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부동산 통계, 왜 조사기관마다 다를까?

조회수 2020. 9. 1. 11:2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채상욱의 부동산 TMI #24

채상욱의 부동산 TMI #24

얼마 전 일입니다. 국토부 장관은 11% 올랐다고 하고 경실련이 57% 올랐다고 하면서 상승률 논란이 있

었습니다. 국토부는 주택가격의 국가공인통계인 감정원 수치를 인용한 것이고요, 경실련은 중위가격변동율을 통한 조사로 57%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국토부 상승률은 체감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경실련의 상승률이 맞는 것 같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통계의 문제는 깊게 들어가면 심각한 편에 속합니다

거래쌍 방식의 감정원 통계

출처: 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통계표

감정원의 가격통계 방식은 실거래쌍 방식을 사용합니다. 가령 A 아파트 단지가 반복 매매 거래될 때 가격상승률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일단 이런 실거래쌍 방식으로 가격을 추정한다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추정이 될 것으로 보일 텐데요, 문제는 1) 샘플링 한 아파트 단지에 신규 아파트의 인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며, 2) 반복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주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2)번이 중요한 이슈인데요, 반복 매매를 통해서 주간 단위로 가격을 추적하는 것인데, 거래가 없으면 추적이 되지 않겠죠?


우리나라의 연평균 아파트 매매거래는 약 100만 호 정도인데, 이는 전체 아파트 약 1,000만 호의 10%정도입니다. 1,000세대 아파트면 대단지 아파트라고 알고 계실 텐데요, 1,000세대 아파트도 25평, 34평, 48평의 3가지 타입이 있다고 한다면 25평의 수는 1/3로 낮아질 수 있죠. 그럼 300세대가 됩니다. 그럼 이 300세대의 10%가 거래된다고 하면 30세대이고요, 매주 거래된다고 하면 1년 중 30주는 거래가 있으나 22주는 거래가 없는 주가 되는 것이죠. 즉, 1000세대 아파트를 샘플링을 하더라도 거래가 비는 주가 꽤 많이 생깁니다. 


런데 감정원 통계는 이를 읍면동 단위로 발표를 하면서 더욱 거래쌍 추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요, 원래 이런 실거래쌍 방식은 거래회전율을 고려해서 사실은 굉장히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활용이 됩니다. 국제표준으로 인식되는 거래쌍 방식인 케이스쉴러 지수도, 읍면동 단위로는 절대 발표가 되지 않고요, 미국의 10대, 혹은 20대 대도시를 기준으로 또 ‘월 단위’로 발표가 됩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실거래쌍 방식을 추적하기에는 그 정도의 면적과 시간이 있어야 실제 거래가 찍혀서 추적이 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지수가 월 단위로 발표되는 것입니다. 최소 그 정 도는 되어야 거래쌍을 여러 개 확보해서 실질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이런 현실 때문에 거래가 없는 주에 대해서는 감정원도 표본의 전 실거래 사례, 인근 유사물건의 실거래 사례, 매수자-매도자의 동향, 매물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순수한 실거래쌍 방식이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이 들어간 수치 지표가 발표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전문가의 조정으로 인해, 감정원은 주간 단위로 주택가격을 발표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원의 이 기능은 2014년 12월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호가 조사방식의 KB와 부동산114 통계

주간 단위 주택가격은 KB와 부동산114에서도 발표하고 있습니다. 민간기관입니다. 그런데 조사방식이 다릅니다. KB와 부동산114는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입력하는 거래 가능한 시세를 기준으로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직 ‘시장가격’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가격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매매라는 것은 사려는 측과 팔려는 측이 합리적 결정을 했을 때 형성되는 가격인데, 매도 희망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주택가격 지표가 다소 높게 기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런 호가 조사방식이라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높은 것이 금융권 담보대출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가격은 아주 오랜 기간 국가 통계였고 2011년까지 국가공인 가격이었고, 이후에도 민간 금융기관에서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시 기준가액으로 활용을 하고 있을 만큼 그 시세가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KB가격을 참고합니다. 또 표본설계를 하여 조사하는 방식이다보니 감정원 방식과 비슷하여 통계적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민간이 자주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즉, KB통계는 국가공인은 지금 아니지만, 사실상 국가공인 격이라 하겠네요.

신뢰할 만한 주택가격 지표가 개발돼야

주택정책을 펼 때 주택가격의 동향조사는 상당히 중요한 지표입니다. 시장의 과열여부를 판단할 때 가격과 거래량이 대표적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간단위로 발표되는 주택가격 동향을, 국가공인기관이 발표하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민간 쪽에서야 주택가격 동향을 얼마든지 발표할 수 있는데, 국가에서 7일 단위로 가격 동향을, 그것도 10대 20대 대도시가 아니라 읍면동 단위로 발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주택정책을 펼 때 읍면동 단위로, 소위 핀셋규제가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핀셋 단위로 가격을 주간으로 발표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월간으로 주택가격이 발표되고, 대도시별로 발표된다면 핀셋이 나왔을까요? 또, 거래쌍 없는 주의 감정원 전문가의 보정이 들어가다 보면 결국은 새로운 KB, 부동산114 방식의 통계가 하나 더 생긴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은 시점에,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갈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확실한 지표에 기반해서 주택정책을 편다면 그것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정책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이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주택가격 시가총액의 흐름이 최소한 감정원이 발표하는 주택시장의 연간 가격 상승률과 맞아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감정원의 2019년 연간상승률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가계 자산통계 중 맞지 않는 숫자가 있다면 국가 통계상 일치성이 떨어지는 큰 문제이겠죠.


지금이라도 월간 기준의, 실거래쌍 방식의, 또 읍면동이 아니라 대도시권 단위로 발표되는 국가표준 통계가 하루빨리 개발되어야 올바른 주택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6년 연속 매경/한경 Best Analyst

하나금융투자(2014~2020)

LIG투자증권(2011~2014)

한국표준협회(2008~2011)

삼성물산 건설(2004~2008)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