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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힘들어도, 내일 쓰면 되잖아요 (G. 윤성희 작가)

1만명 안팎의 꾸준한 독자와 더불어 달려온, 소설가 윤성희 작가님 나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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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나만의 자서전을 상상해보곤 했다. 30년 후, 나는 나를 뭐라고 부를까? 어떤 첫 문장으로 시작할까? 그런 상상을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 이곳이 현실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내는 자서전의 첫 문장을 뭐라 적을까? 그리고 딸은, 만약 살아 있다면 딸은 뭐라고 했을까? 어떤 첫 문장을 생각해냈을까?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윤성희 작가님의 소설 『첫 문장』 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딸을 잃고, 아내와도 헤어진 후 문방구에서 산 분홍색 수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첫 문장에 대해 생각합니다. 첫 문장.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고심할수록 어렵고, 미궁으로 빠지게 마련인데요. 그러니 주인공이 첫 문장 앞에서 계속 질문만 하게 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오늘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는요. 소설가 윤성희 작가님을 모시고 나의 첫 문장과 나의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구경꾼들’의 시선을 소설에 펼쳐 보이는 ‘윤성희 스타일’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인터뷰 - 윤성희 작가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에 앞서, 윤성희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소설가. 구경꾼. 인간의 슬픔을 탐구하는 사람. 어릴 때 양팔을 뻗고 담장 위를 걷는 걸 좋아했다. 마냥 이야기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의 수다를 엿듣는 것도 좋았고, 이상한 사람의 과거를 상상하는 것도 좋았다. 역시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호기심을 탐구하기 위해 철학과에 들어간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큰 질문 보다는 잡다한 질문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철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반드시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입학했을 때 꿈은 시인이었지만 잘 쓰는 친구들을 보고 지레 포기하게 되었다. 소설에 빠졌지만 독자로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편 「레고로 만든 집」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한 첫 해에 덜컥 당선을 해버렸다. 이후 윤성희는 성실하게 작품을 발표한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독 첫 장면 쓰는 데 시간을 오래 쓰는 편이다. 글이 안 풀리는 밤에 윤성희는 눈을 감고 이 말을 중얼거린다. “한 번에 한 단어씩!” 이 말을 알려준 사람은 스티븐 킹이다. 그밖에도 윤성희는 “이해란 항상 친절하거나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라거나 “상상력에 의해 우리는 질서에 도달한다”, “보고, 기억하고, 반영하고, 기획한다” 라는 문장들을 가까이 두고 자주 중얼거렸다. 이 주문 같은 문장들은 늘 길을 잃게 해주었다. 더 멋지게 길을 헤매게 해주었다.

카페, 지하철, 술자리, 길거리에 버려진 것들 같은 모든 잡스러운 것들로부터 이야기가 온다. 오래된 선풍기를 청소하다가 소설이 떠올라 선풍기 청소에 두 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언제나 지금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저희가 준비한 소개, 어떻게 들으셨나요?  

윤성희 : 어떻게 이렇게 조사를 하셨죠? 예전에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잖아요. 그 느낌이 좀 나네요.(웃음)

오은 :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어요. 일단 마지막 부분에 나온 선풍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선풍기 청소에 두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소설을 쓰시고 청소를 다시 하셨던 건가요?

윤성희 : 아니요, 청소를 하는데요. 선풍기 날개만 닦는 게 아니라 뒤에 모터도 보니 더러워서 이쑤시개로 닦고 했어요. 그러다 소설 생각에 잠깐 십 분 멈춰 생각도 하고, 그랬던 거죠. 쓰지는 않고요. 그때 선풍기를 주워 오면서 시작되는 소설을 떠올렸고요. 그게 「부메랑」이라는 작품이에요. 아직도 그 선풍기가 집에 있습니다.(웃음)

오은 : 이번에 출간한 『첫 문장』 도 첫 문장을 쓰실 때 힘드셨어요? 아니면 퇴고할 때 힘드셨을까요?

윤성희 : 첫 문장 쓰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등단 했을 때부터 제가 저에게 해주는 주문이 하나 있어요. ‘성희야, 이건 두 번째 문장이다.’(웃음) 그렇게 생각하면 좀 편해요.

