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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김병호 기자 “우리는 서방 매스컴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나라들을 우리는 서방 매스컴의 시각으로 보고 있거든요. 독재 정권이고, 민주화가 안 된 곳이다, 라고요.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아요. 나라마다의 사정이 분명히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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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위한 변명』 , 『올리가르히』, 『우크라이나, 드네프르강의 슬픈 운명』 등을 쓰고 현재 매일경제신문 차장 기자로 있는 김병호 저자는 2016년 8월부터 1년간 해외연수의 기회를 갖는다. 그가 선택한 곳은 카자흐스탄. <연합뉴스>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2004-2007)을 지내기도 했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를 전공했던 그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캅카스, 더 나아가 동유럽 등에 관심을 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김병호 기자는 연수 기간 동안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헝가리, 몰도바, 벨라루스, 루마니아, 터키 등 18개국을 다니며 각 나라가 처한 정치와 경제 상황을 살펴보았다. 광장의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정치인, 교수, 기자 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 은 “서방 매스컴의 시각”이 아닌 바로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럽 변방’의 맨얼굴이다.

나라에도 운명이 있는 것 같아

‘해야만 한다는 심정’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사명감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2016년 8월부터 1년 간 해외연수를 가게 됐어요. 대부분 미국, 중국, 일본 정도를 가는데요. 저는 러시아 쪽 전공도 했고, 관련 책도 쓰고 해서 중앙아시아 쪽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래서 카자흐스탄에 가기로 한 것이고요. 카자흐스탄만으로는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가까운 국가들을 봤죠. 대개 이쪽 국가들을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국내에도 여행기 정도는 있지만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사정을 다룬 책들은 많이 없는 것 같고요. 특히 아쉬운 게 이런 지역을 다룬 서적을 보면 외국 서적을 번역했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예요.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평가한 책이 적었어요. 결국 이것을 내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직접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소개하면 좋겠다고요. 또 직업이 기자다보니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우리에게도 그런 책이 필요하다면 기회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었어요. 인터뷰 섭외를 하고, 만나고 하는 일정들이 많아서요. 사람 찾느라 힘들었는데요. 제가 간 많은 국가들이 언론 자유가 많지 않은 곳이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인터뷰에 사람들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인터뷰를 해야 하니까 대사관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기도 하고, 구글에서 연구 논문을 검색해 해당 연구자 연락처를 수소문하기도 했어요. 정말 맨바닥에서 했죠.

개중에 협조적이었던 취재국은 어디였나요?

헝가리 같은 경우는 냉전 시대 때 소련 블록 중 하나였다가 가장 먼저 뛰쳐나온 국가 중 하나인데요. 헝가리 사람들은 연락을 하면 답변이 다 돌아왔어요. 다른 곳은 메일을 보내도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헝가리는 인터뷰가 안 될 때도 이러한 사정으로 인터뷰가 어렵다, 고 답변을 다 해주더라고요. 요즘 기사를 보시면 알겠지만 헝가리가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1998년-2002년, 2010년-현재까지 헝가리 총리직을 맡고 있는 인물) 총리라고 해서 철권통치를 하는 사람 밑에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어요. 현장에서도 그랬죠. 지식인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없이 말하더라고요. 인상적이었어요.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취재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인데요. 다만 과거 소련 사회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가고 있는 곳들이라 변화는 있는 것 같아요. 제도적인 한계는 있지만 말이에요.

책에서 다룬 여러 국가들의 언론 자유 문제, 독재나 정치권 부패 문제 등 각 나라마다 안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지켜보면 한국 사회에 대한 시각까지도 넓어져요.

기성세대로서, 젊은 분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취업도 어렵고, 집구하기도 힘들고, 기본부터 어렵잖아요. 얼마나 화도 나고 짜증나요. 다 이해하죠. 그런데 이 나라들을 돌아다녀보니까요. 우선 한국을 잘 알더라고요. 많이 좋아하고요. 내부에서는 비판을 하지만 바깥에 가보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구나 생각했죠. 이런 면도 있어요. 카자흐스탄은 국민의 85%가 ‘행복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10%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우리의 기준으로 카자흐스탄을 보면 ‘이 나라가 행복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민주주의 수준도 그렇고, 인프라도 그렇고 말이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거든요. 그만큼 우리의 행복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책에서 짚기도 했지만 한국은 공교롭게도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이러한 지리적 속성도 있겠죠?

그럼요, 한국은 따져보면 큰 나라예요. 일본, 중국만 생각하면 그렇지만요. 한편으로는 그런 안타까움도 있어요. 작년에 외국에 있을 때 계속 한국에서는 ‘최순실 사태’ 때문에 시끄러웠잖아요. 그때 북한은 계속 미사일 쏘고 그랬거든요. 한국의 에너지를 다른 좋은 데 쓸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거기에 쓸 에너지를 다른 데 돌리면 좀 더 해볼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나라에도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작지 않은 나라지만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잖아요. 저는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조상들이 고구려 시대 같은 때에 좀 더 위로 땅을 넓혔으면 어땠을까 하고요.(웃음) 영토라도 크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건데요. 우리는 사실은 뻗어나갈 데가 별로 없잖아요. 책에 나온 나라들과 우리의 공통된 숙명이지만 주변 국가들 안에서 생존과 안보를 고민해야 하겠죠.

이 국가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 것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셨잖아요.

소련이 무너진 후, 동유럽 많은 국가들이 유럽에 편입되고, 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서 안보 우산이 튼튼해졌죠. 그러니까 그 힘을 경제나 사회 발전에 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안보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요.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잃고 있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어요.

국가 안보라는 면에서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주었던 나라가 있었다면 어느 곳이었나요?

루마니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과거 독재자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sescu)잖아요. 24년을 지배하다가 황망하게 죽었죠. 그 비극적인 부분만 생각하는데요. 공부를 해보니 그 나라가 나름대로 소련의 영향 아래에서도 독자적인 노선을 취했더라고요. 미국, 중국과 수교하는 과정에서도 소련의 압제에도 불구하고 차우셰스쿠라는 사람은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어요. 차우셰스쿠는 대내적으로는 국민을 핍박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나름대로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독립적인 활동을 많이 했더라고요. 소련의 지배에 있었지만 미국과도 외교를 하고 말이죠. 현재도 마찬가지예요. 루마니아는 나토와의 협력에서 가장 교두보가 되는 곳이거든요. 그것을 빌미로 다국적 기업도 많이 유치했고요. 외교적 자주성을 통한 그런 긍정적인 면이 보였어요. 우리도 그런 면이 필요할 것 같긴 한데요. 상황은 다르죠. 북한이라는 존재도 있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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