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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그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하죠?”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세계가 회색인 것도 알게 된 상태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가 제 화두예요.
채널예스 작성일자2018.10.17. | 10,958  view

이번이 세 번째 에세이다. 2010년 『홋카이도 보통 열차』 를 내고 ‘마음의 각도가 1도 바뀌’었던 오지은 작가는, 『익숙한 새벽 세 시』 에서 어른이 된 자신의 형편없음을 발견하고 설렘의 반대편에 섰다. 이후 3년, ‘기쁨을 느끼는 감각이 퇴화되는’ 병을 앓으면서 유럽 기차 풍경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냥 즐거워지고 싶다는 담백함이 스위스부터 이탈리아까지의 기차 여행을 결정하게 했다.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는 충동적으로 떠난 유럽 기차 여행에서 즐거움을 찾아 헤맨 기록이다. ‘이런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문장을 뱉고, 결코 그런 뜻은 아니라며 문장의 꼬리를 끌어모아서 자기 말을 완성한다. 화려한 직업이지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늘 신경 쓰고 쭈그러든다. 구석에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하면서 또한 여행을 좋아한다. 앞과 뒤가 맞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즐거울 수는 있다.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친 1981년생 가수는 아직 회색 대륙에 있다. 앞으로도 상황이 바뀌리라는 낙관과 희망은 거의 없다. 다만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는 21세기의 사람들도 즐겁긴 해야 한다고,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를 읽는 사람도 작은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커다란 산맥을 보는 여행이 있으면

작은 촛대를 보는 여행도 있다.

- 149쪽

수면 위로 뻐끔거리는 행위

‘책읽아웃’에 출연해서 글이 안 써진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를 쓰던 때였죠? 처음 마감은 작년 5월 즈음이라고 들었었는데요.

편집부에서 3개월 주면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항상 1년 이상 걸리는 사람인가 봐요. 이제는 항상 무슨 일이든 1년 이상 걸린다는 걸 인지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날이 새로 깨닫지 않나요? 전부터 알고 있지만 늘 후회를 하죠.

어른이 된다는 게 얼마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인가요. 또 새삼 자신을 이렇게 알지 못하고요.

첫 장과 프롤로그만 6개월 넘게 쓰셨다고요.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음악할 때도 첫 곡의 편곡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첫 번째 곡이 나오고 나서야 다음 곡이 생각나서요. 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초반에 톤이 정해지면 할 말이 정해지기도 하고, 무슨 톤으로 말할지가 늘 어려워요.

여행 이후 1년을 묵혀놓고 쓰게 됐는데, 글을 쓰면서 그 당시 감정과 느끼는 게 달라졌나요?

재해석이 많이 들어갔을 것 같아요. 여행 당시 했던 메모를 꺼내서 무엇이 글이 될 만하고 무엇이 자격이 없는지 따지는 데 오래 걸렸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기억은 증폭되고 어떤 기억은 소모됐어요. 삭제한 부분이 많고요.

『홋카이도 보통 열차』 와 비교하면 확실히 글밥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 책이 바로 자신의 감정에 취해서 흘러넘치는 감정을 주워 담으며 낸 책이에요. 그래서 아마 다시는 그런 책을 못 낼 거예요. 어떤 의미로는 청춘의 책이고요. 이번 책은 나이가 들수록 쓸데없이 과묵해지는 느낌 있잖아요. 말해봐야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워진 부분이 많아요. 두 책이 다른데, 『홋카이도 보통 열차』 를 읽은 분이 나이를 먹어서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도 재밌게 읽어주시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책을 쭉 읽은 제 소감은, ‘왜 이렇게 은근히 웃기지?’ 였어요.

잘 됐네요. 제 최고의 목적이었어요. 전체적인 골자는 웃긴 내용이 아니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안 즐거운 사람이니까요. 씁쓸한 내용이니까 유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마시고 있는 캬라멜 마끼아또 같네요. 커피는 쓴데 캬라멜을 뿌린 느낌.

『홋카이도 보통 열차』 는 말이 많고 발랄했다면 『익숙한 새벽 세 시』 는 매우…

정색했죠, 갑자기.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요.

두 전작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다른 점은, 웃기려는 욕심이 보이는 거죠.

‘드립’을 많이 쳤죠? (웃음) 제 상황을 블랙코미디처럼 바라보는 걸 수도 있어요. 결국에는 다 해프닝이고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한밤중에 열쇠가 부러지고 아웃렛 가서 무소유가 다 무슨 소용이냐며 트렁크를 사는 상황을 담담하게 쓰긴 조금 그렇잖아요. 쓴웃음 나는 상황 속에서도 자제하면서 웃기고 싶었어요. 친구가 제 책 읽는다고 하면 어디서 몇 번이나 웃었냐고 확인하죠.

예전에 오지은서영호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사실, 음악은 잘 기억나지 않고 두 분이 만담한 것만 기억나요.

제가 계속 농담했었죠? 결국에는 우울한 인간이라 그런가 봐요. 태양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공기를 마셔보려고 수면 아래에서 뻐끔거리는 인간 같아요. 안 그러면 너무 가라앉으니까요. 그 행동이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자제를 하는데, 수면 위로 뻐끔거리는 건 저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 같아요. 확실히 태양을 동경하기도 하고요.

여행하는 자기 자신을 관조적으로 보려는 태도가 있었어요. 이를테면 자신을 ‘동북아시아인’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유럽 안에서는 자신이 계속 이방인 중에서도 이방인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태도였어요.

제가 중국, 일본, 한국을 되게 재밌어해요. 이탈리아는 어떻고 영국은 어떻다는 것처럼 이 동북아 3국의 공통점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다들 긴장을 잘 풀지 못하는 태도가 있다고 할까요? 유럽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칠링’(chilling)한다면 우리는 휴식도 ‘오늘 휴식할 것’이라고 써서 오늘 어디 가서 휴식을 어떻게 하고 사진을 찍어 올릴지 고민하잖아요. 그게 동북아는 성장 집약적 인간들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뭐라도 열심히 하잖아요. 긴장을 풀지 못하고요.

쉬는 것도 머리를 텅 비우는 게 아니고 ‘쉬기’를 목표로 하고요. 저도 분명 그런 성질이 녹아있을 거예요. 여행에서 남기는 게 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으니까요. 그냥 재밌고 쉬고 싶다는 게 여행의 기본인데, 저는 여행 가면 반드시 가사를 써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나은 자신이 되어야 할 것 같고 인생을 정리하고 온다는 착각이라도 건지려고 했죠. 그 착각도 이제는 그만 집착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착각의 결정체가 『홋카이도 보통 열차』 였다면, 그다음 이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게 『익숙한 새벽 세 시』 였고, 그럼 그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하지? 재밌자! 하는 게 이 책이죠.

정반합이네요? (웃음)

맞네, 정반합이었네요. 변증법적 출간. 헤겔이었군요. (웃음)

관련 책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저자
발행일
2018.09.20
출판사
이봄(주)
가격
정가 12,800원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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