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주택을 매수하거나 전세를 구할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교통, 전망, 교육 등 3가지 요건을 위주로 판단하게 된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거나 다 큰 경우에는 교육이 빠지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짧게는 6년, 길게는 15년까지 교육은 주거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의 뜻을 대부분의 국민이 아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하여 이사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1980년대에는 고등학교 진학을 목적으로 위장전입이나 일시적 주소변경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중학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주택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교육에 관심을 둔 부모들의 관심과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5, 6학년에 전학 온 학생들이 원하는 중학교에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4학년이 선호된다. 이러한 지역들의 초등학교는 학년별 학생이 역삼각형 모습으로 나타난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 역시 중요한 고려요소다. 1980년 과외 금지 조치로 인해 대부분의 사교육이 금지되었던 시기는 의외로 짧았다. 1989년부터 대학생 과외와 방학 중 학원 수강이 전면 허용되었고, 1991년에는 학기 중 학원 수강이 합법화되었으며, 2000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과외는 전면적으로 허용되었다. 

이 시기부터 학원 밀집 지역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지금의 대표적 학원가인 강남 대치동, 노원 은행사거리, 평촌 학원가, 일산 후곡학원가 등은 모두 다 교통이 불편하고 조금은 외진 느낌의 조용한 곳이었다. 지하철역에서 좀 떨어져 있어 임대료가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유흥시설이 적은 곳이 학원 입지로서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학원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익은 제한되기 때문에 집적 효과에 따른 수익 증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학원가의 등장은 의외로 쉽지 않은 이유다. 서울의 새로운 주거지역은 대부분 재건축, 재개발에 의해서 형성되는데 이러한 지역들에 들어서는 상업시설들은 임대료가 매우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학원들은 입주를 꺼리게 된다. 2000년대 중반 한창 뉴타운 붐이 불었을 때 많은 지자체가 노력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 측면에서 가장 선호되는 지역은 누가 뭐래도 대치동 학원가 주변 지역이다. 전통적인 명문고등학교, 가장 경쟁력이 높은 학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 지역의 주택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 이후 주택시장 침체기에 공급된 희귀한 신규 단지들이 위치하고 있어 신축+교육+교통이 어우러진 완벽한 입지로서 인정받고 있다.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선호현상이 강해졌을 때는 진학에 필요한 정보와 교육에 유리한 학원이 가깝다는 이유로, 특목고 선호현상이 약해질 때는 좋은 일반고등학교에 배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선호된다. 교육정책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이 지역은 최고의 선호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치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학원가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최근 한티역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약간 주변 지역으로 간주되던 한티역 주변 주택에 대한 선호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가성비 측면에서 고려해 볼 수 있던 한티역 주변 주택 가격이 2018년 이후 급등한 것은 학원가 이동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예로는 평촌이 있다. 평촌은 주택이 노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가격방어 및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는 평촌 학원가로 대표되는 교육 여건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촌이 위치한 안양뿐만 아니라 주변의 과천, 의왕, 군포는 물론 좀 멀다고 생각되는 안산 및 수원 일부 지역에서도 자녀의 학업에 관심이 있는 부모로서는 평촌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열로 인해 평촌 일부 중학교는 서울 핵심 권역과 유사한 수준의 매우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평촌의 일반 고등학교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호도도 낮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강남권에 비해 상위권 학생들이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주변의 외고 등 특목고 진학을 하고 나면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급격히 낮아진다.

특목고 진학에 실패한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평촌 내부에서 진학을 하기 보다는 서울 강남 및 서초권으로의 전학을 선택하고 있다. 향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목고 폐지, 정시확대 등의 조치들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평촌지역의 일반고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신축+교통+교육이 모두 갖춰진 곳은 최고로 선호되는 지역일 수밖에 없는데, 만약 이 가운데 교육이 빠진다면 그 지역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오랫동안 이러한 지역들은 선호되지 않았다. 결국 자녀교육 때문에 떠나야 하기 때문에 입주 초반에는 선호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호도는 낮아졌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흐름이 확연히 보이고 있다. 신길뉴타운의 경우 계속 진행되는 신규입주 물량의 존재와 여의도와 인접한 교통 여건으로 인해 선호되는 지역이다. 반면 교육 여건의 측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며, 주변 상황을 고려해볼 때 단기간 내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도 힘든 지역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렇듯 뚜렷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신길뉴타운에 대한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 여건의 불리함을 극복할 만한 조건(신축, 교통)에 대한 선호가 전통적인 교육 여건을 압도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교육 여건의 개선은 의외로 느리게 이루어진다. 자녀를 둔 입장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교육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정된 지역으로 이주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교육여건은 개선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대표적인 지역이 마포 및 아현이다. 1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중산층이 유입되면서 느리지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백범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학원가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할 것인지가 이 지역의 미래모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은 오랫동안 주거 선택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역할을 해 왔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교육보다는 교통 및 편의시설 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지역이 제일 좋겠지만 그러한 지역을 선택하기 어렵다면 나머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대안으로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사회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는 점차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변화하는 흐름을 인식하여 적절한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