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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정의롭다

아파트 단지는 자신의 문제를 공공에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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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 #16

2019년이 저물고 있다.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일 것이다. 주택 가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암묵적으로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제대로 된 대우도, 시장의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 정말 주택의 대부분은 아파트일까? 2017년 통계청 주택총조사를 보면 전국 1,712만 호의 주택 가운데 아파트는 60%에 해당하는 1,037만 호이며, 광주광역시의 경우 서울(58%)보다 훨씬 높은 78%에 이른다. 제일 수요가 많을 것 같은 서울의 아파트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는 여기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자신의 문제를 공공에 떠넘기지 않는다

아파트를 천박한 욕망의 상징, 이기적 집단의 결집체, 도시경관의 파괴자, 다양성을 파괴하고 획일적인 주거양식을 강요하는 원흉으로 간주하면서도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파트로의 이주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더 좋은 아파트로의 이주를 꿈꾸고 있다. 한편으로는 욕하면서 한편으로는 간절히 원하는 그런 대상이 아파트인 것이다.


왜 아파트일까? 주택가의 이면 도로라고 불리는 골목길에는 빼곡하게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차량 소유주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도로에 주차를 해 놓는다. 주차난은 ‘현실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등장하고, 심지어 행정기관조차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만들어 약간의 부담을 도로를 특정인이 점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로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 모두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재’이다. 이러한 공간의 사용은 부당하다.


이에 비해 아파트는 입주자들의 주차 수요를 어떻게든 자신의 울타리 내에서 꾸역꾸역 감당한다. 주차장이 부족해 2중, 3중 주차를 넘어서 테트리스 주차가 이루어지는 곳도 있지만 어쨌거나 대부분의 아파트는 입주자들의 부담으로 확보된 공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차뿐만 아니라 녹지, 놀이터, 커뮤니티 시설, 심지어 폐기물 재활용까지 아파트 단지는 자신의 문제를 공공에 떠넘기지 않고 자신의 공간 속에서 해결하고 있다. 어떠한 공간의 사용 방식이 더 정의로울까?

모이면 힘이 되고 유리하다

통계를 살펴보면 아파트, 빌라·연립의 평균 거주면적은 77~80㎡로 비슷하다. 그렇지만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인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 6,292만 원, 연립은 2억 5,193만 원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총 1,606세대의 구의현대2단지 가격은 2017년 4월 대비 현재 90.91% 상승했다.

출처직방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집 내부 공간뿐만 아니라 주차장, 적당한 녹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 등 많은 시설과 공간이 필요하다. 아파트는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입주자의 부담으로 확보한 공간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 학교용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커뮤니티 시설 및 단지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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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단독주택이나 빌라·연립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이런 요소들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주거에 필요한 많은 요소를 스스로의 부담하고 해결하는 곳이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빌라·연립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 각종 시설과 편의를 제공해야 할 지자체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고군분투하였고, 그 결과가 대한민국의 높은 아파트 비율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떻게 아파트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용적률과 건폐율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건폐율은 대지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이다. 100㎡의 대지에 60% 건폐율 건물이 있다고 하면 60㎡에는 건물이, 40㎡는 녹지나 주차장 등이 들어간다. 아파트의 건폐율은 얼마일까? 단지마다 다르지만 대게 건폐율은 15% 미만이다. 전체 땅의 15%만을 사용하는 셈이다. 나머지 공간은 녹지나 주차장,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간다. 이에 비해 빌라·연립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다. 대부분의 면적을 건물이 차지하니 나머지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보통 용적률 250%, 건폐율 1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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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규모의 경제’가 더해진다. 10,000㎡의 땅에 100㎡ 면적의 아파트 200호를 15% 건폐율로 건축한다면 25층짜리 아파트 4동(1동당 50가구)과 8500㎡의 주차 및 녹지공간이 생겨난다. 이에 비해 같은 땅에 빌라·연립을 짓는다면 각각 100㎡의 면적의 땅에 2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각 필지별로 40㎡의 면적이 남아서 모두 합한다면 4000㎡의 면적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각 필지별로 분리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약 2대의 주차장을 빼고 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다. 모이면 힘이 되고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파트다.

환경친화적인 콤팩트시티(Compact city)

고층 아파트의 증가에 대해 많은 사람은 고층 아파트가 경관을 해치고 공동체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들어 더 이상 고층 아파트를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 서울시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해 35층의 층고 제한, 250~300%의 엄격한 용적률 제한을 두고 있다. 과연 이러한 고층, 고밀도 억제정책은 타당한 것일까?


저밀도 개발은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한정된 토지를 소수의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같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면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훼손 면적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낮은 밀도로 인해 대중교통의 보급을 어렵게 한다. 이로 인한 자동차 이용의 증가는 각종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가져오게 된다. 겉으로 보면 많은 녹지로 인해 쾌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 저밀도 개발인 것이다. 


반대로 고밀도 개발은 오히려 환경친화적이다. 같은 인구를 수용하는 데 있어 필요한 면적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연훼손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있어 대중교통 보급이 용이하고 차량의 이용이 감소하게 된다.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1인당 에너지 소비량과 대기오염 물질 및 온실가스 발생량은 줄어든다.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는 이러한 고밀도 개발을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라 명명하고 기존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권고하고 있다. 다른 사안의 경우라면 이러한 권고를 근거로 정부의 정책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시민단체 어디에서도 콤팩트 시티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국제기구는 콤팩트 시티를 도시문제 해결 방안으로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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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78년 신문을 찾아보면 국회에서는 아파트 특혜분양을 질타하고, 정부는 당첨권 전매 시 양도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다.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다. ‘아파트 생활이 지옥처럼 답답해서 더 이상 못살겠다, 시골에 가서 이웃들과 살게 해달라’고 조르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투신자살한 70세 노인의 기사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다. 이제 아파트 생활을 지옥처럼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회가, 세대가 적응하고 변화한 것이다.


아파트는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이 되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아파트에 대한 관념론적 비판보다는 아파트를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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