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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작품마다 흥행시키는 마성의 남자배우들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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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안(選球眼) :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 가운데 볼과 스트라이크를 가려내는 타자의 능력

공을 잘 봐야 잘 때릴 수 있다. 투수의 손끝을 떠난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공이나 다 쳐도 홈런이나 안타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세상에 그런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좋은 공을 때려야 양질의 타구가 나온다. 공을 가려내는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인 셈이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배우에게도 선구안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만나 자신의 능력과 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3할이면 만족할 수 있는 야구와 달리 이쪽 세계는 더욱 살벌하다. 애초에 기회 자체가 제한적일 뿐더러 워낙 큰 제작비가 들어가는 일이라 실패의 책임은 상당히 큰 타격이다. 물론 배우에게 금전적인 타격이 전가되진 않지만, 실패가 누적되면 '공을 칠 수 있는'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공을 보는 기회가 적어지면 자연스레 선구안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편, 최근 그 어떤 배우보다 뛰어난 선구안을 발휘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 배우가 있다. 바로 이제훈과 이종석이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은 영화 <파수꾼>(2010)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강렬하게 각인시켰고, <고지전>(2011), <건축학개론>(2012), <파파로티>(2012)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제대 후에는 SBS <비밀의 문 - 의궤 살인사건>(2014)에서 한석규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 <박열>

2016년 최고의 드라마였던 tvN <시그널>은 그를 청춘 스타에서 '선 굵은 배우'로 탈바꿈 시켰고, 필모그래피의 대표작을 손에 넣은 이제훈은 이후 더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다.


선악이 공존하는 다크 히어로 '홍길동'을 연기했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5)에선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비록 흥행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가 보여준 번뜩이는 재치와 연기력만큼은 돋보였다. 그뿐인가. 독립투사 박열의 삶을 다룬 이준익 감독의 <박열>(2017)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눈빛은 박수를 절로 이끌어낼 만큼 완숙했다. 광기와 진지함, 유쾌함이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전환되는 그의 눈빛은 이제훈 연기의 요체라 할 만하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송강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이제훈은 <박열>에 이어 또 한번 우리 역사의 아픔과 마주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아이 캔 스피크>에 출연한 이제훈은 "남겨진 세대로서 우리도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엑스포츠뉴스>, 이제훈 "'박열' 이어 '아이캔스피크', 역사에 무심했던 과거 반성")"며 출연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어느덧 그에게서 배우로서의 자의식뿐만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마저 느껴진다.


한편 이종석은 지난 8월 개봉했던 <브이아이피>에서 흥행실패를 경험하긴 했지만, 브라운관에서는 불패의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SBS <피노키오>(2014), MBC <W>(2016)를 '골라낸' 그의 선구안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참신한 소재(혹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품을 읽는 '감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드라마의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가령,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박수하 역을 연기했고, <W>에서는 '차원'을 넘나드는 웹툰 주인공 강철로 분해 로맨틱 서스펜스를 능숙하게 실현시켰다.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들을 이질감 없이 캐릭터 속에 담아낸 것이다.


그리고 지난 9월 27일 베일을 벗은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역시 '예지몽'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만찢남'이라는 별명처럼, 그에겐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배우적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잠사>의 경우에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에 이어 박혜련 작가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자 배수지와 함께 출연한 기대작이었던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종석은 능숙하게 캐릭터를 잡는 동시에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힘을 보여줬다. 과거 이보영, 한효주 등 선배들의 보호(?)를 받아왔던 전작들과 달리 (애초에 청춘 드라마였던 <피노키오>는 예외다.) 이번 작품에선 보다 주도적인 위치에 놓였지만, 전혀 어색함 없이 준수한 연기력을 뽐내는 중이다.


현재 <아이 캔 스피크>는 1,649,349명(10월 1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킹스맨: 골든 서클>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다. 조만간 <남한산성>에 밀릴 것으로 보이지만, 잔잔한 웃음과 깊은 감동의 <아이 캔 스피크>는 장기 흥행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잠사>는 시청률 9.2%(4회,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11.3%(20회)의 MBC <병원선>을 바짝 쫓으며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에 돌입했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역전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구안이 뛰어난 두 명의 배우, 이제훈과 이종석의 선전이 특히 눈에 띄는 한가위다. 앞으로 두 배우가 어떤 작품을 맡고,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듯 싶다. 물론 입대를 앞둔 이종석에겐 약간의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선배인 이제훈이 제대 후 매우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발전했던 예를 기억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찌됐든 우리는 두 배우가 주축이 된 시대를 살아갈 것이기에.


* 이 글은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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