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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강주은 “장점을 먼저 봐요, 짧게 말하고 기다려요”

인터뷰집 『내가 말해 줄게요』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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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오래 보고 오래 들으면 지루하다. 그런데 강주은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기꺼이 오래 듣고 싶었다. 이유를 찾는다면 탁월한 배려, 온전히 대화에만 집중하는 눈빛 때문이다. 배우 최민수는 아내가 쓴 책 『내가 말해 줄게요』를 몇 장 읽고는 “아껴 읽고 싶다”며 천천히 책을 보는 중이라고 한다. 강주은은 107쪽에 이렇게 썼다. “제 바람은 나와 잠깐이라도 만나고 돌아설 때 ‘아, 느낌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에요.” 이 날도 성공이었다. 

항상 나를 잘 돌보고 싶어요

책 제안을 흔쾌히 받으셨다고요. 그간 출간 요청이 많았을 텐데요.

그동안은 시기가 잘 맞지 않았어요. 학교 일을 하고 있으니까 시간도 안 났고요. 올해로 학교 일을 내려놓은 지 딱 1년이 됐는데요. 올해 초 슬럼프가 왔을 때, 미메시스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특별히 계획하고 진행하는 일이 없었던 때라 타이밍이 딱 맞았죠. 5개월 동안 매주 만나서 인터뷰했어요.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어린 시절 성장과정부터 남편과의 만남, 결혼, 신혼, 부부생활, 자녀교육까지, 굉장히 깊은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인터뷰를 에세이로 가공하지 않아서 더 자연스럽게 읽혔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기획자, 편집자 분과 만났어요. 짧게는 4시간, 길게는 6시간씩 대화를 나눴어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가 정신적으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지? 내가 어떻게 이런 삶을 살게 됐지?’가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됐고요. 정리하는 게 굉장히 고된 일이잖아요. 그런데 출판사가 너무 섬세하게 일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꺼내놓게 됐어요. 사람이 인터뷰를 할 때면 그 날의 기분, 생각들이 조금씩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편집자 분이 “제 이야기를 쭉 듣다 보면 일관성이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이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했어요. 

‘최민수의 아내’ 같은 카피가 전혀 없더라고요. 온전히 강주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받고 나서 정말 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감이 나지 않았죠. 이제는 ’남편 이름에서 내가 독립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제가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나라는 존재 앞에 남편의 이름이 따라와도 전혀 상관없어요. ‘최민수의 아내로 내 인생은 끝나나’ 이런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아요. 

나이 듦의 변화일까요? 아니면 받아들인 걸까요?

과정이 생겼다고 할까요? 나름대로는 두 개의 생활을 살았어요. 서울외국인학교에서 대외협력 이사로 일할 때는 아내, 엄마라는 이름이 없었으니까요. 남편의 이름을 들을 일도 없었고요. 그런데 학교를 벗어나면, 남편 세상이 됐어요. 강주은 이라는 이름 앞에 ‘최민수의 아내’가 꼭 따라붙었죠. 제 이름이 다시 불린 건,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하면서부터예요. ‘깡주은’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니까요. 

내가 상대에게 더 맞춰 줄 수 있는가

대화에 관한 책이 참 많잖아요. 항상 이야기되는 것들 중 하나는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거죠.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좀 더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고, ‘저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의도적으로 만든 습관들이 있어요.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 안아 주는 것, 소통할 때 상대방의 입장이 되는 것,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게 나중에 인생에서 더 좋은 재료가 될 거라고 믿는 것, 사람들을 만났을 때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장점을 찾는 것. 이런 것들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게서 스며나올 수 있도록 염두에 둬요. 웃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릴 때 하나님께 예쁜 미소를 달라고 기도했어요.

