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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풍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풍수는 미신이 아닙니다. 부동산과 그 부동산이 속해 있는 입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입니다.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와 물입니다. 먼저 지상과 지하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원활해야 좋은 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지상으로도 좋은 공기를 생산해내고, 땅속의 뿌리를 통해 양질의 기운들이 서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나무가 많은 산을 좋은 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반면, 나무 없이 바위가 많은 산은 좋은 공기들이 생기질 않고 사고의 위험도 많습니다. 그래서 바위산들은 오히려 풍수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이 아니라는 것이죠.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은 우리에게 식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가뭄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다고 홍수의 피해를 줘서도 안 됩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물을 좋은 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을 우리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좋은 입지라고 하며,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갖춘 좋은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풍수지리의 목적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풍수지리학은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책으로 알고 있는 풍수 이론은 중국에서 학문으로 정착시킨 것으로, 한국 고유의 풍수서는 없습니다.

조선 후기 이중환이 저술한 ‘택리지’를 꼽는 분도 있겠지만, 이는 풍수서가 아닌 인문지리서입니다. 세계 최고의 풍수지리 국가에 제대로 된 풍수서 하나 없다는 것이 좀 모순되지만, 중국과 한국 이 두 나라가 풍수를 활용하는 태도를 비교해 보면 단번에 한국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먼저 중국의 풍수 이론은 교과서적으로 명당 입지를 찾는 것으로, 약간의 이론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명당의 조건을 갖춘 땅을 찾아서 정말 명당이면 활용하고 아니면 그냥 버리면 됩니다. 중국은 원체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니까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경우가 다릅니다. 생각보다 명당이 많지 않고 무엇보다 땅덩어리가 좁습니다. 그래서 명당이 아니라고 그 땅을 버리게 되면, 이용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어져 버립니다.

따라서 땅의 풍수적 약점들을 보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 입지를 써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슬기로운 우리 선조들은 명당이 아닌 입지를 명당처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입지적 단점을 보완하는 것을 비보(裨補)라 하고, 비보 하는 방법을 비보책(裨補策)이라 합니다.

이렇게 토지 공간의 부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비보책을 가장 잘 쓰고, 잘 쓸 수밖에 없었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당 마을이라고 하는 안동 하회마을도 비보책이 적용된 입지입니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명당 물길 구조로 에워싸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이곳 낙동강 건너편으로 부용대라는 무시무시한 절벽이 있는데요. 경치는 좋지만, 풍수적으로는 그리 좋지 않은 바위산입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마을 앞에 1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 만송정이라는 소나무 숲을 만들었습니다. 인공적으로 숲을 조성하여 살기가 흐르는 절벽을 시각적으로 가리고자 한 것이었죠.

이 공사는 부정적인 요소를 가리는 시각적인 효과도 있었겠지만, 공기를 개선하는 효과가 더 컸습니다. 게다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홍수도 대비할 수 있는 용도가 매우 다양한 훌륭한 비보물입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보물도 있습니다. 어떤 산이든지, 산길을 가다보면 돌무지 탑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옵니다. 이 돌무지 탑에 돌을 하나 더 쌓으면서 기도를 했던 경험도 있으실 테죠. 그런데 이 탑이 단순히 기도하는 역할보다 산길을 안내하는 역할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산속에서 폭우를 경험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 산길은 금세 물길로 변해버립니다. 금세 도보가 잠겨 길이 보이지 않게 되는 상황에서 군데군데 있는 돌무지 탑들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며, 떠내려가지 않아 피난처 역할도 해줍니다. 우리 선조들의 혜안이 엿보이는 좋은 풍수적 비보물인 것이죠.

과학이 발달한 현대사회에도 첨단화된 비보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댐을 꼽을 수 있는데요. 댐을 통해 수량을 조절하게 되면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게 되었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도 사용되며, 전기까지 생산해 냅니다. 이처럼 댐은 물을 이용한 현대적인 비보물입니다.

이외에도 대규모 택지 개발이 진행 중인 현장에 가면 대규모 인공 숲을 조성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 숲도 홍수 예방, 방풍, 공기 정화 등의 역할을 하는 현대적인 비보물입니다.

특정 지역에 관한 칼럼을 쓸 때 ‘이런 곳이 좋은 입지다’라는 설명을 종종 합니다. 결국, 풍수적으로 좋은 입지는 좋은 물과 좋은 산이 있는 곳일 텐데요.

이런 풍수적인 원리를 알고 보면, 입지 분석을 할 때 더 재미있게 공감하시게 될 겁니다. 제가 설명하지 않은 다른 지역을 볼 때도 산과 물이 반영된 입지인지 한 번 더 눈여겨 보시게 될 테고요.

간혹, 원래 산과 물이 없는 입지임에도 좋은 입지라고 설명해 드리는 곳도 있을 겁니다. 이런 곳은 풍수적인 비보책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을 분석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입니다. 인공호수라든지, 아파트 단지 내 나무, 연못, 실개천 등의 조경이 그런 예일 겁니다.

풍수적으로 뛰어난 입지나, 풍수적으로 비보책을 훌륭하게 마련한 부동산은 언젠가 그 빛을 보게 됩니다. 모든 부동산의 가치는 태생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부동산으로의 부가가치가 생겨납니다.

현재는 아무것도 아닌 명당 입지가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풍수 자체가 전혀 없었던 입지를 명당으로 승화시킨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 그리고 세종시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풍수적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명당의 위상을 갖게 된 지역들은, 어떤 비보책을 사용했는지 분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강남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서초구가 현재 최고의 입지가 된 것에는 분명 사람들의 사후적인 힘이 작용한 것입니다.

글. 빠숑(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 저자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