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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조기영 부부,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첫 산문집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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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는 이기고 짐이 없고, 당신과 나 사이에도 이기고 짐이 없는데, 이제 당신은 이기고 지는 것이 너무 선명하여 슬픈 세계로 가는구료.” 고민정이 문재인 캠프로 영입된 다음 날, 시인 조기영이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어렵게 들어간 안정적인 직장, KBS에서 나와 청와대 부대변인(내정자)이 되기까지, 고민정의 결정에는 언제나 남편 조기영의 단단한 지지가 있었다. 

지난 5월 22일 출간된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는 고민정, 조기영이 처음으로 함께 쓴 산문집. 고민정이 청와대 부대변인이 될지 예상하지 못한 터라, 두 사람은 당분간 책 홍보에 열중할 생각이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기로 했던 날, 고민정의 청와대 부대변인 내정 발표가 났고 간담회는 취소됐다. 수락했던 인터뷰까지 줄줄이 취소. 책을 엮으며 독자들과 깊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고민정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청와대로 출근했다. 어렵게 시간을 낸 주말의 한낮, 두 아이(은산, 은설)를 대동하고 나타난 고민정, 조기영 부부를 합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젠가 두 사람의 글이 한 책으로 묶이지 않을까 예감했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고민정 편집자께 제안을 받은 게 2014년 봄이에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실감해요. 잡지나 블로그에 썼던 글을 넣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시인 아내이다 보니 스스로 엄격해지는 거예요.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아, 원고를 수정하다 보니 백지에 쓰는 것보다 어렵더라고요. 한편 한편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함께 책을 쓴 소감은 어떤가요?

조기영 ‘올 것이 왔다?’ 그런 느낌이었는데요. 책을 쓸 때는 덤덤했어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평소 글이라는 걸 자주 접하잖아요. 오랫동안 글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생각만큼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많이 읽지 못해요. 읽다 보면 뭔가 덜컹거리는 게 있어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아내의 글은 종종 봐 왔으니까요. 친숙한 면이 있었죠. 

고민정 그동안 저는 남편에 관한 글을 많이 썼지만, 남편은 저에 대한 글을 써본 적이 없어요. 남편의 생각이 궁금했죠. 또 아이를 키우는 관점은 엄마, 아빠가 같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다르고요. 저희 부부가 만난 지 20년이 되어가는데 남편이랑 같이 쓴 책이 나올 줄이야. (웃음) 제가 처음에는 글을 진짜 못 썼거든요. 남편 글을 책으로 보니까 역시 다르구나,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었어요. 글이 확실히 탄탄하더라고요.

조기영 아내가 워낙 바쁘니 글을 손질할 겨를이 상대적으로 없었죠. 저는 애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상황에서도 글을 쓰는 게 숙련이 돼 있는 사람이니까, 다르죠. 

두 분의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은 특히 남편, 아내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싶었어요. 서로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고요.

조기영 저희 사는 이야기를 종종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는데요. 글은 아무리 솔직히 쓴다고 해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크게 보일 수 있거든요? 책을 읽고서, ‘우리도 이렇게 살자’라고 하면 서로가 힘들어져요. 이런 삶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되죠. 

꽉꽉 채운 시로 사랑 받으면 좋겠다

조기영 시인의 시가 몇 편이 실렸는데요. 평소 시를 다른 지면에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조기영 2000년에 시집을 냈는데 지금은 절판했어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등단을 준비하고 꿈을 꾸는데, 이 방식들이 좀 획일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좀 잘못됐다는 생각이에요. 시를 쓰는 삶 자체를 살면, 시인인데 어느 순간 누구한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구 사회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시를 쓰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시인으로 불려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개인적으로도 반성의 지점인데, 좋은 시는 많지만 생각보다 좋은 시집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호연지기일 지 모르지만, 저에겐 천 년 뒤에도 남을 시집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지금 대한민국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로는 생계가 어렵습니다. 물가는 오르지만 고료는 참 안 올라요.

