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정부에 맞서지 말라

조회수 2019. 12. 24.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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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모든 부동산 정책의 최종판

채상욱의 부동산 TMI #7

정부가 12월 16일 급작스럽지만 상당한 내용이 포함된 부동산 종합정책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정책으로 고가주택(시가 9억 원 이상)과 초고가 주택(시가 15억 원 초과)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간 상승세를 주도해 온 서울의 주요 아파트 시장에 냉기류가 흐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에는 9·13 정책 발표 후 약 6개월간 시세가 하락하면서, 증여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 저가 양도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한 바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20년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한 해인데요. 이럴 때 생각나는 격언이 바로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아닌가 합니다. 


출처: 직방
지금은 맞설 때가 아닌 대응할 때이다.

12·16 대책, 모든 부동산 정책의 최종판

12·16 대책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총 18번째이자, 사실상 모든 정책의 최종판 격에 해당합니다. 부동산 정책 목적이 시장 안정화라고 한다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와 같은 시장을 안정적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와 같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먼저 투자수요의 비중이 작아져야 한다고 판단을 했고요.

출처: 직방
12월 16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방안 주요 내용 (자료: 기획재정부)

투자수요는 보통 다주택자가 주택을 여러 채 사는 것을 일컫는데, 종부세가 높아진 작년의 9·13 대책 이후에는 다주택자의 투자가 상당히 위축되었습니다. 반면, 1주택 투자자가 늘었습니다. 정부는 1주택인데 해당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고, 본인은 다른 집에 전세를 사는 ‘전세 레버리지 갭투자’ 1주택자들도 투자수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소유만 하고 점유하지 않은 상태를 투자라고 본 것이죠.


소유는 해당 주택을 가진 상태를 의미하고, 점유는 갖고 있는 그 집에 실제 거주 중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국가 전체로도 점유율과 소유율에 4% 이상 차이가 있고 소유율이 더 높은데, 이는 소유는 했지만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가구가 약 80만 가구 정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는 이처럼 소유만 하고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가 유난히 많아진 해입니다. 


전세를 끼고 미리 주택을 매입한 1주택자가 이번 12·16 대책 발표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시가 9억 이상의 주택은 전세를 주고 본인은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고 있다면, 앞으로는 전세 대출 만기 시 대출이 회수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소유한 집을 점유하는 것이겠죠. 이름 그대로 주택의 실수요자가 되라는 의미입니다.

출처: 직방
1주택 실수요자와 1주택 투자자를 구분했다.

만약, 실수요자인데 단순히 1~2년 미리 주택을 산 사람들이라면 해당 주택에 들어가서 살 생각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주택을 점유할 만한 재무 상태가 아닌데 전세/신용 등 다양한 대출을 통해 소유했다면 그 집을 매수한 것은 비록 1주택이어도 투자수요로 본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입니다. 즉, 실수요 1주택자와 투자수요 1주택자가 구분되는 지점이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죠. 정부는 12·16대책을 통해 이렇게 1주택 실수요로 포장된 투자수요를 걸러 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15억 초과 주택 대출금지, 0.06% 가구만 영향

많은 언론 등은 12·16 대책 중 초고가 주택, 즉 시세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을 두고 여러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실제로 화제의 중심이 그리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


러나 홍남기 부총리가 말했듯,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이상 아파트의 비중은 전체의 10%입니다. 서울/성남/광명/과천/세종/대구 수성 등의 아파트를 통틀어서 본다면 30만 채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총 2,000만 호 이상의 주택이 존재하는데, 이 중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겨우 1.5%도 안 되는 비중이라는 의미입니다. 


게 다가 아닙니다. 이들 초고가 주택 중에서도 소유와 점유의 비중의 차이만큼만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가령 초고가 주택 중에서도 소유만 하고 점유하지 않은 상태인 경우에만 현금흐름 문제가 발생합니다. 


를 소유-점유율 차이인 약 4%라고 계산한다면, 30만 호 중 4%인 1만2,000호에 해당하는 가구만이 12·16대책으로 현금흐름 문제를 마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1만 2,000가구는 한국 총가구의 0.06%입니다. 이들을 대신 걱정하는 것도 좋지만, 애초부터 소유와 점유를 구분한 그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 정책은 신규로 초고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잠재적 실수요자들의 매수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측면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투기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에 대해 일시적으로 제동을 하는 것도 정부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이 정책이 향후 10년 이상 유지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겁니다.

오를 때는 내버려 두고 내릴 때는 부양하라?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을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버려 두다 보니 하염없이 무너지던 것이 불과 7~8년 전입니다. 그때는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이때 시장을 부양한 것도 정부였습니다. 지금은 과열된 것을 좀 억제하기 위해 억제책을 내는 것인데 이제는 시장을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오를 때는 내버려 두고, 내릴 때는 부양하라는 건데요. 이는 시장주의자가 아니라 시장부양주의자라고 불러야 하겠죠. 이 둘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주택가격은 전 세계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는 나라와 비교했을 때 최고로 비쌉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중에서 세계 3~4위 수준입니다.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맨해튼 집값과 서울 집값을 단순 비교하는 것인데요. 국가 간 주택 가격을 비교할 때에는 그 나라의 주택의 시장 가격의 총합인 시가총액을, 그 국가의 생산성의 총 합인 GDP로 나누는 배율을 통해서 과열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2.5배 수준이고 미국이 1.7배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부지역 과열은 미국이 심할지 언정, 국가 전체 주택가격의 총 합은 미국 대비해서도 높은 것이죠. 미국이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직전 2.4배였습니다.

출처: 직방
우리나라 GDP 대비 주택시가총액은 2.5배 수준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도 없다지만, 때로는 정부에 맞서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불만보다는 대응할 시점입니다.

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6년 연속 매경/한경 Best Analyst

하나금융투자(2014~현재)

LIG투자증권(2011~2014)

한국표준협회(2008~2011)

삼성물산 건설(2004~2008)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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