 여주인공과 로맨스를 연기했다.


올해 방영했던 <도깨비>의 경우 판타지 설정을 통해 (그리고 배우 공유의 얼굴을 통해) ‘아저씨 느낌’을 희석시켰다만 (작중 공유의 나이는 939세로 아저씨를 초월한다…) 이 역시 상영 당시엔 19세로 설정된 김고은의 나이 탓에 같은 비판을 받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메인 커플 강마에(40)와 두루미(25),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source : MBC

이러한 비판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반박이 존재한다.


(1) 검증된 청년 남성 배우가 부족하다. 
(2) 시장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연인들 간 나이 격차는 현실 세계에도 흔한 일이고, 연상 여성이 연하 남성과 연애하는 드라마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데, 두 가지 해명 모두 이 께름칙한 기분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진 못한다. 왜일까? 


(1) 검증된 남성 배우가 부족하다면 


검증된 청년 남배우가 부족한 것은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짝지어줄 적절한 논거가 되지 못한다. 40대 남배우와 케미를 맞출 30대 여배우, 40대 여배우가 차고 널렸지만 정작 그들은 시장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즉 남배우의 나이가 올라가도 시장은 어린 여배우만 바란다.

배우 문소리는 40대 전후로 선택폭이 급감하는 여배우의 현실을 얘기했다.

source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배우 문소리는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다큐 영화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여배우의 험난한 생존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그 외 많은 배우들도 “왜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이 줄어들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해왔다. <미씽>의 엄지원과 공효진, <미옥>의 김혜수가 그랬고 남배우 강동원도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있다.


(2) 여자가 연상인 커플도 있지만 


드라마는 어차피 상품인데 아저씨 판타지 좀 다루면 어떠냐는 말도 있다. 여자 배우 쪽이 나이가 많은 아줌마 판타지도 있는데 그것도 문제냐면서. 나이 많은 여성과 어린 남성이 나오는 드라마도 분명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이 나오는 드라마와 같은 값을 가질까? 그렇진 않다. 빈도와 방식에 차이가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는 20대 후반의 나이로 설정됐다. 이게 아줌마 판타지라기엔 좀..

source : SBS

가령 배우 전지현은 자신보다 나이 어린 남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춘 여배우지만 그 나이 차가 20살 가까이 나진 않았다. 더불어 드라마가 그 나이 차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지도 않았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30대 배우 전지현은 여전히 어리고 예뻐 보이는 외모로 20대 여성 천송이를 연기했다. 상대역 김수현은 실제 전지현보단 7살이 어리지만 작중에선 나이 미상의 외계인이었다.


나이 든 여성과 어린 남성의 연애가 크게 부각된 예로는 19살 나이 차의 김희애-유아인이 출연한 <밀회> 정도다. 그러나 “이성과 정념 사이, 마흔살 여자의 웃지 못할 사투”라는 사회적 금기를 그린 <밀회>를 보다 가볍고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의 연애와 대등하게 비교하긴 어려워 보인다. <나의 아저씨>와는 제목부터 차이가 크다.

jtbc 밀회는 말그대로 '위험한 만남'을 다뤘다. <나의 아저씨>와는 분위기가 좀 다른 듯하다.

source : jtbc

물론 이것은 누군가의 음모나 계획보다는 사회의 욕망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모습 -아줌마 판타지완 다른 아저씨 판타지- 이야말로 미디어가 (나아가 사회가) 여성을 다루는 고루한 방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문제다. “어리고 예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욕망 말이다.


바보야, 문제는 ‘어린 여자 판타지’야 


많은 사람들이 <나의 아저씨>에 께름칙해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히 아저씨와 어린 여성의 연애물에 기분 상한 게 아니다. 그 연애물이 재현하는 현실 속 여성의 처지에 기분이 나쁜 거다. 


남성 캐릭터는 꽃미남의 풋풋함부터 중후한 중년의 매력지 다양한 캐릭터를 판매한다. 그에 비해 여성 캐릭터는 여전히 젊음과 미모에 집중한다.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다. 여자가 25살이 지나면 “꺾인다”거나, 30살이 넘어가면 “상장 폐지”된다는 말은 최근까지도 별문제 없이 각종 미디어, 커뮤니티 속에서 통용되던 말이다. 

가령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유명한 '드립'이었다.

source : SBS

또래 나잇대의 사랑 얘기라면 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 남녀 둘 다 젊고 예쁘니까. 그러나 2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벌어지자 이야기가 뭔가 달라진다. 남배우의 (극 중) 나이가 40대여도 여전히 젊은 여성을 욕망하는, 그리고 욕망할 수 있는 사회의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나의 아저씨>를 시청한 40대 아저씨들이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어린 여성에게 추근덕 거리지 않겠냐는 ‘께름칙함’도 여기서 온다. 얼핏 생각할 때 설마 드라마 하나로 그렇게 되겠느냐 싶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진짜 그렇게 될까 봐 께름칙한 게 아니라, 이미 그러고 있기 때문에 께름칙한 것이다. 


어린 여성과 연애하거나 섹스하는 것이 남성성의 과시가 되는 사회, 직장이나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나이 많은 권력자들에 의한 성폭력이 여성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이미 ‘어린’ 여성이 가지는, 그리고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여성이 가지는 각각의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있다.


늘어나는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의 로맨스’는 실상 무슨 대단하고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그 위치에 대한 재확인일 뿐. 그걸 볼 때마다 “께름칙”해 지는 이유다. 

<나의 아저씨> 방영 소식에 달린 한 네티즌의 일침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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