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부동산 대책, 시장의 흐름을 먼저 보자!

조회수 2020. 7. 10.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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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얀그림자의 부동산 시그널 #13

강세장을 넘어 ‘불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수를 결정해놓고도 계좌번호를 받지 못해 사지 못했다는 울분의 글은 게시판에 넘쳐나며, 한 집을 동시에 3~4팀이 둘러보고 입찰하듯이 호가를 높여서 경쟁했다는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과 달리,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3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수요공급이고 두 번째는 유동성이며, 세 번째는 시장참여자의 심리다. 2020년 7월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도, 유동성도, 아닌 시장참여자의 심리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전과 비교했을 때 공급전망이 급감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유동성이 급증하지도 않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열심히 돈을 푼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통화량 자체는 늘었을지도 모르지만 유통속도가 줄어든다면 전체적인 사회의 유동성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상황은 전적으로 세 번째, 시장참여자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똑같은 객관적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심리가 집단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면 같은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가 변화한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더 늦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라는 조바심에 따른 것이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이 오히려 시장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어디에서부터 문제였을까?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주거불안에 따른 구매심리 확대’이다. 세입자라 하더라도 전/월세 가격이 일정수준 이하이고,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면 무리해서 주택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가정에서는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면 주택구매 수요가 감소하며,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주택의 구매와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증가시킨다면 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장기안정의 상황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왠지 합리적이고 차분해 보이는 논리이다.


2017년부터 이러한 논리에 따라 임대사업자 제도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직접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주택임대사업자들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세입자들은 급격한 임대료 인상이나 잦은 이사의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세입자는 안정된 주거를, 임대사업자는 세금혜택을 통해 서로가 이익을 공유하는 윈-윈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본인의 상황을 일시적이고, 빨리 극복해야 하는 상태로 인식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임차인 지위보다는 주택소유를 통한 심리적 안정과 자산가격의 상승을 훨씬 더 원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임대사업자의 급격한 확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아슬아슬하게 맞춰지고 있던 수요-공급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정말 많이 올랐을까?

사람들이 어디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입장은 달라진다. 내가 조금의 대출을 통해 장만할 수 있던 주택 가격이 상승하여 이제는 내 손이 닫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다면 상승폭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반면에 원래부터 엄두도 안 나던 곳의 주택가격이 더 상승했다는 소식을 통해 전달되는 숫자는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시기와 최근 몇 년간의 상승추세를 비교해보면 상승률 자체는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1999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의 연평균 상승률은 10%에 이른데 비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의 연평균 상승률은 5%수준이다.


지금의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낮기 때문에 상승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상승률 자체는 과거에 비해 낮지만 상승에 따른 절대가격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그래프가 움직일지는 시장 참여자의 마음에 따라 달려있다. 자기실현적 예언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현란한 풋워크를 통해 빠르게 이동하면서 단기간에 수익을 만들어내던 상황은 당분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규제지역 확대는 거침없이 이루어질 것이고, 관련 세금은 상승할 것이다. 기존의 구멍들은 빠짐없이 메워지고 있으며,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에 대한 우려 보다는 시장에 대한 짜증이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더 많이 느껴지고 있다.

2005년 8·31대책은 ‘실거래’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실거래가 신고는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2020년은 ‘실거주’라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입주해서 일정 기간을 거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택의 매매를 통해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책과 제도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변화시킬 수는 있다. ‘실거주’라는 키워드를 놓고 많은 정책이 변화해나갈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부담과 위험은 커질 것이다.


만약 새롭고 강력한 정책이 계속 등장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일시적 혹은 단기적 하락장이 찾아올 경우의 태도를 미리 결정해놓는 것은 불확실함을 줄이는 방법이다. 하락장에서 좋은 물건을 확보하는 것은 미리 준비된 자의 몫이며, 대부분은 충분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허락된다.


기존에 발표된 정책의 보도자료들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본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 내 상황에 맞춰 판단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제도가 급속히 변화할 때는 이해력이 돈을 벌어주는, 아니 최소한 크게 잃지는 않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 학창시절 여름방학은 언제나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때 쌓은 실력과 내공이 2학기를 결정했다.

글. 하얀그림자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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