“상대방의 장점을 화제로 삼아서 대화하면 잘 풀린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요. 이게 어려울 때도 있어요. 단점이 너무 도드라져서 장점이 잘 안 보이는 사람도 있고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대개 콤플렉스가 많아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많이 의식해요. 전전긍긍하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그게 좀더 많아서, 자신을 보호하느라 실수가 나오고 단점이 더 도드라진다, 그렇게 생각해요. 일하다 보면, 손해 보는 걸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 후자의 사람을 보게 될 때, 마음이 많이 가요. 그리고 찾아내고 싶어요. 이 분 마음속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고요. 답이 언제 나올지는 몰라요. 그런데도 제가 계속 노력해요. 의도적으로 손해보기도 하고 계속 마음을 내려놓아요. 그러다 보면 상대방도 자신을 내려놓더라고요. 자기 이야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모두 신비해요. 마음속에 많은 것이 있어서요. 단점이 먼저 보였어도 찾아 보면 장점이 없을 순 없어요. 

“나는 바보야. 잘 이해가 안 가. 내가 많이 부족해”라고 말하니, 어느 순간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고요.

말소리나 표정이 더 부드러워지고 설명도 더 잘해줬어요. 우리는 조금 더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부부가 됐죠. 사실 참 어려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걸 참는 것은요. 그러나 내 욕심과 기준을 내려놓고 소통해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요. 저는 어떤 상황에서든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상대로부터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는 좀 기다려요. 상대에게 섭섭한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섭섭하다는 말을 그 순간에 하면 안 돼요. 상대방이 그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심지어는 여기저기 부딪치며 상처를 입는 것까지 보며 기다려야 해요.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 혹은 신혼 부부가 이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른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결혼으로 하나의 길을 만든다는 건 그 자체가 전쟁이에요. 그런 과정에서는 누군가 희생을 더 해야 하고요. 결혼에서 중요한 건 상대와 잘 맞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 더 맞춰 줄 수 있는가, 그리고 둘만의 새로운 문화를 얼마나 잘 만들어 가는 가예요. 

주은 씨 부부를 보면서, “위기를 함께 겪어서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쾅’하는 위기의 순간에 귀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생각해요. 실패 끝에 열매가 맺히니까요. 실패에서 중요한 게 나오기 때문에 그 상황 밖에 나와서 그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여러 사건을 통해 더 신뢰하게 됐고 어떤 일도 같이 헤쳐나갈 힘이 생겼어요. 신뢰의 관계는 직접 만들어가는 거예요. 신뢰를 쌓으려는 우리의 의도가 중요하고요. 

우리는 참 타인에게만 친절해요

책 마지막 장의 주제가 ‘자녀교육’이에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아이에게 첫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부모를 바라보고 자라요.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너무 커요. 지금 사회는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잖아요. IT가 있고 인터넷이 있는 시대지만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인간성인 것 같아요. 책임감, 배려, 감사, 실패를 통한 성장을 가르쳐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회, 부모들은 오로지 경쟁에만 집중해요. 점수에만 혈안이 돼서 자식들을 공부하는 로봇으로 키우는 것 같아요. 으리으리한 대학교에 가서도 완전히 망가져요. 갈 때는 새파랗고 밝았는데 실패가 적응이 안돼 공부에 질려서 오는 거예요. 

부모의 계획대로 크면 언젠가 무너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 역시 한국에서의 제 인생은 꿈도 못 꿨던 삶이에요. 제가 캐나다에서 자라오면서 상상하고 계획했던 그림이 전혀 없어요. 사람들은 TV 속의 저를 보면서 “참 힘들겠다, 참 대단하다”라고 말해요. 한편으로는 의구심을 가져요.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저런 행동을 하지?”하면서 지적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100%로 살 수는 없어요. 아무리 리얼이라고 해도 방송에서 제 완전한 모습 그대로를 보이는 건, 불가능해요. 나의 삶을 이야기할 때도, 남의 삶을 이야기할 때도 성급한 판단은 하지 않아야 해요. 

타인과 잘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볼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내 앞에 와 있는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참 타인에게만 친절해요.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일야말로 긍정적인 표현이 가장 필요해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집안에서부터 가족에게 다정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일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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