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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심심한 게 너무 좋아요 (G. 김소연 시인)

무심한 듯 다정한, 오직 더 심심해지기 위해 산다고 말하는 김소연 시인님 나오셨습니다.
채널예스 작성일자2018.11.08. | 200  view

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 지내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매일매일 일어나니. 아무에게도 악의를 드러내지 않은 하루에 축복을 보내니. 누구에게도 선의를 표하지 않은 하루에 경의를 보내니. 모르는 사건의 증인이 되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듯한 기분으로 지금도 살고 있니. 아직도, 아직도 무서웠던 것을 무서워하니.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소연 시인님의 신작 시집 『i에게』 에 수록된 표제시 「i에게」의 일부를 읽어드렸습니다. 악의와 선의를 드러내지 않은 하루에 축복과 경의를 보내느냐고 묻는 시인의 말이 어쩐지 그냥 지나쳐지지 않습니다. 어떠세요? 여러분은 요즘도 여러분과 서먹하게 지내시나요? 아직도 무서웠던 것을 무서워하나요? 오늘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는요. 김소연 시인님과 함께 합니다. 지난 방송에서 ‘문학 월간’이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 그 대미를 장식할 김소연 시인님과 시와 언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인터뷰 - 김소연 시인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에 앞서, 김소연 시인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시인. 언어를 배반하는 언어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람.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경주시절, 김소연은 웅변 대표를 했을 정도로 씩씩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다 서울 망원동에 살게 되면서 아주 내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거의 유령 같은 존재였다. 청소년기 유일하게 잘하는 건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읽는 삼중당 문고가 소중했다.

고1 생일 때 시인은 하굣길에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기로 한다. 서점에 갔는데 주머니에 1,500원밖에 없었다. 시집 코너로 가 제목만 보고 정현종 시인의 시집 『고통의 축제』 를 샀다. 그 시집을 3년 내내 품고 다녔다. 좋아하는 동화 『책 먹는 여우』 처럼, 왕성하게 시집을 먹다 보니 쓰기까지 하게 됐다. 1993년 계간 <현대시사상> 겨울호에 「우리는 찬양한다」를 비롯 일곱 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인은 변두리로 밀려난 자가 아니라 변두리를 선택한 자가 되어갔다. 시 덕분에 완전히 무능한 인간은 면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라미의 ABC 샤프로 시를 쓴다.

시인의 책상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고, 창문을 뺀 나머지 벽에는 사랑에 관한 책들만을 수집해서 꽂아 놓았다. 사랑에 대해 오래 전부터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출간한 산문집 『한 글자 사전』 은 오은 시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피를 주식처럼 복용한다. 심심하기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한다. 오직 더 심심해지기 위해 산다. 사람 앞에서 언제나 서툴다. 사람을 잘 사귀는 이들이 부럽다. 자주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지독하게 외롭고, 무섭도록 외로운데 그게 참 좋다.” 저희가 준비한 소개, 어떻게 들으셨나요?

김소연 : 완전 깨알 같은데요.(웃음)

오은 : ‘deep & slow’ 질문을 먼저 드린 후에 소개글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오늘 김소연 시인님께 드릴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김소연 시인이 마음에 품고 사는 한 글자는?” 그런데 ‘시’는 안 되는 것으로 할게요. 이것은 제외하고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김소연 : 네.

오은 : 이제 소개글에서 제가 궁금했던 것을 질문드릴게요. 웅변, 잘하셨어요?(웃음) 충격적입니다. 지금의 김소연 시인을 생각하면 걸맞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건가요?

김소연 : (웃음)그냥 그 시절에는 웅변 학원이 많았고요. 주산 학원도 그렇죠. 그런데 주산은 두각을 못 나타냈고요. 웅변은 잘한 거죠. 원고를 거의 생각 없이 스테레오 타입으로 써서 연사로 많이 다녔어요. “이 연사, 고사리 같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칩-니다!”(웃음) 이런 걸 한 거죠. 

오은 : 와. 그런데 웅변이 도움이 된 게 있나요?

김소연 : 없어요. 무대에 서 본 경험이 많은 사람은 떨림도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너무 참고 뭔가를 했는지 그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오히려 무대에 서면 아직도 정말 많이 떨어요. 무대에 서면, 영혼이 쑥 빠져나가서 허수아비가 되어버리는 그런 느낌이 지금도 매번 들어요.

오은 : 또, 삼중당 문고. 저는 이 책을 본 적은 없거든요. 장정일 시인 시에 등장하잖아요?

김소연 : 맞아요, 책 크기가 작아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고요. 어떤 책이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어요. 거의 다 있었거든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 300원, 400원 했기 때문에 많이 갖고 있죠. 그걸로 『죄와 벌』 도 읽고 그랬으니까요.

오은 : 고등학교 때 정현종 시인의 시집 『고통의 축제』 를 1,500원에 샀다고 하셨어요. 이 시집을 보고 ‘이런 게 시구나’, 하는 인식의 충격 같은 게 있었던 건가요?

김소연 : 엄청 충격 받았고요. 당연히 처음에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뭔지 굉장히 멋지다, 어떤 심연의 이야기를 한다, 정도의 느낌을 받았죠.

오은 : 그 당시에는 ‘심연’이라는 단어도 몰랐을 텐데요?(웃음)

김소연 : 삼중당 문고 때문에 알게 됐죠.(웃음)


관련 책
i에게(아침달 시집 9)
i에게(아침달 시집 9)
저자
김소연
발행일
2018.09.10
출판사
아침달
가격
정가 10,000원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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