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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회수 2017. 9. 26. 14: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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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모에 덜 신경 쓰게 된 계기

나는 눈이 작다. 어릴 때부터 콤플렉스였고, 성인이 되면 쌍커풀 수술을 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자랐다. 그런데, 막상 이십 대 중반이 될 때까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고, 눈 크기보다 관심 가는 게 많았다. 그러다가 문득 주변 친구들의 예뻐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 '쌍커풀 수술할까? 아님, 트임이라도?'


고민을 털어놓자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아빠는 "정 원하면 해라. 그런데, 연예인들 보면 나이 들수록 관리하기 힘들어 보이더라"라고 하셨다. 속으로 '그런 연예인들은 정말 손을 많이 댄 사람들이지, 대부분은 예쁘기만 하다'라고 생각했다. 


나와 눈이 꼭 닮은 우리 엄마는 당장 하라고 하셨다... 친구들은 "지금도 매력적인데 왜 수술을 하느냐"고 물었다. '너한테 이 눈으로 살라고 하면 살고 싶니?'라고 묻고 싶었다. 일관되게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했던 남자친구에게도 다시 물어봤다. 그가 말했다. 

"너는 너대로 지금도 예뻐. 자연스러워서 좋은데, 수술해서 괜히 부자연스러워지면 어떡해."

"너나 그렇게 말하지. 나도 지금 괜찮다고 생각해. 그런데, 연예인처럼 예쁘지는 않잖아."

"네가 왜 연예인처럼 예뻐야 해? 네가 엄청 예쁜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음..."

"네가 여러 사람들 중에 가장 예쁠 필요는 없잖아."

출처: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

짚고 넘어가자면, 나는 연예인처럼 예쁘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예쁘지 않다. 어쨌든, 갑자기 멍해졌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예쁜 외모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내가 왜 특출나게 예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예쁜 것이 더 좋아서라고 하기에는 스스로도 수긍이 가지 않았다.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예뻐진다면, 무엇이 좋을까?


① 많은 사람이 호감을 보일 확률이 높다.

② 특히 이성에게 인기가 높어질 확률이 높다.

③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해질 확률이 높다.

④ 거울을 보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흐뭇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내게 중요한가?


①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가 외모로 나를 좋아해 준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게 다다. 나를 예뻐서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의 다른 점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귀고 싶다.

② 중요하지 않다. 유혹과 시험에 들어 혼란만 커질 것 같다.

③ 굳이 지금보다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할 필요가 있을까? 과하다.

④ 이게 그나마 제일 좋아 보인다.

결국 내가 예뻐져서 좋은 점이라고는 외모에서 오는 자기만족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기만족이 성형외과를 알아보고 수술 후 두문불출해야 하는 몇 주의 시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비용과 혹시라도 수술을 망치게 됐을 때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성형수술하고 싶은 이유는 못 됐다.


이때를 계기로 외모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이십 대 중반이 지나면서 노화가 시작됐고, 성형 여부와는 별개로 계속 늙어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반적으로 예쁘다고 말하는 외모의 기준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외모에 연연하는 것이 과연 남은 인생에 도움이 될까. 좋은 영향을 미칠까. 그보다는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 나이 들수록 빛을 발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를테면, 관용, 통찰력, 지혜로움, 전문성처럼 말이다. 


여전히 사람들을 만날 때면 화장을 한다. 필터가 있는 앱으로 사진을 찍는다. 설리와 아이린을 보면서 감탄한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외모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내가 왜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이기적인지, 예전처럼 글을 많이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모습이 왜 눈이 작은지, 왜 이렇게 생겼는지 고민하는 모습보다는 마음에 든다. 

예쁜 외모를 욕망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고 즐거움을 준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도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옳든 그르든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어떻게 개인의 의식만을 탓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질문했으면 좋겠다. 한 번쯤은 자신이 왜 이토록 예뻐지려고 하는 것인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단지 예쁜 것이 좋다는 이유로,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형수술을 결정한다. 해서 만족하면, 차라리 낫다.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평생 괴로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동안, 다른 점들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가능성까지 놓쳐버리는 것 같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예쁘지 않다. 그래서 가끔 짜증난다.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내적으로 성숙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이 글은 외부 필진 가끔 쓰는 이다솜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가끔 쓰는 이다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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