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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020년 1월까지 대략 3년에 걸쳐 총 18회의 크고 작은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발표한 것이 2019년 12월 16일에 발표한 일명 ‘12·16부동산 대책’입니다.

1년에 6번꼴로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일부 수도권, 광역시 등의 집값은 잘 안 잡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때 정부의 단골 메뉴는 ‘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이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의 퇴행적 부동산 현상이 ‘이명박근혜’ 시절에 ‘빚내서 집 사라’면서 정부가 부동산 부채 주도의 성장을 주도한 결과가 오늘로 이어진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비겁한 변명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시차 측면에서 보면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오늘은 정부를 위한 변명을 몇 가지 해보고자 합니다.

정부의 정책에는 내부 시차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상과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고 했을 때 정부가 즉시 정책을 발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합니다. 세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세청과 협의해야 하고,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 내부 시차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에는 외부 시차라는 것도 있는데요. 정책이 시행된 후 본격적인 효과를 보는데 필요한 시간을 가리킵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즉시 경제가 활성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조금씩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죠. 질병이 있어 약을 먹었을 때 그 자리에서 낫는 것이 아니라 몸이 조금씩 회복되어 질병을 이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책의 시차 관점에서 보면 현재 정부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정권에서 시행된 ‘빚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책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은 현재가 아닌 다음 정권에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겁니다. 그럼 다음 정부가 그 공을 차지하겠죠. 정책 당국자들이나 서울시장이 과거 보수 정권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닙니다.

2020년 이후의 부동산 시장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간 지속하였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 수도 있고, 아니면 지속 상승 압력이 강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시차는 오늘부터 ‘6개월’ 또는 ‘1년 후’ 이렇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즉시 효과를 나타낼지 아니면 다음 정권에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시차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르니 답답한 일입니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정부의 정책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 현재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수많은 규제는 언젠가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고 판단하실 때 현 정부의 정책만 고려하시기보다는, 이전 정권에서 실시한 정책들도 함께 고려해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글. 우용표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그래서 지금 사야 하나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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