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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의 저는 다른 것 같아요 (G. 뮤지션 정새난슬)

오늘 모신 분은 음악을 만들고 일러스트를 그리고 글을 쓰는 ‘전방위 예술가’입니다.
채널예스 작성일자2018.10.04. | 748  view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쓰라린 기억. 도무지 흉터가 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진행중인 고통.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 것인가, 치유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내 몸과 마음에 그려진 작은 생채기, 제법 커다란 흉터조차 받아들이고 살기로 했고 그것을 떠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방정맞게 지난날의 절망을 전시한다며 손가락질 받더라도 그러한 방식만이 나를 나아가도록, 살아가도록 만든다. 젊음의 풍경, 사랑과 이혼, 우울, 기쁨, 허위로웠으나 내가 진실하게 마주한 순간들. 내가 겪은 모든 일들 위에 마음에서 쏟아져 나온 단어와 그림의 딱지를 앉힌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해방감을 느낀다. 고통은 괴로웠으나 흉터는 결코 부끄럽지 않다. 나의 영혼에 단단히 결속되어 새 생명을 얻고 수다를 떠나는 예쁜 흉터. 타투들은 나를 스토리텔러로 만든다.

싱어송라이터 정새난슬의 에세이 『러키 서른 쎄븐』 에 실린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뷰 - 뮤지션 정새난슬 편>

김하나 : 원래 첫 질문은 ‘이름, 부모님, 타투, 싱글맘 같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으셨을 것 같다’는 거였는데요. 오늘 오셔서 셔츠를 벗으시는 순간, 제가 타투 이미지에 넋을 빼앗겼어요(웃음). 진짜 타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타투를 맨 처음 하신 게 몇 년쯤이에요?

정새난슬 : 아마 스물여섯 살 때 제일 처음 했을 거예요.

김하나 : 그러면 11년 전이네요.

정새난슬 : 네, 벌써 그렇게 됐네요.

김하나 : 지금 몸에 총 몇 개 정도의 타투가 있나요?

정새난슬 : 몇 개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확장을 하다 보니까 이제 개수보다는 어느 부위에 있다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고, 하나씩 안 세게 되는 것 같아요.

김하나 : 『러키 서른 쎄븐』 의 표지도 센 느낌이고 『다 큰 여자』 안에 있는 여러 이미지들도 굉장히 센 느낌이고, 셔츠를 벗었을 때 타투 이미지도 굉장히 세잖아요. 그런데 목소리는 아주 미성이시네요.

정새난슬 : 보여지는 이미지랑 실제 저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사회적인 나와 내가 다루는 나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할까요. 그래서 실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웃음).

김하나 : 저는 그게 아주 재밌어요. 음악을 들었을 때도 펑크 쪽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포크적인 느낌이었고, 기대를 배반하는 점이 재밌어요.

정새난슬 : 어쩌면 제 자신이 스스로 유약한 모습을 바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한 일련의 일들이 있는 것 같아요. 타투도 그렇고. 제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냥 한 번에 보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거나 싫은 것 같아요. 아니면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부모님의 이미지가 덧대어져 있잖아요. 20~30대 분들은 모르지만 조금 나이가 더 있으신 분들은 ‘정태춘ㆍ박은옥의 딸은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겠지’라는 식으로 푸근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뚫고 나가고 싶었던 20대가 있었어요. 정반대에 위치하고 싶다는.

김하나 : 제가 어렸을 때 ‘가요 힙스터’였어요. 가요를 너무 좋아하는 꼬마였는데, 새로이 나오는 도회적인 이미지의 곡들을 되게 좋아했어요. 김완선이라든가 윤상이라든가. 그런데 저희 엄마 아빠가 갖고 계시던 테이프 중에 ‘정태춘ㆍ박은옥 골든 베스트’가 있었던 거죠. 그걸 너무 좋아했어요. 저의 음악 취향의 스펙트럼에서는 아주 이질적인 부분인데, 지금도 기억하고 따라 부르는 노래가 많아요. 아주 좋아하고요.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의 딸이라고 하면 음악적인 것에 대한 압박이나 부담을 많이 느끼지는 않았나요?

정새난슬 : 아뇨,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대체로 제가 노래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시고 크게 실망하시고는 했죠. 그게 너무 여러 차례 반복되다 보니까 제 자신이 ‘나는 음악이 너무 싫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약간 올가미처럼. 사실 집에서는 ‘쟤가 음악에 소질이 없구나’ 하고 약간 체념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김하나 : 어렸을 때 많이 시켜보고는 ‘어? 아닌 것 같다’ 이런 건가요?

정새난슬 : 아뇨, 그렇게 많이 시켜보지는 않으셨는데요. 일단 피아노를 가르친다거나 했을 때 아이가 상당히 흥미가 없고 소질이 없고(웃음). 그리고 노래를 조금 들어봐도 알잖아요, 두 분이 가수이시니까. 그런 것들에 의해서 ‘쟤는 음악은 아닌가 보다’ 하고 접으셨는데,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제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거죠.

관련 책
러키 서른 쎄븐
러키 서른 쎄븐
저자
발행일
2018.09.10
출판사
한겨레출판
가격
정가 13,000원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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