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폭락하면 살 수 있을까?

조회수 2019. 3. 29. 10: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집값은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다.

김인만의 트루 내 집 마련 스토리 #79


작년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꺾이면서 ‘집값이 하락했다.’, ‘아직 떨어지지도 않았고 일시 조정 후 반등이 온다.’, ‘아니다. 진짜 하락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견이 그 어느 때보다 분분하다. 집값은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 항상 문제다.


매년 봄 이사철 수요의 움직임이 향후 집값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는데, 올해는 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한 것을 보면 서울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차분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출처: 직방
올 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침체되어 있다.
최근 아파트값 추이는 어떨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6주 연속 하락하여 2013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거래가에서도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강남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 2월 16억6천만 원에 거래되었다. 작년 9월 최고 거래가액이 20억5천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4억 원 정도 하락한 것이다. 물론 16억6천만 원이 가족 간 증여였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같은 2월에 16억 9천만 원, 작년 12월에는 17억에 거래되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출처: 직방
직방에서 본 은마 아파트 실거래가 이지뷰 그래프

잠실 엘스나 리센츠 역시 지난해 고점 시세보다 3억 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하여 2018년 12월부터 9,510세대가 입주한 헬리오시티의 영향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의 하락 폭이 컸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강북 지역 분위기도 좋지는 않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저가 매물이 거래되면 집주인들은 수천만 원씩 호가를 올리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집값하락에 불안감을 느낀 집주인들이 호가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거래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출처: 직방
최근 3개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시세 변동률
최근 현장 분위기는?

아파트는 심리라고 하는데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중개사들의 집값 전망을 보면 향후 서울 집값 분위기는 더 어둡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4.7을 기록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펄펄 끓었던 작년 9월에는 133까지 치솟았다가 9·13 대책 이후 100아래로 떨어진 뒤 5개월 연속 하락이다. 참고로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의 향후 3개월 이내 집값 전망을 수치화한 통계로 100 이상이면 상승, 미만이면 하락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더불어 서울 매수우위지수 역시 4년만에 최저인 42.9를 기록한 것을 보면 주택시장 분위기 침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하락뉴스를 보고 현장에 갔던 분들은 기대만큼 집값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푸념을 하면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얼마 전 만난 기자 역시 현장에 가보았지만, 실제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매물도 많지 않아 혹시 언론에서 하락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물량 영향을 받는 강남 일부 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했지만, 그동안의 상승폭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은 높은 수준이고, 강남 외 도심지역 아파트 가격은 수요자들이 기대하는 수준까지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규제 폭탄을 피해 급한 매물들은 이미 상당 부분 소화가 되었고 임대사업자 등록이 급증하면서 의무보유기간에 묶여 매물로 나올 수 없는 아파트도 제법 많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일단 더 관망해보자는 심리가 강하지만, 집을 사려는 매수인 입장에서는 그동안 오른 가격이 얼마인데 이 정도 가격조정으로는 급하게 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거래량 또한 큰 폭으로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590건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2월 거래량을 기록했다.


구매심리와 더불어 구매능력도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종합부동산세뿐만 아니라 원천봉쇄에 가까운 대출 규제로 돈줄이 꽁꽁 막혔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는 자금이 부족한 분들뿐만 아니라, 자금 여력은 있지만 자금출처 증빙 때문에 대출이 필요한 자산가들의 지갑까지 닫아버리게 하고 있다.


중위 소득 가구가 현재 소득과 자산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고 구입 가능한 아파트를 보여주는 지표인 HOI(Housing Opportunity Index)는 작년 4분기 기준 12.9를 기록하여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대출을 받아 중간 수준의 주택을 살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부담능력을 나타내는 HAI(Housing Affordability Index)도 글로벌 금융위기시절인 2009년 12월 수준인 40.6까지 떨어졌다.

출처: 직방
각종 지표들이 지금 부동산 시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점점 더 높아지는 규제 강도

시장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국토교통부 업무추진계획에 따르면 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기존 15%에서 20%까지 높이고 건설회사 등 정비사업자가 조합에 자금대여를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한다. 또, 14일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예상했던 것처럼 큰 폭으로 올라 보유세 부담이 현실이 되었다.


정부는 아직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빈부격차와 불로소득, 서민주거안정을 위하여 필요하고 어느 정부든 변함없는 정책의 목표다.


그런데도 40년이 넘게 부동산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고 강남은 능력 있는 부모님을 두었거나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면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렸다. 집을 가지지 못한 분 중 지금 집값이 너무 비싸니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제법 많다.

출처: 직방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2년 만에 가장 높게 인상될 전망이다.
집값이 폭락하면 집을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지금 가격의 절반으로 아파트값이 폭락하면 지금까지 집을 사지 않았던 분들이 집을 살 수 있을까?


행여나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되어도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반값으로 떨어져도 구매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강남 등 인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집값이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는 상황에서 용감하게 구입에 나설 용기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IMF, 금융위기 등을 경험한 자산가들이 다시 이삭줍기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역설적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아파트 1채가 전 재산인 다수의 중산층 집주인과 역전세난으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이 위험해지는 무주택자가 오히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집을 사고 싶어도 매매가격이 반 토막이나 전세금을 받을 수 없는데 어떻게 집을 살 수 있겠는가?


최근 우리나라 인구감소와 청년층 취업난, 경제침체를 고려하면 서울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하여 쏟아낸 과도한 수요억제 정책과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 정책이 지금 당장 방편이 될 수는 있지만, 앞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그들만의 리그인 강남 등 고가주택 규제는 역설적으로 강남 외 지역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비싼 가격에도 사겠다고 하는데 굳이 억지로 가격을 떨어뜨릴 필요도 없고 그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한 주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게 하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좋은 부동산정책은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일 수도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과도한 규제가 나오지 않았다면 2017~2018년 서울 아파트가격이 단기간에 그렇게 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민간 아파트 시장은 좀 아픔이 있어도 스스로 책임지게 두고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마음 편하고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 소형아파트를 서울 도심에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정책에 힘을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네이버 카페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유튜브 '김인만 부동산TV'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