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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회피의 술래잡기

정부는 규제를 발표하고 수요자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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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욱의 부동산TMI #1

2019년 부동산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규제’와 ‘회피’입니다. 지난 수년간 주택시장은 유례없는 활황기를 보냈고, 이후 2017년부터 정부는 대출 규제나 양도세 규제, 재건축/재개발의 5년 내 재당첨 금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재실행, 3기 신도시 공급, 재산세와 보유세의 2~300% 상승 등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분양가상한제의 재실행을 예고했고요. 하나하나가 다 복잡한 내용이라 읽기만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제도들이죠. 

2017년 6.19대책을 시작으로 대출 및 세금 관련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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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몇 번씩 발표되는 복잡한 정책 변화 속에서, 개인들은 규제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절세나 투자의 틈을 찾아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시장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많은 정책은 거의 예외 없이 풍선효과를 낳아서, 한쪽 시장이나 상품이 규제대상이 되면 다른 상품이나 지역이 투자대상으로 선호되는 현상을 낳기도 했습니다. 2019년을 달구는 분양가상한제의 재시행도 그렇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을 둔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신축아파트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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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주택에 투자해 온 것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역사입니다. IMF 이후 가계 대출이 급격히 완화되고 주택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 제도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소위 부동산은 대중적 투자처로 각인되었습니다. 물론 60년대나 70~80년대에도 부동산 투자는 있었습니다. 훨씬 고대적 시절에도 부동산 투자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기관 대출 레버리지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된 것은 2000년에 들어서부터였습니다. IMF를 분기점으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정책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IMF이후 부동산 정책은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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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금융위기를 거치며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촉매도 대출에서 나왔습니다. 2014년7월, 최경환 부총리의 ‘빚내서 집사라’로 대표되는 대출규제 완화책이 시행된 것을 기억하시나요? 2014년 7월 이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담보 비율(LTV)은 50%였습니다. 현금 3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최대 6억 원의 주택을 매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7·24정책 이후 LTV가 70%로 완화되었고 이제 현금 3억 원을 보유한 사람은 최대 10억 원의 주택을, 현금 3억과 대출 7억으로 매수할 수 있었습니다. 혹은, 현금 3억 원과 대출 4억 원, 전세 3억 원으로 10억을 맞추는 것도 가능했죠. 2015년 당시 제 지인이 반포에 위치한 24억 원 아파트를 8억 자기자본, 8억 대출, 8억 전세로 맞춰서 매입한 것을 기억합니다. 2014년을 기준으로 가계의 주택구매력이 급증하게 된 계기에는 주택담보대출 완화가 자리하고 있던 것이지요. 


이 때문에 2014년 한 해에만 36조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후 매년 연평균 약 30조 원 수준의 주담대 총액이 증가했습니다. 2000년대 초 200조 원이던 가계대출은, 2010년에 800조 원, 현재는 1,600조 원에 이르고 이 기간 동안 주택시장은 소득과 대출이라는 유동성을 먹으며 성장했습니다. 사실 자산시장은, 대출을 먹고 성장합니다. 

대출을 먹고 자란 부동산 시장은 가파른 아파트값 상승을 야기했다. 위 이미지는 직방 앱으로 본 5년 간 매매가 변동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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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 정부는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판단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LTV는 70%에서 60%로 낮추었고, 이후 8·2 대책(2017년 8.2일 발표)에서는 다시 LTV 40% 수준까지 낮추었습니다.


그러나 개인들은 규제를 회피하는 다양한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대출을 일으켜 법인이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인의 경우, 부동산을 취득할 때 1금융권에서도 최대 80%의 대출을 실행해줍니다. 2금융권 대출은 90%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의 대출 한도가 집값의 40%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차이죠. 


일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된 만큼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 성장을 통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법인 대출을 수용하는 것이 유리했습니다. 법인으로 등장한 개인들은 이러한 법인 대출이라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 오히려 종전 LTV 70%보다 완화된 80%의 대출을, 저축은행을 이용할 시 약 90%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물론 법인 설립을 한 사람에 한해서요. 


이런 추세는 2019년 들어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법인 대출이 주택/부동산으로 흘러갔다는 정황은 대출서류만 봐도 되지만 지표로도 나옵니다. 2018년부터 법인 대출이 분기 4조 원을 넘어서기 시작하고, 2019년 2분기 8조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8년부터 오히려 마이너스로 내려갔습니다. 2019년 역시 마이너스 투자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요.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에 대해 점검 중입니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개인이 법인을 설립해 대출 규제를 피하고 부동산, 그 중 특히 주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해서 은행권 현장 점검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출 건당 1억 원을 초과하거나, 또는 동일인이 5억 원 이상의 대출을 한 경우가 특별 점검 대상입니다.


감독 당국의 조사는 최근의 사건·사고들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임차인과 집주인이 짜고 대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임차인이 입주 후 얼마 지나서 전출신고를 하고, 그렇게 선순위 전세가 없어진 깨끗한 집에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경기 광주에서는 집주인이 임차인을 몰래 전출시켰고 그 집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30채를 매수했다고 하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세금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 법인은 일종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은 양도세를 중과하지만(다주택자인 경우), 법인은 양도세가 없으며 법인세를 내고, 법인세율이 다주택자의 양도세율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또 종부세의 경우에도 법인소유와 개인소유로 2주택의 소유를 이원화하면, 1인이 2채를 갖는 합산 방식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더 적은 세금을 냅니다. 이런 다양한 이점들을 갖는 법인설립이 늘고, 법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 역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실제 지난 6~8월의 3개월 간 3,282호의 서울 아파트가 법인의 거래였고, 이는 전년비 150%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경매의 경우에도 95%이상이 법인 매수라는 말도 들리고요. 


정부는 규제를 발표하고, 수요자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는 ‘술래잡기’ 형국이 만 2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규제를 피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개인은 투자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런 회피 방안이 대중적으로 된다면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규제 회피 방안에 너무 몰입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꼬이면 답이 없기 때문이죠. 


규제와 회피의 술래잡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마음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시장 역시 과열보다는, 그냥 이자 비용을 만회하는 정도, 혹은 가계소득증가율보다는 덜 상승하여 모두가 크게 마음 졸일 일 없는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그런 세상은 이데아에나 있는지 모르지만요. 


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6년 연속 매경/한경 Best Analyst

하나금융투자(2014~현재)

LIG투자증권(2011~2014)

한국표준협회(2008~2011)

삼성물산 건설(200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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