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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2호선 주변에서 만날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서울의 중심지인 시청역 혹은 을지로입구역,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강남역, 순대 타운이 있는 신림역, 야구를 보러 갈 때는 종합운동장역, 롯데월드에 놀러 갈 때는 잠실역 등이 주로 모이는 곳인데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이 있는 지인 중에서는 2호선 역세권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닌 곳에도 꽤 많은 분이 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서울 남부권에서는 금천구와 구 안양 도심 지역이죠. 금천구와 구 안양 도심에 사는 지인들은 어떻게 2호선 주변까지 이동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서울 2호선 라인까지 버스 노선이나 자동차 이용이 편한 지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2호선 전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금천구, 안양과 서울 중심지와의 연결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구로디지털단지역입니다. 오늘은 구로디지털단지역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구디단’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는 처음부터 쓰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최초에는 ‘구로공단역’이었죠. 그 구로공단역이 2004년 구로디지탈단지역으로 개명된 것입니다. 지하철 역명을 잘 변경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에 프리미엄이 생기려면 선호하는 시설이 증가하거나, 기피하는 시설이 감소해야 합니다. 구로공단 시설이 지역 경제를 주도했을 시기에는 구로공단역으로 명명해도 상관이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공장 인근 부지에 대한 호감이 낮은 시기에는 공단으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 선호도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공단이라도 그냥 공장보다는 IT산업과 관련된 기업이 많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지역 선호도를 높이게 됩니다. 구로디지털단지라는 이름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 것입니다.

구로공단이라는 이름에는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과거 고도 성장기의 애환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구로구 지역의 공장들은 경기도 및 기타 지역으로 대부분 이전했습니다. 몇 개의 공장과 대부분 지식산업센터가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 굳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구로공단역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구로공단역이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변경되는 시점이 바로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이 업그레이드되는 전환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이름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실제로도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첨단 기업이나 시설이 들어선 지역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시기였기 때문이죠.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서울 남부, 그리고 1번 국도상의 경기도 지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입지입니다. 사람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는 지역이죠. 경기도를 제외하고 서울만 놓고 봐도 네 개의 구가 접한 지점에 있습니다. 구로구 구로동, 관악구 신림동, 동작구 신대방동,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가운데죠. 중앙 입지라는 사실만으로도 부동산으로서 부가가치가 큰 곳입니다.

다만, 역세권이라는 곳은 사람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람이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입지가 아니라 연결만 해주는 입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구로디지털단지역과 연계되는 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은 구로구,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등 네 개 구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구로구,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는 이미 구로디지털단지역 말고도 다른 좋은 전철망이 갖춰져 있습니다. 다른 2호선 역들과 7호선 역들이 그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들에서는 구로디지털단지역의 이용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바로 금천구 등 구로디지털단지역 남쪽 지역 입니다. 남부순환도로 이남 지역, 특히 시흥대로 주변 지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의 위상은 강남역 이상입니다.

특히 금천구 지역에서는 무조건 버스를 타고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나와서 시내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금천구청역, 독산역 등 기존 1호선이 존재하고 있지만, 1호선은 2호선에 비해 활용도가 낮습니다. 게다가 기존 1호선 역위치가 안양천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금천구 내에서도 이용이 불편합니다.

따라서, 버스교통망 연계를 통해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대단히 많죠. 버스 환승 인구가 일 평균 1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금천구 거주민뿐 아닙니다. 안양시와 광명시에서도 버스 연계를 통해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인 것이죠. 실제로 강남역, 잠실역, 홍대입구역, 신림역에 이어 5위권의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7호선이 개통되고, 신규 도로망이 개통되면서 과거보다 그 역할이 조금은 분산되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과 비교하면 역할이 정말 미미했던 대림역이, 7호선 환승역이 되면서 오히려 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은 쾌적한 주거 지역은 아닙니다. 원래 공단 입지였고, 이 공장 지대로 이동해오기 위한 교통 시설만 많았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유명한 주거시설이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이용하고 있는 주변 동 지역의 아파트들을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네 개 동 중에서는 동작구 신대방동이 압도적으로 좋은 입지이고, 구로구 구로동, 영등포구 대림동, 관악구 신림동은 양호한 입지입니다.

신대방동이 좋은 이유가 뭘까요? 개별 상권이 발달하면 주거지역으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습니다. 구로구 구로동, 영등포구 대림동, 관악구 신림동 지역은 상권이나 업무시설이 발달했지만 신대방동은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습니다.

주거지로서 교통, 상권, 교육, 환경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 갖춰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내 최고 인기 공원인 보라매공원 하나만으로도 높은 환경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신대방동에서는 보라매e-편한세상과 보라매롯데낙천대가 랜드마크 아파트입니다. 평당 2천만 원 전후입니다. ‘보라매’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가 가장 비싼 아파트인 것을 보면, 보라매공원이 이 지역 내에서는 프리미엄이 있는 시설이라는 것이죠. 보라매파크빌도 같은 이유로 인기 있는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지들은 대부분 ‘나 홀로 아파트’입니다. 대부분 세대수가 많지 않지요. 신대방동에서는 우성 아파트가 가장 큰 단지입니다. 1차만 1,335세대입니다. 평당 1,700만원 전후구요.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상권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곳입니다. 광역버스환승센터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버스를 연계한 광역 교통망이 발달해 있는 곳입니다. 상권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입지라는 것이죠.

개별 상권이 발달한 구도심 지역은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구로디지털단지역 역시 정비 사업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주요 광역환승센터 주변이 정비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교통이 좋은 입지는 그에 걸맞은 부동산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신안산선이 추가로 개통되면 구로디지털단지역이 환승역이 됩니다. 신안산선은 구로디지털단지역의 또 한 번의 상승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주변 네 개 지역의 변화도 주목해야겠지요.

글. 빠숑(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서울 부동산의 미래' 저자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

http://blog.naver.com/ppas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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