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SM·JYP 같은 회사가 있을까?

조회수 2021. 3. 17.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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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아이돌에는 늘 출신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소녀시대SM의, 

블랙핑크YG의 아티스트다. 

삼성이 만든 갤럭시와 애플이 만든 아이폰이 다른 것처럼, 이들 소속사가 키워낸 스타들도 저마다 고유한 아이덴티티와 색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브랜드를 보고 물건을 사듯, 아이돌을 볼 때도 어느 소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는지가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재밌는 건, 할리우드 스타들에겐 이런 꼬리표가 없다는 점이다. 

아리아나 그란데

빌리 아일리시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소속사가 조명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그 전에 소속사라는 개념이 있긴 한가

유튜브 댓글로 “미국에도 SM JYP와 같은 연예 기획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하는 일이 많다. 될성부른 떡잎들을 찾아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스타로 육성하고. 스타덤에 오른 이들을 케어해주고, 일감도 따오고. 

요즘은 소속 연예인들을 활용해 드라마와 예능 등의 콘텐츠까지 만든다. 스타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미국에선 법적으로모든 일을 한 회사가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SM이나 JYP 같은 회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엔 소속사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에이전시(agency)를 중심으로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에이전시는 쉽게 말해 ‘중개인’들이다. 영화, 방송, 광고, 음악 분야의 콘텐츠 제작자들과 감독, 작가, 배우 사이에서 계약을 중개한다.

섭외와 작품 계약 등이 에이전시를 통해서 이뤄지는 거다. 이들은 중개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수수료의 범위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법에 따라 대게 (계약금의) 10%를 넘지 않는다.

에이전시의 자격도 엄격히 따진다. 에이전시 활동을 위해선 법(Employment Agency Law)에 따라 라이선스를 부여받아야 한다.

또 이들의 자격 요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법원은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에이전시 사업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연예인은 고객이고, 연예인 입장에서 에이전시는 일거리를 제공해주는 회사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전속 계약 개념도 없다.

에이전시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고객은 언제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에이전시는 연예인 육성 업무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연예 활동과 관련된 제반 업무는 모두 스타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대다수 할리우드 스타들은 개인적으로 고용한 인력을 중심으로 매니지먼트 팀을 꾸린다고 한다. 개인 매니저와 비즈니스 매니저, 변호사, 회계사 등이 팀에 포함된다.

한미 양국에서 활동 중인 배우 김윤진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매니저 없이 혼자 운전하고 스케줄을 다닌다”며 차이점을 설명한 바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보통 오디션을 통해 업계에 입문한다. 미국은 에이전시가 제작 업무를 겸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속 연예인을 우선 출연시키는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끼워 팔기 캐스팅이나, 연기 경험이 없는 대형 소속사 연예인이 단번에 드라마 주연을 꿰차는 일이 미국엔 없는 이유다. 비교적 캐스팅 기회가공정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도, 실력만으로 성공하는 게 가능해진다.

영화 라라랜드의 여자주인공 ‘미아’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성장 또한 연예인의 몫이다. 일례로 배우라면, 연극무대나 영화에 엑스트라로 서는 것부터 시작해 차츰차츰 경력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LA와 뉴욕에서는 각각 1월과 7월, 대규모 캐스팅 행사가 열린다. 국제 모델 탤런트 협회가 주최하는 박람회에는 수많은 에이전시 관계자들과 캐스팅 디렉터, 지망생들이 몰려든다.

톰크루즈, 나오미 캠밸 등의 톱스타도 캐스팅 행사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요즘은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 등에서 먼저 본인의 재능을 인정받고, 제도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윤금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 연구원은 ‘서양문화가 지닌 개인주의미국 문화가 가지고 있는 자수성가 성공 신화에 의해, 스타에 이르는 길자신의 노력과 자기연마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의 연예인은 소속사가 투자와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 낸 자산이다. 

그래서 소속사의 연예인들이 하나의 가족(YG 패밀리)을 이루고, 

마을(SM TOWN)을 구성하며, 

나라(JYP Nation)를 만들기도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엔, 장기간 동안 엄청난 비용을 들여 완벽에 가까운 상품을 내놓는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분명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 서구 언론들은 K-POP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한국 기획사들의 인큐베이션 시스템(incubation system)을 꼽기도 한다.

다만 이런 시스템 뒤에는, 노예계약으로 인한 법적 분쟁, 연습생 인권침해 등의 어두운 면모도 있다는 사실

세계의 이목이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쏠린 지금. 성공에만 취하기보단,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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