오은 : 너무 부담 갖지 말자, 는 이야기겠죠. 제 시집 『왼손은 마음이 아파』 의 첫 시가 바로 「첫 문장」이에요. ‘이미 쓰고 있는데 / 여태 직전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안 나오는 거죠. 저도 늘 유예하면서 다음 문장을 쓰다가 마지막에 숙제 하듯 마무리 짓는 게 첫 문장이에요.

윤성희 : 맞아요.

오은 : 오늘 윤성희 작가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소설가 윤성희의 마지막 문장은?”

윤성희 : 저는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 어려서부터 싫었어요.(웃음)

오은 :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지내세요? 매일 출퇴근 하듯 쓰는 소설가 분들도 계시지만 윤성희 작가님은 좀 다를 것 같아요. 1년에 6-7달 정도는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은 조금 스스로에게 자유를 줄 것 같거든요.

윤성희 : 강의에서 학생들에게는 매일 쓴다는 거짓말을 하는데(웃음) 저는 매일 쓰진 않아요. 단편을 쓸 때면 3주에서 한 달 정도 집에 있는다거나 하죠. 그럴 때는 집중해서 써요. 하루 몇 시간 쓰는 것보다 집중해서 열 몇 시간씩 쓰는 걸 더 좋아하긴 해요. 그렇지만 청탁도 없고 이럴 때는 진짜 완전히 빈둥거려요. TV 예능 좋아해서 보고, 음식도 해먹고, 책도 읽고요.

오은 : 다른 작가님의 소설도 읽으세요? 윤성희 작가님은 글 쓰는 것도 성실하시지만 읽는 것도 부지런하실 것 같은데요. 요즘 읽고 좋았던 소설도 있다면 한 권만 추천 부탁드려요.

윤성희 : 많이 읽을 때는 많이 읽는데요. 올해 창비 블로그에 장편을 연재했어요. 그 기간에는 많이 못 읽었어요. 그래서 쌓아놓은 책이 많긴 하죠. 특히 올해 한국 소설이 많이 나왔잖아요. 글쎄요, 요즘 읽고 좋았던 소설이라면 편혜영 작가님의 『죽은 자로 하여금』 이 떠오르네요. 이 작품 추천하고 싶어요.

오은 : ‘1만 명 안팎의 독자와 꾸준히 만나고 있는 작가’라고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소설을 쓰다 보면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은 욕심도 생길 것 같아요.

윤성희 : 그런 욕심이 없는 작가는 없겠죠. 자신의 책이 조금 더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다들 들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것은 제 영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제 기질과는 안 맞는 것도 같은데요. 그런 생각을 하면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서 혼자 버거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어떨 때는 지금 제 책을 사주시는 얼마 안 되는 분들만 생각해도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은 ‘쓴다, 책을 낸다’까지인 것 같아요.

오은 : 『첫 문장』 은 2017년 11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했던 작품이에요. 저는 이 책을 단숨에 다 읽었어요. 그만큼 짧게 느껴지면서도 읽은 후 여운 때문에 엄청 길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어떻게 이 소설이 시작되었을까,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윤성희 : 아주 오래 전부터 터미널만 떠돌아다니는 남자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오래 생각했고요. 목적지가 없는데 터미널에 있는 거예요. 목적지가 있는 사람들 틈에 앉아서 터미널 TV를 보는 사람의 이미지 같은 게 있었던 거죠.

오은 : 이름도 참 재미있어요. 주인공의 이름이 두 번 바뀌잖아요. ‘김근식’에서 ‘박근식’으로, 나중에는 ‘박영무’로 바뀌는데요. 윤성희 작가님의 다른 소설에도 이름과 관련한 장치가 많이 등장해요. ‘큰 도훈’과 ‘작은 도훈’이 등장하는 「팔 길이만큼의 세계」라는 단편도 그렇고, 「낮술」에는 ‘희자매’가 등장하기도 하죠. 두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이름을 어떻게 정할까? 그리고 이름을 염두에 두고 『첫 문장』 이라는 소설을 기획했을까?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윤성희 : ‘근식’, ‘영무’ 같은 이름이 나오잖아요. 가능하면 너무 촌스러워서 튀지도 않고, 너무 세련되어서 튀지도 않는 이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제가 이름 짓는 것을 어려워해서 평소에 일하시는 분들의 이름표를 잘 봐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름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런 걸 보면서 정말 쓰고 싶은 이름이 있으면 메모도 하고 그래요.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을 정할 때는 도움이 돼요. 꼭 메모를 하지 않더라도 저는 그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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