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도 사람이 살까?

조회수 2021. 4. 20.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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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허름해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건물은 바로 충정아파트.

경찰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고층빌딩이 늘어선 초역세권 대로변에 있어 더 눈길이 간다.

국내 최고령 아파트인 충정아파트는 격동의 한국사를 거치는 동안 많이 늙어버렸다.

작년에 이 아파트 안전 상태를 점검했던 경기대 건축안전공학과 최용화 교수는 “충정아파트는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오늘 갑자기 무너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

유튜브 댓글로 “여기에도 사람이 사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충정아파트는 1932년(1937년이라는 기록도 있음)에 준공된 현존하는 국내 최고령 아파트다.

'최고령 아파트’라는 타이틀로 인해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아파트 외벽엔 자글자글한 금이 주름살처럼 갈라졌고, 계단엔 무너진 벽이 쌓여있다.

몇 년 전부터는 생활하수가 건물 내벽 사이로 스며들어 실제로 붕괴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단다.

이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은둔형외톨이의 기괴한 삶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충정아파트는 3개 라인의 복도가 삼각형 형태로 있고 마당 한가운데 중앙난방에 사용되는 굴뚝이 높이 솟아있다.

마당엔 하수구를 덮은 장판이 있는데,

이 장판을 걷으면 음식물 찌꺼기가 뒤섞인 하수가 있다.

충정아파트의 하수관은 막힌 지 오래다.

그래서 생활하수가 지하실로 모이게 됐고 지하실커다란 구정물 저장소가 됐다.

501호 앞엔 경고문이 붙어있다. ‘무단 출입시 법적 조치하겠다.’ 이 건물 5층은 불법으로 증축됐기 때문인지 빈집이 많았는데 외부인이 많이 드나드는 듯 했다.

화장실 물을 퍼 올리기 위한 모터가 비치돼 있었고 모터를 켜면 녹물이 쏟아졌다.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이 건물엔 시멘트가 떨어져 철근이 노출된 곳도 있었다.

철근이 노출되면 부식에 취약해져 건물의 내구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런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산다. 충정아파트엔 면적 5㎡부터 118㎡까지 다양한 집에 47세대가 살고 있다. 

집주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입자다. 임대료가 궁금해 인근 부동산에 갔더니 나와 있는 임대 매물은 2개. 


보증금 1000에 월세 40짜리투룸3000에 50 짜리 쓰리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매매 거래가 된 건 작년 2월인데 당시 전용면적 69.75㎡가 5억9000만원에 팔렸었다.

살기 힘든 곳이랬는데 사기도 힘든 곳이었네. 하아... 진짜 구독 좋아요..

충정아파트에 대한 재개발 논의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간의 대립. 

아까 잠깐 언급했듯 이 곳 5층은 불법 증축됐는데 5층 주민들은 재개발을 할 때 적절한 보상을 원했고, 4층 이하 세대에선 5층 세대는 지분이 없다며 반대했다.

그러는 동안 서울시는 충정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문화시설로 보존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라는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의문이 들었던 건, 이 아파트를 점검했던 전문가가 “사람 살 데가 못 된다”고까지 했던 곳인데 주민들은 왜 고칠 생각을 안 하는 걸까.

돈 들이면 고칠 수 있고 개인 소유의 집은 본인이 수리해서 살면 될 일인데.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왠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알 것 같지만 말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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