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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뭔가 많이 아쉽다

조회수 2017. 10. 13. 1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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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느낌..?

두세 끗이 부족하다. 


이를테면 끓는점에 도달하기 전 90℃ 정도 온도의 물처럼 말이다. 분명 뜨겁기는 한데 팔팔 끓어오르진 않는다.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 이야기다. 


갖춰야 할 건 다 갖췄다. 속된 말로 짱짱하다. 그런데 뭔가 애매하다. 심지어 어색하기까지 하다. 집중해서 보다가도 어느 순간 맥이 탁 풀린다. 몇몇 장면은 스킵해도 무방하고 어떤 장면들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재미가 없진 않다. 물론 100℃가 되지 못한 재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집필한 박혜련 작가의 필력은 이번에도 단연 돋보인다. 마음의 소리를 듣거나 ‘피노키오 증후군’으로 진실을 감별했던 판타지는 꿈으로 나아갔다. <당잠사>의 주인공들은 예지몽을 통해 미래를 본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판타지를 구현하는 박혜련 표 판타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주인공 한 명, 혹은 두 명에게 주어졌던 능력은 이제 세 명에게로 확대됐다. 그만큼 이야기는 복잡해졌지만, 혼란스럽지 않다. 확실히 그는 자신의 세계에서 더욱 성장했다.

그렇다면 부족한 10℃의 원인은 연기자들에게 있는 걸까. 정재찬 역의 이종석과 남홍주 역의 수지.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에서 박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이종석은 이번에도 준수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의 연기는 늘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당잠사>의 정재찬은 분명 캐릭터 면에서는 차별성이 있지만, 이를 연기하는 이종석의 톤은 이상하게 전작들과 다를 바 없다. 누구보다 이종석을 잘 알고 있을 박 작가는 그의 훤칠한 키와 주먹만 한 얼굴, 장난기 가득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표정을 열심히 활용하지만, 그 온도는 9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수지에게 있다. 


물론,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수지가 큰 노력을 기울였고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당잠사>에서 남홍주는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내면에는 아픔을 간직한 복합적(이지만 익숙한)인 캐릭터다. 예지몽을 통해 봤던 아빠의 죽음을 막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운명에 갇혀 있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운명을 피하지 않는 담대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지는 작품과 잘 연결되지 않는다. 여러 CF가 나열된 듯한 느낌이 들 뿐,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 녹아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사의 속도, 타이밍, 톤이 겉돌고 그 맛도 밍밍하다. 묵직한 내면 연기가 나와야 할 타이밍에도 귀여움이 앞서고, 그러다 보니 자꾸만 아쉬움이 찌꺼기처럼 남는다. 

그래서일까. 웃음과 긴장을 공존시키는 박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이종석과 수지는 성장 중인 배우임이 틀림없지만, 그들의 연기가 드라마의 무게감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몰입을 완전히 방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몰입을 100% 시키지도 못한다고 할까.


분명 <당잠사>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사실상 ‘타임리프물’을 표방하는 이 드라마는 예지몽이라는 소재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는 곧 바꿀 수 있었던 과거를 의미하기도 하고 바꿔야만 하는 현재를 뜻하기도 한다.

정재찬과 남홍주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로맨스로 본격 진입했고 열혈 청년 경찰인 한우탁은 꿈의 법칙의 실마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정재찬은 이유범(이상엽)과 악연을 이어갔고 남홍주는 다시 기자로 복직했다. 거기에 의문의 치킨 가게 사장(강기영)이 미스터리한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다. 이쯤 되면 기초 작업은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청률은 서서히 올라 8.1%, 9.4%로 <병원선>(7.5%, 9.3%)을 아슬아슬한 차이로 제치고 동 시간대 1위도 차지했다.


박혜련 작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밥상은 그럴 듯하게 차려졌다. 이제 팔팔 끓는 찌개만 가운데 올려놓으면 금상첨화다. 그러기 위해선 이종석과 수지, 두 배우가 부족한 10℃를 채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야기의 쫄깃함으로 끌고 왔다. 


끓는점에 이르기 직전, 두세 끗이 필요하다. 두 배우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어 제대로 된 폭발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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