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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이밥에 고깃국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로 남한에 1박 2일 머물렀던 현송월 단장이 주문한 아메리카노 커피에도 이렇게 저열한 언론의 관음증이 흘렀다. 믹스 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다! 오, 북한 사람인데 아메리카노를 마시다니, 마치 이런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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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 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은 쿠데타를 피해 ‘북한 1호’와 함께 얼떨결에 남한에 온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짧은 식사시간이었다. 그들은 ‘북한 1호’의 응급처치를 맡은 남한 의사가 챙겨준 햇반과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이밥, 이밥!”이라고 환호한다. 남한 의사는 ‘이밥’이라는 말을 금방 알아듣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후에 남쪽 철우와 북쪽 철우가 함께 수갑을 차고 국수를 먹는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북쪽 철우가 “깽깽이 국수가 참 맛있소.”라고 할 때 남쪽 철우는 ‘깽깽이 국수’가 무슨 말인지 몰라 그저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다. 반 세기 이상 분단국가로 지내왔기에 우리는 이제 서로의 말을 알아듣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선무, <콜라 마시는 아이>,

출처https://alchetron.com/Sun-Mu

“(북한 사람들은) 이밥에 고깃국 먹소!”라고 북쪽 철우는 말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부의 식단임을 대부분 안다. 김일성은 이미 1950년대에 모든 인민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을 수 있는 국가가 실현될 것이라 장담했다. 그의 목표는 여전히 달성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이밥’에 환호하다가 이내 북에 있는 가족들 생각에 서글퍼하듯이, 북한은 여전히 UN에서 지정한 식량부족국가이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2016 굶주림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전체인구의 41.6%가 영양실조 상태다. 21%였던 1990년에 비해 영양실조 인구가 두 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기본적인 곡물생산이 부족하여 옥수수죽을 많이 먹는다니 ‘이밥’은 실로 귀할 것이다.

한때는 남한에서도 ‘이밥에 고깃국’은 잘 사는 집의 상징이었다. 맛없는 쌀인 정부미를 모르는 세대에게 이밥이란 단어도 낯설 것이다. 남한에서는 박정희가 그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줬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박정희 덕분에 보릿고개를 넘겼다고 한다. 박정희가 일명 ‘통일벼’나 ‘유신벼’를 보급하며 쌀의 자급자족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한 품종을 강제하는 농정으로 인해 정작 농가는 빚더미 위에 올랐다. 기존의 쌀과 다른 쌀을 재배하기 위해 농민들이 융자를 안고 농기계를 마련하고 설비를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70년대를 관통하며 농가 부채는 10년 사이 27배로 증가했다.

남한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하얀 쌀밥의 가치는 전과 달라졌다. 오늘날은 건강을 위해 흰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식재료가 다양해진 시대에 탄수화물이 많은 밥 자체가 예전과 같은 위상을 갖지 못한다. 이제는 밥을 봉긋 솟은 무덤처럼 ‘고봉으로’ 올려 담는 시대가 아니다. 30년 전에 비하면 한국의 쌀소비는 반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육류 소비는 4배로 늘었다. 적은 양으로 고기맛을 볼 수 있는 고깃국보다는 육질을 직접 씹을 수 있는 요리를 많이 먹는다. 그러니 ‘이밥에 고깃국’은 남한에서 부의 상징이 아니다.

이제는 먹거리도 각종 수입산이 뒤섞였다. 식재료의 수입뿐 아니라 외국 요리를 한국 안에서 접할 기회도 많다. 서울에는 세계의 식탁이 모여있다. 한국 바깥도 마찬가지다. 나는 인구 5만이 안 되는 미국의 한 작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이런 곳에서도 월마트에 가면 신라면과 너구리가 있다. 식료품점에서 파는 김치도 매운 맛과 덜 매운 맛으로 나뉘어 있다. 일본 식당에 가면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백인 아이가 젓가락으로 우동을 먹는 모습을 본다. 사람들은 지역과 국가 사이를 활발히 이동하고 그 이동에는 음식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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