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적립형 주택 성공할까?

조회수 2020. 11. 6.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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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공급계획인지, 우리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부를 위한 공급계획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김인만의 트루 내 집 마련 스토리 #148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의 주거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분적립형 주택 카드를 들고 나왔다. 10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일정을 구체화했는데 2023년부터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 한다.


서울시가 2028년까지 공급할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물량은 1만 7,000가구로 이미 8.4 공급대책에서 언급한 태릉CC부지와 용산 정비창, 강남 유휴부지 등이 될 것 같다. 새 아파트 좋아하고 새 차 좋아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자꾸 신상 주택상품을 내놓는데 솔직히 좀 피곤하다. 보금자리, 행복주택, 토지임대주택, 시프트 등 뭐가 이렇게 많은지 국민을 위한 공급계획인지, 우리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부를 위한 공급계획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지분적립형 주택이란?

지분적립형 주택은 분양자(청약 당첨되어 분양계약을 하는 자)가 최초 분양 시, 토지, 건물 지분의 20~25%를 취득해 입주할 수 있다. 입주 후에는 남은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시세 대비 낮은 수준으로 매 4년 10~15%씩 내고 균등하게 지분을 나누어 취득함으로써 20~30년 후 비로소 주택을 100% 소유하여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프로젝트라 보면 되겠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20년 기간으로 분양가격을 5억 원으로 가정한다면, 입주할 때 1억 2,500만 원을 내고 25%의 지분을 획득한 후, 매 4년 동안 15%인 7,500만 원을 내면서 20년 후 100% 지분인 5억 원의 집이 내 집이 되는 것이다.

9억 원을 초과하면 30년 운영이 기본이고 9억 원 이하면 20년 또는 30년 중 수분양자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자금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8년간 임대 후 분양가의 20~40% 개인 지분을 취득하고 매년 4년마다 12~20%씩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자격기준은?

지분적립형 주택 자격기준은 다음과 같다. 신혼부부 40%, 생애최초 30% 해서 총 70%를 특별공급으로 하고 나머지 30%에 대해 일반공급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득기준은 조금 완화되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맞벌이 160%) 이하, 부동산 총합 2억 1,500만 원 이하, 자동차 2,764만 원 이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지분적립형 주택 성공할까?

지분적립형의 장점은 돈이 부족해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분들한테 집값의 20% 정도 일부만 내고 살면서 천천히 갚아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렇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과연 나라면 지분적립형 주택을 선택할까?


'적은 초기 자금으로 살면서 서서히 내 집이 된다는데 괜찮은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내가 당사자라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정책을 만든 분들이나 정부 관계자한테도 묻고 싶다. 과연 본인이라면 선택하시겠냐고. 왜 필자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지 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자.

1) 20년~30년 동안 거주를 해야 완벽한 내 집이 된다

실 거주 목적으로 오래 살면 좋지만, 일반적으로 한 집에 10년 이상 거주하기는 쉽지 않다. 나이를 먹어 50세 이상 되는 분들이라면 정착을 하고 10년이 아니라 20년도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30~40대 젊은 세대들이 20년 동안 한 집에 거주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가능은 하다 해도 몇 % 정도가 20년을 거주할지는 의문이다.

2) 4년마다 지분 금액을 낸다

분양가 5억 원으로 가정하면 입주할 때 1억 2,500만 원을 내고 4년마다 7,500만 원씩 내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좋은 직장을 가진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4년 동안 7,500만 원을 마련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5억 원 기준에서 그렇고 실제로 서울에서 전용 84㎡ 기준 5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될 것이다.

3) 월세도 낸다

그냥 살면서 4년마다 지분에 따른 돈만 내면 그나마 좋겠지만, 공공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비례해서 임대료를 내야 한다. 공짜면 그래도 해볼 만한데 월세를 내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정부가 월세 금리를 시중 월세 금리보다는 낮게 책정하겠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월 월세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4) 전매 제한과 거주 요건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10년 정도의 전매 제한이 걸린다는데, 팔지도 못하고 실 거주도 해야 하면서 월세는 내고 4년마다 지분 금액을 낸다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5) 시세차익은 나눈다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면 처분이 가능하지만, 지분 비율에 따라 수분양자와 공공이 시세차익을 나눈다고 한다. 정부는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집을 사면 투기고 실 수요자들은 돈이 부족해서 주택 구입을 못하고 있으며 시세차익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돈과 재물을 가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기본욕구와 탐욕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어찌 되었든 누구나 돈은 벌고 싶다. 나는 실 수요라서 집값 오르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진짜 집값 오르는 것을 바라지 않고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들은 내 집이 아닌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면 된다.


집을 산다는 것은 내 가족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구축 목적과 함께 적어도 인플레이션 방어는 할 수 있게 남들 집값 오르는 수준 정도는 따라가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더해져 있다. 10년 전매 제한 기간 지났고 분양가 5억 원이던 집값이 10년 후 10억 원이 되었다고 하자. 나는 그 사이 50%의 지분을 확보했는데 5억 원의 시세차익 중 절반은 정부에서 가져간다고 하면 어떨까? 우스갯소리로 대출을 많이 받은 집 주인들은 내 집은 은행 소유라는 농담을 하는데 은행은 이자만 받지 집에 대한 시세차익까지 가져가지는 않는다.

6)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물량이라도 많아서 이런 지분적립형 주택이 대세가 되고 우리 모두 이렇게 사는 것이 이제 트렌드라고 받아들인다면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되면서 투기가 억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 2028년까지 1만 7천 가구의 지분형적립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면 1년에 3,500가구 정도의 물량인데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닐까.

7) 막대한 공적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결국 정부에서 공적자금으로 1만 7천 가구를 지어야 하고 20~30년에 걸쳐 서서히 회수하는 구조인데, 안 그래도 국가 재정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도 낮은 이런 정책에 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다니 안타깝다.


차라리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들한테는 대출 기준을 대폭 완화해 주고 집이 필요한 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집을 선택해서 거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예를 들어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시중금리 절반 수준 특별금리 적용, LTV 80%, DTI 면제, 취득세와 재산세 50% 감면해 주고 5년 거주, 10년 전매 제한 조건 걸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생애최초와 신혼부부에게 KB 시세 90% 수준으로 싸게 파는 양도인한테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조건까지 걸어주면 젊은 세대 주거문제 해결, 전세 수요 감소로 전세시장 안정, 양도세 동결현상 완화로 매매시장 안정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 서민들 주택 마련을 위해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탁상행정만 하지 말고 과연 나라면, 내 자식의 문제라면 어떻게 할까 제대로 된 고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네이버 카페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http://cafe.naver.com/atou1

유튜브 '김인만 부동산TV'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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