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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장 꿈꾸는 홍석천을 지지한다

홍석천이 안될 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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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선거가 있던 그해 나는 선거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말은 컨설팅회사지 선거 떴다방에 불과했다. 요식적인 컨설팅이 있긴 했지만 그걸 빌미로 명함, 홍보물 등을 만드는 게 대부분이었다. 

광역 급 후보나, 기초 후보 중에서도 시장급 후보는 대부분 자체 인력풀을 돌리고 신뢰할만한(경험이 많은) 업체를 끼고 선거를 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 같은 작은 곳에 그런 후보들이 일을 맡길 리 없었다. 우리 회사는 보통 기초의원들이나 작은 지자체 군수급 정도가 찾아왔다.


이렇게 말하는 게 옳은 건 아니겠지만, 단위가 작아질수록 선거에 입후보하는 인물들의 질은 떨어진다. 광역에서 기초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같은 지방의원이라도 도의원이냐 시의원이냐에 따라 인물은 걸러지지 않았다.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비슷했다. 종종 가진 것 없는 정치 낭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당히 벌어놓은 돈이 있고 그 돈으로 권력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선거 자체보다는 공천에 더 관심이 있었다. 정치권 인사들과 어떻게든 연줄을 만들어 공천 한 자리 받아놓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이 그랬던 정도가 아니라 내가 본 후보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다 그랬다. 


빈약한 동기로 출마를 결심한 그들이 공약으로 내놓는 것은 고작 ‘당 대표 내지 핵심인사들과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지역에 대한 비전이나 나아갈 정치에 대한 방향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들은 보통 최소한의 형식적인 공약조차 없이 빈손으로 사무실에 찾아와서는 “나 당선시켜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실 밥벌이보다 그게 더 걱정되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일했지만, 그들이 당선되지 않길 바랐다. 내 눈에 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양아치들이었다. 더 심한 양아치들은 공천을 받지 못하자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기도 했다.


그들을 영업대상으로 삼은 회사의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기가 모 정당의 공천심사위원과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공천 중개였고 불법이었다. 실제로 불법적인 공천 중개가 있었는지, 회사의 대표와 공심위원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알고 있는 것도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대표는 영업해야 한다며 하루에 내 월급보다 더 큰 돈을 룸살롱에 쏟았고 그게 ‘남자들의 비즈니스’인 마냥 피곤해하며 생색을 냈으며 그런 식으로 굴러갔던 지방선거는 원칙이 없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불법이 판을 치는 양아치들의 경연대회였다.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용산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홍석천 씨 때문이다. 홍석천 씨는 꽤 오래전부터 용산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난 2일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그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어김없이, 예상했던 것과는 한 치의 차이도 없는 반대 의견들이 쏟아졌다.


정리하자면 이런 거다. 그가 동성애자인 건 차치하고, 그는 시정 경험이나 정무경험도 없는데 함부로 구청장에 나가선 되겠냐는 말이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듣고 앞서 이야기한 과거의 경험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시사저널에서 밝힌 바와 같이 홍석천 씨는 용산지역, 특히 ‘이태원’이라는 비교적 특수한 지역의 문화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게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 그의 머릿속에 얼마나 구체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20년 넘게 그곳에서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용산에 대해 선명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건 확실히 보였다.


만약 그의 정무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면 다른 많은 정치인이 그렇게 성장했듯이 수많은 보좌진에게 도움을 받고 이해관계인들과 토론하고 목소리를 들으며 역량을 키우면 된다. 정치 신인에게 전문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를 아무리 낸들 무용해진다. 


우리는 여태껏 빠르고 잘못된 정치들에 당하지 않았나. 적어도 그런 측면에서 나는 홍석천이 내가 보아왔던 수많은 양아치 후보들보다는 훨씬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는 앞서 인터뷰에서 ‘공천을 받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이야기한 ‘공정 경쟁’이라 함은 그가 동성애자라서,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특수한 상징이라서 받는 이벤트성 공천을 거부하고 오로지 ‘용산 구청장 후보’로서 평가받겠다는 이야기일 거다. 


나는 그가, 자기가 일회성 이벤트로 사용되고 전락함에 따라 자기를 위시한 뭇 동성애자들이 받아야 할 평가도 고려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서 모든 변론과는 상관없이 나는 구청장을 꿈꾸는 홍석천을 지지한다. 그가 아무 비전이 없대도, 그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그가 지역 단체장이 된다는 사실은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거다.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훌륭한 정책과 캠페인 못지않게 크다. 여태까지의 홍석천도 충분히 그랬던 존재였다.

나는 동성애자 구청장을 원한다. 동성애자 국회의원도, 동성애자 대통령도 원한다. 수많은 소수자가 자기가 소수자였단 사실과는 상관없이 어떤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동성애자인 게 표를 받고 정치인이 되는 데 아무런 상관없는 세상을 원한다.


나는 그래서 구청장 홍석천을 지지한다.


* 이 글은 외부 필진 백스프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uidlesf/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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