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스패너는 몽키를 닮아서 몽키스패너일까?

조회수 2021. 4. 21.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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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라.

사람들은 자유롭게 크기를 조절해 나사를 죄고 풀 수 있는 이 도구를 몽키스패너라 부른다.

측면에서 보면 침팬지의 옆모습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몽키(Monkey) 스패너가 된 걸까?

유튜브 댓글로 “몽키스패너가 정말 몽키를 닮아서 몽키스패너인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 도구의 놀라운 작명 이유를 소개하기 전에 이 도구가 만들어진 사연부터 소개하겠다. 


몽키스패너의 조상은 바로 이 도구.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수레바퀴에 사용되는 다양한 사이즈의 너트를 돌리는데 사용했다.

지금의 몽키스패너는 아니지만 렌치의 손잡이를 비트는 방식으로 턱의 너비를 조절해 나사를 조이거나 푸는 쓰임새는 몽키스패너와 같았다.

그러다 1841년 미국인 로링 코즈(Loring Coes)가 이 렌치들을 개선해 최초의 ‘몽키스패너’를 만들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중부 우스터 태생이다.

코즈는 렌치 턱 아랫부분에 나사선을 파고 회전링을 고정시켜 링을 돌림으로 턱의 너비를 조절하는 렌치(스패너)를 발명했다. 지금의 몽키스패너.

이건 코즈가 몽키스패너를 특허 출원한 문서인데 ‘몽키 스패너’ 관련 최초 공식 문서다.

코즈는 왜 이 도구의 이름을 ‘몽키스패너’라고 붙였을까? 

기초과학 전반에 대한 연구사업을 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국내 최대 규모의 공구점, 공구 회사에 물어봤지만 명쾌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수소문 끝에 ‘공구의 역사’ 코너를 집필하는 월간지 ‘월간 툴(TOOL)’의 이대훈 기자와 연락이 닿았는데 이대훈 기자에게서 몽키스패너 어원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이대훈 기자는 공구에 있어선 국내 손꼽히는 전문가다.

“‘몽키’라는 단어는 해양학에서 사용하는 수식어로 작고 가벼운 구조물 또는 장비를 용도에 맞도록 어떻게든 즉시 조절하는 것 나사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턱의 넓이를 조정할 수 있잖아요.

그런 쉬운 사용 방법을 몽키라는 하나의 단어로 간단히 나타낸 것입니다.”

-이대훈 월간 툴(TOOL) 기자

World English Dictionary’에 따르면 ‘몽키’는 해양학에서 쓰는 단어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조절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몽키스패너의 ‘몽키’는 여기서 비롯됐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몽키스패너의 어원에 관한 몇 가지 오해가 1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첫째, 침팬지의 옆모습과 비슷해서 몽키스패너가 됐다는 설이다.

하지만 침팬지와 고릴라를 닮은 거지 원숭이를 닮은 게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침팬지 스패너라 부르는 게 맞다.

둘째, 1878년생인 미국인 흑인 복서 잭 존슨이 특허를 출원했다는 설이 있는데, 흑인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적인 용어 ‘몽키’가 붙었다는 설이다.

이 역시 잘못된 루머고, 잭 존슨이 스패너를 개선하긴 했지만 몽키스패너를 처음 만든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전세계 수공구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나사만 돌리면 너트의 크기에 맞도록 턱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죠. 한 개의 몽키로 치수가 다른 여러 너트를 돌릴 수 있는 겁니다.”

-이대훈 월간 툴(TOOL) 기자

이렇게 몽키스패너는 귀하신 몸 되겠다.


노동자 출신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는 1975년 소설 ‘몽키스패너’를 썼다.

소설 속 주인공 ‘리베르티노 파우소네’는 항상 몽키스패너를 허리에 차고 구리판을 두드리며 공사장과 해양 작업장을 누빈다. 작가는 책에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은 지상의 행복에 가장 구체적으로 그리고 훌륭하게 다가가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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