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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대책의 끝일까?

불가능해 보이던 정책도 얼마든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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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 #6

공급이 제한된 물건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른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수요증가에 의해 가격이 오르게 되면 공급이 시간을 두고 확대되어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시장의 역할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 가격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공급이 증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요증가가 실제 필요로 인한 것이 아닌,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심리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제품의 경우 생산설비를 증가하거나 외부로부터 수입을 통해 수요를 충당할 수 있지만 주택의 경우 한정된 토지로 인해 수요에 맞춘 공급은 많은 경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가격 또는 보유수량을 제한하는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다.

LTV, DTI 규제도 이전에는 없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끝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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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한제의 역사

최근 정부는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포함한 민간택지에 대하여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반시장적 조치라는 견해도 있으나, 사실 예전부터 주택법 시행령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기 때문에 없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의 상황이 정말로 상한제를 적용해야만 하는 상황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상한제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왔다. 건국 이후 시행된 농지개혁을 통해 가구당 3ha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농지소유 상한제를 실시한 바 있으며, 1980년대에는 택지에 대한 소유상한제 도입이 검토되기 시작하여 1989년 6대 도시를 대상으로 택지소유 상한제가 1999년까지 실시되기도 하였다. 공급증가가 자유롭지 않은 물건을 둘러싼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상한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상한제는 언제부터 실시되었을까? 여의도와 강남개발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던 1977년 서울시는 저렴한 아파트 공급, 물가상승 억제, 사업자의 부당이득방지 등을 목적으로 아파트의 분양가격 상한제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분양가상한제는 10년 가까이 운영되다가 1989년 11월 원가연동식 분양가규제제도로 변화하였으며, 다시 10년이 지난 1999년에 되어서야 폐지되었다. 이후 2005년 3월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다시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소형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하였으며, 2007년 9월부터는 모든 공공주택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었고 2015년 4월까지 유지되었다. 돌이켜보면 1977년 이후 42년동안 상한제 또는 그와 유사한 제도의 시행이 없이 시장에 의해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던 시기는 극히 짧다고 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이미 2007년 모든 공공주택에 대해 적용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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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는 효과가 있을까?

인위적으로 가격의 상한을 설정하여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상한제는 과거 사례를 놓고 볼 때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연쇄적인 분양가 상승을 차단하여 상승심리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기대 이익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조합, 시행사 및 건설사는 공급을 감소시킬 수 밖에 없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상승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건설사는 주택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밖에 없으며, 재건축과 재개발의 경우도 무한정 사업을 지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으므로 공급제한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장기적인 공급감소는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효과는 제도 그 자체로 인한 것 보다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강한 정책적 수단이 동원되는 배경에 초점을 맞춰 제도의 효과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대출규제를 비롯한 기존 정책적 수단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정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강한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은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일상적 변화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1977년 분양가 상한제 최초 도입 이후 발생한 2차 오일쇼크로 인해 전세계 경제는 오랫동안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실시 이후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세계 주택시장과 경제를 뒤흔들고 장기간의 하락국면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분양가 상한제가 이러한 사태를 가져온 원인은 결코 아니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등장하는 국면은 경기순환 측면에서 과열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등장하는 국면은 경기순환 측면에서 과열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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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우습게 보면 다치는 경우가 많다

각종 뉴스와 부동산 관련 카페 등은 상한제 실시에 대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여 과열국면에 접어들 경우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정책을 가격상승의 호재로 판단하는 경향이다. 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공급이 감소하여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가, 공급을 확대하는 경우 신규 공급물량이 수요를 자극해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패턴이다. 한편으로는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기승전-상승으로 연결되는 논리구조로 볼 수도 있다.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택시장은 항상 수요자와 공급자 이외에 ‘정부’라는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이들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장을 형성하고 유지해간다. 정부는 시장의 침체도, 과열도 바라지 않도록 관리하기를 희망하면서 여러가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시장은 정부의 능력과 권한을 가볍게 보기 시작하며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동안의 경험상 이러한 경향이 강해질수록 그 시장의 사이클은 고점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정부가 꺼내지 않으려고 하던 상한제를 꺼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손을 놓고 시장을 바라만 볼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부담스러운 분양가 상한제까지 꺼내 들었다면 그 이상의 정책들을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 정책적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은 무수히 많다. 특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LTV와 DTI를 더 낮출 수도 있으며,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차액상한을 설정하고 그것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고율의 세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실거래가 신고, LTV 및 DTI 규정 등은 모두 2005년을 전후한 시기 등장한, 당시로서는 무지막지한 조치였다. 지금이 그때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던 정책도 얼마든지 현실로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 보다는 차분하게 시장을 관망할 때다. 싸이클은 순환하며 기회는 항상 다시 찾아온다.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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