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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나를 까다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셰프들도 까다로워져야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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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작성일자2018.06.15. | 57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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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려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열심히 노력도 했고 주위에 도와준 사람도 많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비슷한 일을 하게 됐을 때 지난 번과 똑 같은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지난 번 성공했던 그 방법 그대로 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 중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은 개인적으로 하나의 원칙이 된다. 그런데 원칙은 결정을 편리하게 해 주는 반면 생각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곳에 고정시켜 버리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일을 겪는다. 내가 가지고 있던 성공의 법칙이 자꾸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이상한 현상을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했던 노력만을 생각하고,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상황은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상황을 기록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김경일 교수의 생각이다.

이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좀 더 노력해 보라는 말 대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에게 스펙을 쌓으라는 말 대신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나는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 돌아보자. 그리고 그 때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 왔던 것들』을 펼치자. 그러면 답이 있을 지 모른다.  

나에게 문제가 있을까? 아니면 상황이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이라는 제목을 보고 지금 나는 어떤 것을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는데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해주세요.

이 제목을 학문적으로 풀이하자면 인간은 변수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A라는 상황과 B라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을 했을 때 A라는 상황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맞고, B라는 상황에서는 왼쪽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가던 사람은 계속 오른쪽으로 가려하고 왼쪽으로 가던 사람은 왼쪽으로만 가려고 하죠. 그래서 서로 자기가 맞다고 싸우게 됩니다. 그럴 때 둘 중 누군가가 틀린 게 아니라 A 상황일 때는 오른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맞고 B 상황일 때는 왼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맞다고 교통 정리를 해 주는 게 인지심리학자들이 하는 일이예요. 이런 식으로 수 많은 변수를 가지고 실험을 하다 보니까 상황이라는 변수에 맞지 않게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이겠죠.

변수와 상관없이 자신이 늘 해오던 대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겠죠.

그렇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변수를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방향을 선택했을 때 일이 잘 안 될 것 아닙니까? 그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 하면 ‘더 열심히 해봐’, ‘더 노력해 봐’ 라고 한다는 것이죠. 진정으로 노력하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더 노력하라는 것은 잘못된 길로 더 가라고 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저와 같은 인지심리학자들은 ‘진정으로 노력해 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웃음)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진심으로 거꾸로 해 왔던 것들, 열과 성을 다해서 거꾸로 해 왔던 것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거꾸로 해 왔던 것들, 그래서 망친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고, 진정으로 노력을 하기 전에 변수를 먼저 파악한 후 시작하자. 이런 얘기네요?

그렇죠. 예를 들어 오전에 집중하고 오후에 결정하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오전에는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고 오후에는 집중하는 것이 적합한데 그걸 거꾸로 하려고 하면 잘 안 될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상황이라는 변수를 파악하여 판단을 해 보자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잘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상황에 맞지 않게 거꾸로 해왔다는 얘기입니다.

교수님이 인지심리학자이다 보니 이 책과 인지심리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인지심리학을 설명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1950년대 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그 당시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들 중에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앨런 튜링도 있었죠. 이런 사람들이 당시에는 정신 나갔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결국엔 여러 학문의 조상이 됩니다. 컴퓨터 공학의 조상이 되기도 하고, 네트워크와 관련된 행정학이나 사회학의 조상이 되기도 하는데, 제가 연구하고 있는 인지심리학의 조상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의 설계도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예요.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알아야 기계도 사람처럼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설계도는 미시적이어야 하니까 심리학자 중에서도 훨씬 더 미시적인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들이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인지심리학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의 조상 중에는 물리학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 중 일부가 인간도 물리학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어 싸이코피직스(Psychophysics), 즉 정신물리학이라는 것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물리학적인 전통이 남아서 인지심리학에서는 극단적으로 미시적인 실험을 합니다.

인간의 심리를 물리학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하고,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물리학적인 성과물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이 인지심리학을 만들어 낸 것이네요.

또 하나 인지심리학을 설명하는 방법은 다른 심리학과의 차이점입니다. 심리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바꿔야 된다는 접근을 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원인은 나에게 있고 내가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심리학이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성격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성격은 바뀌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사람을 바꾸라고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인지심리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는 상황을 봅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바꿔서 결과를 바꾸는 거죠. 내 능력을 더 뛰어나게 만들거나, 내가 더 개방적이 되거나, 내가 더 우호적으로 변해서 결과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에서는 창조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과 같은 표현보다는 창의적인 상황에 나를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아직 사람 변수가 더 강한 지, 상황 변수가 더 강한 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상황 변수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지심리학은 ‘자기상황파악 설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같은 노력을 하고, 같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왜 누구는 더 성취하고 누구는 실패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인지심리학인 거죠.

관련 책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저자
김경일
발행일
2018.03.20
출판사
진성북스
가격
정가 15,000원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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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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