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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목수정 “경쟁하지 않을 자유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우리는 구호와 현실이 완전히 유리된 것에 너무 익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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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아이들은 정답을 맞히는 훈련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는다. 정답으로 가는 길을 탐구하고 그 과정을 말로 설명하도록 훈련된다. 수학 문제를 푸는 순간에도 논리를 찾아내고 정확한 어휘로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정해진 단답형의 인생이 아니기에 그들의 길목은 미어터지지 않는다. 순간의 실수로 인생이 미끄러지는 법도 없다. 그들이 가는 속도는 더디지만 매 순간 존엄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258-259쪽)

구구단을 2년 동안 배운다. 알파벳을 3년 동안 배운다. 수영이든, 외국어든, 악기든, 뭘 배워도 일주일에 한 번씩만 수업이 있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94쪽) 이것이 프랑스 교육의 핵심이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월경독서』 , 『파리의 생활 좌파들』 ,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등을 쓴 목수정 작가는 “한국에 훨씬 익숙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 프랑스에서 주로 자란 아이가 프랑스 교육을 받는 것을 바라보는 입장”을 기록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파리에서 딸 ‘칼리’를 낳아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경험하고, 칼리의 나이 만 세 살 때부터 다시 파리로 가 프랑스 공교육이라는 자장 안에서 교육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교육이란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철학의 구축이라는 사실이었다. 프랑스 학교에는 사생대회도, 등수도, 신체에 관한 어떤 규율도 없다. 미술 교사가 추리소설을 쓰게 하고, 영어 선생님이 유튜브로 청년들의 난민 캠프 활동 영상을 보여주고, 역사 선생님이 가상의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숙제로 내준다. 경쟁은 타인과 하지 않고, 오직 어제의 나와 한다. 목수정은 말한다. 경쟁하지 않을 자유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자고. 아이들에게 다른 출구를 열어주면 그것이 큰 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똑같이 걱정해요

오랜만에 오시는 것 아닌가요? 한국에 얼마나 계셔요?

한 달 정도 있을 예정이에요. 이제 이틀째예요. 1년 만에 온 건데요. 올 때마다, 조심스러워요. 갈수록 더 그런 느낌이에요. 한국 사회가 보면 갑들이 다 갖고, 을, 병, 정들이 싸우도록 놔두잖아요. 혜화역 시위 때도 그랬고요.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도 방해하는 분들이 계시고요. 편의점주 분들도 최저임금 인상되면 힘들다, 고 하시는데요. 너무나 명확한 을과 병과 정들끼리의 싸움이에요. 이런 싸움이 격화되어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죠. 갈등과 혐오가 격화된 세상에 딱 들어오니 여러 가지로 조심하자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외국에 살더라도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을 하셨잖아요. 프랑스에 살지만 한국 사회를 계속 바라보고 계신 거죠?

소통하는 많은 분들이 해외에 계신 분들이에요. 놀랍게 같은 빈도로, 그리고 더 자유롭게 한국 사회에 대해 얘기해요. 그나마 저는 한국에 자주 오잖아요. 그분들은 안 오시거든요. 그런데도 똑같은 강도로 얘기하고, 똑같이 걱정해요. 그러니까 자기가 있는 곳에서도 같은 이슈로 집회 하고 그러는 거죠. 쉽지가 않아요. 아무도 그 사회에서 우리를 봐주는 사람이 없는데 모여서 집회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요. 열정적으로 해외에서 시위를 같이 했고요. 한국에서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것이 우리들한테는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어요. 이제 연대체도 만들어졌고요.

연대체가 있나요?

『개성공단 사람들』 을 쓰신 김진향 교수님을 모셔서 유럽 순회 강연도 했어요. 이제 우리가 북맹(北盲)으로부터 탈출해야 하니까요. 이런 것들이 과거 한인회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촛불집회나 세월호 유가족들과 연대했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진행되고 있어요. 주로 세월호 때 만들어졌고, 여러 활동을 같이 하죠.

이번 책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에 대해 “아이가 11살 때 쓰기 시작한 책이 13살이 되어 마무리되었다”(405쪽)고 하셨는데요. 처음에 책을 쓰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더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공적인 이야기로 막 갔어요.(웃음) 30년 이상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는 저의 위치가 있잖아요. 한국에 훨씬 익숙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 프랑스에서 주로 자란 아이가 프랑스 교육을 받는 것을 바라보는 입장이 있으니까 사적인 얘기를 해도 공적인 이야기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칼리 아빠는 철저하게 프랑스 사람이고요. 그의 20대 때 직업이 교사예요. 철저한 교육관이 있어서요. 그런 것만 써도 되겠다 싶었는데 하다보니까 프랑스 교육을 좀 더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양쪽을 다 다루려고 했어요.

그래서 인터뷰도 수록이 된 거군요?

그렇죠. 내 경험만 이야기하면 편협한 얘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담았어요. 그러면서 내 편견에 대해 나도 확인하고 그랬죠. 책이 400페이지가 넘는데요. 너무 무거우면 안 될 것 같아서 10꼭지 정도는 뺀 거예요.

이번 책은 교육에 관한 이야기지만 교육만의 이야기는 아니죠. 프랑스 사회가 가진 개인에 대한 존중은 한국 사회에 꼭 전해져야 할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먼저 “프랑스에는 유아에게만 쓰는 특유의 단어가 없다”(77쪽)는 말이 흥미로운데요.

한국에 ‘노키즈존’이 많아서 놀랐어요. 그 자체에 대한 충격도 있지만요.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있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주변에 폐를 끼친 일도 있을 거고요. 프랑스는 그게 전혀 없거든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폐를 끼치도록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고요. 별로 폐를 끼치지도 않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아 시기부터 교육을 받는 거죠. 식탁 예절도 그렇죠. 저도 칼리에게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는데 어디선가 배웠어요. “지금 식탁에서 일어나도 돼요?”라고 물어봐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요. 간식도 아무 때나 안 먹고요. 하루 딱 한 번 정해진 시간에 먹어요. 자기들이 마음대로 마트에서 사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자는 시간도 철저하고요.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의 틀이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폐를 끼치거나 어른이 아이를 저지하고 혼내는 모습을 볼 일이 없어요.

아주 일찍부터 한 명의 시민으로 키우는 거죠.

돌도 안 된 아기, 젖병을 들고 먹는 아기에게도 같은 식이에요. 아기가 젖을 달라고 울어도 서두르지 않아요. 천천히, 보호자가 자기 리듬대로 하는 거죠. 아기를 바라보면서 “내가 우유를 타고 있어, 곧 줄게, 기다려.”라고 해요. 그러면 아기가 진짜 울음을 멈추고 기다려요. 아기들도 보호자의 리듬에 맞추는 거죠.

그러니 어린이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고요. 어른의 말에 반드시 수긍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존재들인 거잖아요.

칼리와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하려는데 갑자기 칼리가 안 나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시간도 없고 해서 약속을 그렇게 어기면 안 된다고 제가 막 화를 냈는데요. 칼리가 “그렇게 화를 낼 필요는 없잖아.”라고 했어요.(웃음) 그걸 그림으로 그려두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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