조기영 그렇죠. 저는 고민정 씨를 만나서 경제적 기반이 해결됐잖아요. 문인들에게 이런 기반은 많지 않죠.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좀 다르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생이라는 시간 가운데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서, 꽉꽉 채운 시로 사랑 받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요. 문인들이 교단으로 많이 가는데, 저는 좀 비판적이에요. 삶의 어떤 안락한 기반을 갖고 시를 쓴다는 게, 타협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어요. 

고민정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 달라요. 이 사회가 시인들이 시만 쓰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세상이 안 되기 때문이니까요.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요. 일년에 시 한 편을 써서 생활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강연 같은 건 안 해도 되죠. 하지만 그런 사회구조가 안 되기 때문에 특강도 하고 칼럼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국가가 문화예술인에게 여러 가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기영 이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민정 씨가 정치라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당신 죄책감 갖지 말아. 그럴 일 아니야

많이 바쁘시죠? 일상이 어떠신가요?

고민정 새벽 6시 반쯤 출근해요. 빠르면 8시, 보통 9시쯤 퇴근하고 회식까지 하면 12시쯤 들어와요. 아직 발령이 난 건 아니라서요. 언론에는 부대변인이라고 나왔지만, 아직 내정자예요. 공식적으로 발령이 나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려요. 

조기영 2월부터 저는 한 마디로 말하면 ‘독박 육아’예요. 대선이 끝나면 이 생활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장전에 돌입했어요. (웃음) 

조기영 시인님은 프로필 소개에 ‘주부’라는 직업을 가장 먼저 적었어요. 작은 수치지만 아빠들의 육아휴직도 늘어나고, 주부 아빠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기영 저는 모계사회가 맞다고 생각해요.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요. 우리나라가 조선시대, 봉건 사회를 거치면서 기형적으로 변화했는데 다시 제자리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남성들은 다소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사고방식이 강하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여성성이 수렴되는 사회가 옳은 방향이라 생각해요.

고민정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저는 한편으로 남성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남자든 여자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게 제일 좋잖아요.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자신의 꿈과 상관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배워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취미를 배우기보단 특기를 가르치는 거죠. 그래서 좀 짠한 마음이 있어요. 요즘 젊은 아빠들은 평일에는 야근하고 주말에는 애들이랑 놀아주기 바빠요.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들도 많은데, 너무 남자들이 혼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죠. 

조기영 시인이 쓴 글 ‘당신을 문재인으로 보내며’가 큰 주목을 받기도 했잖아요. 사실 두 분을 함께 영입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던 걸로 알아요.

조기영 그럼 소는 누가 키워요? 저는 아이들을 키워야죠. (웃음)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길 바랐고, 저는 직접적인 참여보다 지원하는 형태이고 싶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안과 밖이 다르지 않은 분이에요. 그래서 믿음이 갔어요. 안과 밖이 다르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설명하기 어려워요.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요. 

고민정 우리는 늘 고민해요. 이 길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가보지 않은 길에 있어서는 두려움이 있어 망설이거든요. 그 때, 한 번 새로운 길을 가보라고 탁 건드려주는 사람이 제게는 남편이었어요. 아나운서의 꿈도 마찬가지였고요. 캠프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너무 많은 고민을 했어요. KBS는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된 곳이니 몇 년 뒤에는 후회하지 않을까, 안정적인 이 삶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어요. 그때 남편은 저를 탁 건드려주며 “당신에게 열정과 확신이 있으면 한 번 가도 괜찮아”라고 말했어요. 그 한 마디가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거죠. 

특히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고민정 아이 엄마, 아빠들이 많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도 결혼이 지옥이 아니다,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결혼한 사람들은 안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잖아요. 좋은 이야기는 바탕이 되고, 힘든 일은 툭툭 튀어나올 뿐인데 말이에요. 결혼을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해볼만한 일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고민정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이 많은 걸 알아요. 하지만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진 않았으면 해서요. 한 번 부딪혀볼 만한 세상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왔고 이 책도 썼어요. 돈이 좀 없어도, 미래가 좀 불투명해도, 아이가 두 명이나 생겨도 한 번 부딪혀볼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조기영 책은 장식용으로 참 좋은 도구죠. 장식용으로 사놓았다가 어느 날에는 냄비 받침대로 사용해도 좋고요. 어쩌다 책을 폈는데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러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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